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터뷰]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노동운동,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인터뷰]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노동운동,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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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노총·전력노조 위원장

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정리·사진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약자와의 동행’. 미래통합당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구호다. 하지만 보수내에서는 아직 우리 사회내 ‘약자’로 인식되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낯설다. 더구나 노조라고 하면 강성 전투노조의 부작용들이 먼저 떠오른다. 오해는 없었던 것일까. 보수와 노동계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노동계의 변화와 혁신은 요원한 것일까. <미래한국>이 한국노총 및 전력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주영 민주당 의원(김포갑·초선)을 7월 중순 국회에서 만나 노동문제 전반과 현안,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 한국노총·전력노조 위원장

- 고향이 경북 상주이시죠. 정치적으론 보수 색채가 강한 곳인데 어떻게 노동운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계기와 과정을 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198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 이후 노동조합 일을 보게 된 거죠. 당시에 보면 회사 내에 권위주의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데서 바른말을 하다 보니까 주위에서 등을 떠밀어 지부장에 출마하게 된 것이죠.
 

‘혁명’ 보다는 다음세대를 위한 균형 역할

- 노조활동이 단순히 회사내 문제나 근로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지부장급이 되면 국가 전반의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까?

제가 노조위원장을 한다고 하니까 다들 너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죠. 우선 내부적인 문제를 계기로 출발했지만 노동문제를 크게 보고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의 스토리를 듣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분 책을 보면 한전에 들어가 서울을 정전시켜서 암흑세계를 만들면 혁명을 완수시킬수 있다는 그런 내용도 있었죠. 사내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려고 하다가 주변의 추대로 노조지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 손학규 전 대표가 했다는 혁명 이야기를 당시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노조활동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손학규 대표 말에 보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한전시험에 떨어졌다는 말이 있었어요. 저는 어쨌든 한전에 들어왔고 그분이 못했던 노조위원장이 돼 스트라이크를 통해 정전을 시키려고 했던 계획도 있었습니다만(웃음) 궁극적으로 우리 다음 세대들이, 우리 자식들이 계속해서 이런 직장에 다닐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부분에서 보면 다음 세대들까지 그러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과 우려가 많이 들었죠. 물론 우리 자식들이 기업인도 될 수 있고, 또 의사도 정치인도 될 수 있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균형 잡힌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당시 회사나 노조 내부의 모순이라든가 불합리한 문제들에 대해 한 두 가지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

그때는 간선제였기 때문에 노조위원장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었고, 반대파가 되면 다른 데로 쫓겨 가기도 하는 이런 문제가 있었죠. 그런 부분에 대한 목소리를 냈고 작게 보면 사업장 내에서 간부들의 부당한 횡포나 형태에 대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저항을 하고는 했죠.
 

- 노조위원장으로서 오랜 활동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점을 꼽으신다면?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그렇지만 동시에 내부의 압력을 더 많이 받는 자리가 아닐까 합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때가 있죠. 많은 사람들은 선명하게 싸우기를 바라는데 리더의 역할은 그럴 때 잘 판단을 해서 옳은 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고, 옳지 않다면 나의 구성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죠.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노동계 내부적으로도 어렵죠. 외부적 투쟁에서는 목소리를 키우면 되는데 내부적으로는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하는 부분이 제일 어렵죠.

- 그간 우리나라의 노조 활동에 대해 전반적 평가를 해주신다면 어떻습니까.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에 대해 ‘과격하다, 떼쓰는 집단이다, 조직 이기주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꽤 있으시죠. 그러나 사실 노동조합을 통해 약자들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결을 통해 생계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누군가는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에도 국회 앞에서 3주 동안 단식도 하고 전 직원이 올라와 집회도 하는 일이 있었는데 모 기업이 노조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를 쪼개버렸어요. 이처럼 여전히 부당함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노사정이 같이 사는 운동을 할 것인가 하는 이런 고민들을 늘 해왔습니다.

김주영 의원이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받은 감사패. 노사정 타협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성과였다.
김주영 의원이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받은 감사패. 노사정 타협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성과였다.

한전 분할·민영화, 투쟁보다 설득으로 중단시킨 첫 사례

- 전력노조위원장, 한국노총위원장을 하셨고 국회의원까지 되셨는데 노동운동가로서는 상당히 인정받고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뭔가 남들과는 다른 노동운동의 철학이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꼽아주신다면?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한전 분할 민영화 매각을 중단시키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청춘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전력산업을 분할해 민영화 하려는 국회 법이 2000년 통과됐습니다. 그 법에 의해 한전이 한수원을 포함 6개 회사로 분할됐죠.

전력산업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고 자칫하면 요금 폭탄이라든지, 공급 불안정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저는 애국적 마음에서 그것은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는 신념이랄까 소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많은 집회를 하고 많은 투쟁들을 해 왔었죠.

