[전문가진단] 부동산 폭등, 주범은 따로 있다
[전문가진단] 부동산 폭등, 주범은 따로 있다
  •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0.08.0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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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눈앞에 있는 도심재개발 등에 눈감고 다른 길을 찾는 시간 동안 부동산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남 3구역. / 연합

가히 역대 최고의 부동산 폭등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2번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등했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쏟아붓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폭등을 막는 방법에는 규제와 공급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지금 그 실패는 명확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7월 14일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 점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그린벨트 해제는 철회되었다.

잊을 만하면 정치권의 중심에 서는  그린벨트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이 그린벨트와 관련된 논란의 본질은 그린벨트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와 그 침해에 따른 그린벨트 ‘정치화’다.

그린벨트의 정식 명칭은 개발제한구역이다. 개발제한구역제도는 1971년 1월 19일 도시계획법에 의해 비로소 도입되었다. 당시 강력한 공업화 정책에 따른 산업구조고도화의 과정에서 도시의 과밀화, 과대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따른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및 국가안보의 목적을 그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해당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침해라는 문제와 분리될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12월 24일 89헌마214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보상입법을 전제로 위헌 판결을 막았지만 그 판결문의 내용은 그린벨트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물론 현재까지 제대로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토지 소유자는 없다.

그린벨트에 대한 해제 및 투기가 문제되는 것은 애초 그린벨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 놓은 부작용이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부당히 막아놓은 개발행위를 다시 허용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문제 한복판에 있으며 다만 그 명분이 문제될 뿐이다. 지금은 주택공급이 이슈가 되었지만 산업부지, 교육시설, 연구소, 놀이동산 등 언제든지 그 명분에 어울리면서 정치권의 화제에 오를 수 있는 이슈들이 그린벨트 문제에 잠재되어 있다.

도시 지역에 부동산을 공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심재개발, 재건축 및 용적률 상한 증대다. 이것은 기존의 주택지에 더 많은 주거를 밀어 넣는 방법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린벨트 해제 등 미개발 지역의 주택공급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심재개발 등의 방법을 극구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존 주택소유자들과 투기세력의 불로소득 로또 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부지를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사업성 충족 논의가 있어야 하며 민영주택 위주의 공급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재개발 등의 이익은 기존 주택소유자에게 원칙적으로 귀속되며 그 과정에서 얻는 기존 주택소유자들의 이익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공급은 정답이 될 수 없다. 국공유지 개발을 제외한, 그린벨트 해제나 3기 신도시 개발 등의 공공택지조성은 토지보상비 지출이 동반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유동성 증가를 초래한다.

정부 여당의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논의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불가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여당의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논의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불가로 방향을 틀었다.

그럼에도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유효할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과거에 돈을 벌었던 방법으로 다시 돈을 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일정한 나이를 넘어 새로 돈 버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은 드물다. 한번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본 사람은 부동산에, 주식으로 돈을 벌어 본 사람은 주식에 투자한다.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이 돈을 고스란히 부동산으로 재투자한다.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 때 풀린 행정수도 보상금이 부동산 폭등을 견인하는 모습으로 입증되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국가 예산, 3차 추경, 국채발행 등 끊임없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코로나 불경기를 겪고 있다. 이런 불경기에는 급매물이 쌓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임에도, 문재인 정부의 역사상 최고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부동산을 폭등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공급은 유동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한 공급이라는 애초에 의도한 효과를 떨어뜨린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방안도 아니다. 지난 7월 17일 모 개발업체가 내곡동 산 5만3674평의 그린벨트를 250억에 매입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7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처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린벨트 투자로 수십억 원대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신창현 전 의원은 2018년 9월 5일 대외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규택지지역을 사전에 알고 공개했다가 국토교통위원직을 사퇴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린벨트는 정치적이다. 그 해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린벨트 해제 이익을 기존의 재산권이 침해된 오래된 토지소유자가 아니라 정치권과 가까운 누군가가 누린다면 국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재개발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문 대통령은 7월 20일 그린벨트 해제 불가를 명시하면서 논란을 정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녹지 보존, 훼손 시 회복불가능 등 환경적인 부분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여기에 더해 토지수용비가 또 다른 투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공급은 부동산 폭등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눈앞에 있는 도심재개발 등에 눈감고 다른 길을 찾는 시간 동안 부동산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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