그런데 법이 통과돼 진행되는 부분들을 투쟁으로만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노사정위원회 사회 부분 의제로 끌고 간 것이죠. 공동연구단을 구성해 외국사례도 조사하고 해서 그래도 정말 분할 민영화해서 완전경쟁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면 우리도 동의를 하겠다, 대신 외국 사례 가운데 폐해들이 많이 있다면 정부도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청을 했었죠. 그러한 요청을 받아준 게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약 10개월 정도 노조에서 추천한 교수, 정부에서 추천한 교수, 노사정위원회에서 추천한 교수 등 6명이 공동연구단을 구성했고, 당사자로서 산업부 공무원 1명, 우리 노조의 1명 등 모두 8명이 미국을 포함한 9개 나라 32개 기관을 방문조사한 결과 기대편익이 불확실하고 요금 폭등의 요인이 있고 공급 불안정의 요인이 있어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죠. 노동운동에서 잘못된 정부정책을 중단시킨 것은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었고 더구나 파업을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정부정책을 중단시킨 첫 번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민주노총 등은 노동자들의 이익추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외교안보 문제 등 온갖 국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냅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내 자성은 없나요? 아니면 당연하다고 보시는지요?

민주노총과 관련해서는 제가 굳이 언급을 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통일문제 등 사회문제들은 집단이 아니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노총도 그런 목소리를 내왔지만 주한미군 철수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죠. 대신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라든가 남북협력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냈죠.

남북분단문제에 대해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말들이 근거 없는 것도 아니죠. 미국에서 최근 비밀해제된 문서들을 보면 말이죠, 자칫 잘못하면 이데올로기 문제로 빠져 들 수 있기는 하지만 어떻든 사물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듯이 사회문제도 그런 관점이라고 봅니다.

보수와 진보의 보는 관점이 다른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다들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것인데 방법상 차이가 아닐까요. 전력산업 분할 문제도 관료들은 분할 경쟁체제가 답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수직통합체제가 더 효율적이다 라고 보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부존 자원이 없는 나라고 1차 에너지 98%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기적 계통이 고립되어 있고 섬나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민영화 분할매각을 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했던 것도 어쩌면 이데올로기 차원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겁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의 차이인데 말입니다.

 

김주영 의원(좌)이 김범수 본지 편집위원(우)과 대담하고 있다.
김주영 의원(좌)이 김범수 본지 편집위원(우)과 대담하고 있다.

“경제 3요소 노동·자본·토지, 노동은 항상 무시 당해”

- 노동운동을 이끌면서 대화 상대로서 보수와 진보 양쪽을 다 접해 보셨을 텐데 어떻게 다르던가요?

양쪽을 다 봤죠. 보수 쪽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꼭 희생양을 만들었어요. 국민과 노동자들을 격리 시켜 집단 왕따를 시키는 이런 부분들이 공통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기업 선진화, 공기업 정상화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를 보면 그러한 문제를 야기시킨 것은 역대 정권들이지 공기업 노동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노동자들은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죠.

저야 전략산업분야에 종사했으니까 값싸고 질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급하면 되는 것인데 ‘부채가 얼마인데 방만경영을 해서 그렇다’고 비난하면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죠. 그래서 저항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서민들한테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전기요금이 비싸도 쓸 수 있지만 서민들은 전기요금이 비싸면 못 쓸 수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기는 공기, 햇빛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싸웠던 것이고, 보수 정권에서는 공공부문을 매도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기도 했었죠.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분들의 수많은 희생, 우리나라가 압축성장하는 데 있어 노동자들의 헌신도 굉장히 지대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의 주체가 노동, 자본, 토지이지 않습니까? 어쨌든 노동이 국가 경제의 3분의 1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항상 무시당했단 말입니다. 저도 여전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빨갱이라는 소리도 듣고 그랬죠.

- 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귀족노조’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조종사들의 파업이 있을수 있죠. 조종사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 노동자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그분들을 귀족노조라고 할 수 있나요.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귀족노조라는 소리를 듣는데 압축성장과정에서 공공노동자들의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전의 노동자들이 감전되어 죽기도하고, 추락해서 죽기도 하고, 또 전주에 깔려서 죽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사실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62년부터 기록에 나와 있는데 500명 이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지금은 공공부문이 높게 평가를 받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지만 실제 귀족노조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의사들도 협회를 통해 파업을 한 적도 있었고 의약분업 관련해서 아주 격렬한 대치도 있었죠. 노동조합은 어떻게 보면 압력단체이자 이익단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화 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만든 것이다 라는 겁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교수가 되었는데 이사장이나 재단의 횡포에 대항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노조를 만들어 투쟁한다면 그 분들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그것을 귀족노조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보는 겁니다. 왜 그런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어 집단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에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위하여…

- 80년대부터 노동운동을 하셨는데 그 때와 지금 노동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면 노동운동의 성격과 모습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이 그때보다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은 아직 10%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90%는 여전히 노조 없는 삶 속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안전망은 하나도 없잖아요. 그때하고 환경은 분명히 달라졌지만, 여전히 노동의 문제는 열악한 곳이 많다는 겁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 등이 같이 해결된다면 노동자들한테 조금 더 나아지겠죠. 지난번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것을 보면 수익 구조 면에서 대기업이 62% 정도 가져가면 중소기업은 22% 정도밖에 못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처우가 아주 낮을 수밖에 없죠. 노동환경도 많이 바뀌어 일용직 노동자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럼 그런 노동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겁니다.

지금 노동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여러 계층의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저는 모두가 같이 사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지론입니다.

어쨌거나 적정 임금을 줘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셈인데 노동자들이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영업자들도 사실 어려움이 많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 대타협’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수 있을까요?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 있으신지요?

선진국이 될수록 노사정 주체들이 자기 것을 조금씩 내놔야죠.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직을 하더라도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기업은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고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리고 노동자들은 기업을 위해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조건을 만들어 놓고 합의를 이뤄 내는 겁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야 하는데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잖아요. 양극화는 심화하고 불로소득도 많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받게 되는데 그런 것을 조금씩 내놓고 같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기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 21세기 노조 운동의 모습이 변화해야 한다면 그 방향성은 어떤것이 돼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노조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합니다만 실제 파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노조가 너무 과격하게 비춰져 그런 것인데 물론 변해야 하는 점이 있죠. 하지만 그것은 노조뿐 아니라 다 같이 변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노동조합은 과거에 비해 약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조금 나은 편이죠. 여전히 노조가 없는 90%는 어렵습니다.

“점진적 진전과 인식의 전환 필요, 탈원전은 과도”

- 친노조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노동자들의 환경은 실제로 좀 나아졌습니까?

조금씩 진전되어 가는 것이죠. 과거에 비해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고 봅니다. 우선 ‘노동존중 사회’라는 용어를 쓴 정부가 없었잖아요. 그렇다고 노동조합을 존중한다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이 노동존중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대부분 노동을 통해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 인식을 사실 안 하고 있는 것이죠. 현 정부 들어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 온 것은 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사회 문제들이 급격하게 변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죠. 혁명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래도 이 사회는 조금씩 진전해 간다고 생각해 가는데 빈부격차 등을 해소하고 축소해 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리한테 주어진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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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원자력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과도하게 공포를 가질 필요도 없지만 낙관성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3년 후쿠시마 사고가 있었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보니 반경 20km 이내 사람들은 모두 이주한 상태였어요. 공포였죠. 원자력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고 진단 목적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인간과 공존하게 할지는 큰 숙제입니다.

지금 탈원전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고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의무를 지고 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공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인가,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50년까지 프랑스에 건설하고 있는 핵융합발전소 이런 부분들이 상용화가 된다면 앞으로 우리 기존의 전력설비들을 박물관에 가서 봐야 할지도 모르거든요. 신재생도 과거에 비해 효율이 많이 높아지고 있죠. 그러나 아직은 비용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그 비용을 어떻게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들도 같이 해야 할 부분이구요, 단편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업별 노조 체계에서 산별노조체계로 가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교섭 비용을 줄이는 것일 수도 있고, 산별노조는 결국은 우리가 진작에 산별노조 체계로 되었다면 훨씬 더 안정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노동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 문제를 다뤄오셨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 방향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지금은 사고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우리 때는 성인이 되면 당연히 결혼해서 애도 낳고 집도 사고 하는 생각들을 했다면 지금은 일단 결혼 자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결혼을 하려 해도 집문제가 있고 육아 문제도 맞벌이를 하다보니 매우 힘들고 교육 문제가 또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저출산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의 사고도 바뀌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유교적 엄격한 잣대로 결혼을 해서 애를 낳는 것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비혼 출산도 시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이런 것도 이제 나쁘게 봐서는 안 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고민해야 할 문제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 큰 지원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 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한전에서 2004년 이미 했던 것인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쨌거나 누구나 안정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잖아요. 비정규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이런 문제들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도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case by case’로 접근해야 하는데 간단치 않은 문제죠. 어쨌거나 신뢰를 갖고 합의점을 찾으면 언젠가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의 과제

-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분야가 노동부문일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요?

오늘도 5G와 AI 관련 공부모임이 있었습니다. 기술 발전은 되는데 인간과 타협하고 같이 사는 것보다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일자리는 없어지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는 상황인데 어쩌면 고용도 없고 성장도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디지털화가 진전되면 기계화 자동화로 가는데 이제는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디지털의 인간화가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다원화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예전에는 농사를 통해 대가족사회였지만 이제는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시대가 되고 있잖아요. 기업들도 세계적인 분업들을 많이 하고 있고, 과거의 생태계와는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 신뢰를 쌓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성공한 노조위원장’으로서 그동안 어떤 노동운동을 해왔는지 후배들을 위해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신다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저한테 감사패를 줬어요. 원하청 기업간 불공정거래 문제가 큰 이슈가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원가를 다 따져 납품단가를 깎는다든가 하니까 중소기업은 열심히 노력해 원가를 낮춰놔도 제값을 못 받아요.

그리고 기술탈취 문제도 일어나고 해서 이런 문제 등 원하청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한국노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그것을 제가 제안을 했는데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이 사는 운동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지금까지 전력산업민영화 문제도 노사정 타협의 결과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즉 상생의 결과로 이런 감사패를 받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노동운동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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