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금을 보면 국운이 읽힌다... 세금의 본질은 ‘강제노동’
[이슈분석] 세금을 보면 국운이 읽힌다... 세금의 본질은 ‘강제노동’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8.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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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 부동산 대책 반대 시민들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있다. / 연합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 부동산 대책 반대 시민들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있다. / 연합

지난 7월 22일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크게 보면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업과 서민층 세금은 줄이고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 세 부담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동산 3법’ 개정안이다. 다주택자의 세부담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관련 부동산 세법이 그것이다.
 

추락하는 한국의 조세 경쟁력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 중과세율을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높여 최고 6%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에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하고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p 더 높여 2주택자는 20%p, 3주택자는 30%p를 중과하기로 하는 등 최대 72%까지 내도록 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법인의 주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조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답습한다는 점에 있다. 다주택자는 보유한 주택을 전월세 임대로 공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주택자가 부동산 투기의 주범이라는 비현실적인 예단이 결국 이들의 세금을 전월세에 전가시켜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 가격 상승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이를 다시 전월세 상한제 등으로 묶는다지만 이럴 경우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베를린에서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임대 주택의 고급화 경향을 불러오기 쉽다. 즉 실제 상승 압력에 놓인 임대료를 집주인들이 받기 위해 신축과 리모델링에 고급 인테리어 등을 통해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높여 받는 것이다.

결국 이전의 임대료로는 더 낙후된 전월세 주택을 구해야 하는 것이 서민들의 선택이 된다. 도심 외곽은 이로 인해 슬럼화된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이로 인한 세금이 만드는 악영향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경쟁력지수는 2016년 12위에서 2017년 15위, 2018년 17위로 하락했다. 최근 2년간 하락 폭은 슬로베니아(-6위)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조세 국제경쟁력지수(The 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란 미국 Tax Foundation이 OECD 35개국 조세제도를 대상으로 경쟁력, 중립성 등을 평가한 조세 경쟁력 순위다. 조세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안을 통해 미국의 조세경쟁력지수는 4계단이나 크게 상승되었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35%→21%), 다국적기업의 세부담 경감 및 해외소득유보 방지를 위한 해외자회사배당소득 과세 면제, 상속증여세 공제금액 2배 확대 등이 핵심이다. 한국의 조세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 국가의 조세제도는 그 국가의 흥망성쇠와 맞물려 있다.

영국 왕립학술원 연구원인 사빈(Sabine) 교수가 1980년에 출판한 ‘세금의 略史’(A short history of taxation)에는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국가의 흥망에 세금이 어떻게 관련됐는지 흥미로운 서술이 있다. 이 내용은 전태영 경상대 교수가 ‘세금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설명한 바도 있다. 어느 국가든지 세금을 거둔 만큼 쓴 국가들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쓴 만큼 세금을 거두게 되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월 30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임대차 3법이시행된다. / 연합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월 30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임대차 3법이시행된다. / 연합

아테네와 로마의 국운을 좌우했던 세금

아테네는 초기에 작은 정부로 출발했다. 아테네에는 liturgy라는 부자의 기부의무가 있었는데 전체 시민의 약 4%에 달하는 3달란트 이상의 재산가들이 전함관리, 축제 경비, 체육행사 경비, 연극 비용 등을 순서를 정해 자발적으로 부담했다고 한다. 이 부자들은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대신 국가 운영의 경비를 부담하고 급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테네 시민들의 조세부담은 매우 낮았다. 이러한 아테네의 BC 5~4세기는 황금시기였다.

아테네는 이후 큰 정부를 지향하며 몰락의 시대로 접어든다. 구제기금, 배심원 수당, 의원수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예산이 소비적으로 지출됐다. 무엇보다 정치적 자리를 얻기 원하는 사람들이 표를 얻기 위해 분배주의를 부추겼다. 결과는 소비성 지출의 과다로 아테네는 전함을 수리할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시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낮은 세금에 익숙해 있던 시민들은 조세를 회피했다.

결국 아테네는 전쟁비용을 조달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아테네 황금시기의 몰락은 그렇게 찾아 왔다.

로마는 제국의 전성시대에 전략적으로 낮은 세금 정책을 썼다. 로마는 세금 걷는 일을 총독이 못하게 하고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직접 지방 수령들과 협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들은 인두세와 재산세만 정하고 다른 일체의 세금을 총독들이 걷지 못하게 했던 것은 유명하다. 그 결과 속주들은 이방의 높은 세금보다 세율이 낮은 로마로 속속 결집했다.

그러한 낮은 세금 정책이 팍스 로마나의 기초가 됐다. 하지만 로마는 주변 세력의 도전에 직면해서 일대 시련을 겪게 된다. 동부의 사산제국, 북부의 게르만인의 공세가 심해지자 로마로서는 수비적인 전쟁에 소요되는 전비가 급증했다. 이때 은화의 함량을 떨어트리는 방법으로 통화의 평가절하가 만연했다.

당시 정상적인 데나리온의 은 함유량은 50%였는데, 이것이 5%로 하락할 정도여서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러자 디오클레아티누스 황제(284~305)가 시급히 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개혁의 방향은 잘못됐다. 시중에 내린 가격 동결 명령은 지켜지지 않았고 토지세를 개혁했으나 그 내용이 하도 복잡해 토지를 평가하는 세리의 수가 급증했다. 그 결과 농민의 부담만 증가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농민들이 세금부담으로 토지를 떠나기 시작하자 로마는 농민들의 직업과 이주의 자유를 박탈해 버렸다. 그 결과 경작지 감소와 세금수입이 감소했고 개별가구의 세금은 증가했다. 결국 더 잃을 것이 없는 농민들이 이방인의 지배를 환영하기 시작하면서 로마는 멸망했다.

로마는 초기의 낮은 세율로 인해 번성했지만 결국 전비 조달을 위해 통화조작을 함으로써 파탄에 이르렀고 합리적인 조세 정책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농민들이 제국에 등을 돌리면서 로마는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머레이 라스바드는 세금에 대해 ‘국가가 부가하는 강제노역’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대에는 노역도 일종의 조세였다. 누구든 자신이 번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그 부족분을 보충하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은 원하지 않는 노동과 같다. 그런 강제 노동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세는 법으로 정하고 ‘대표없이 과세없다’는 조세 정의가 납세자 주권으로 이어져 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조세정책이 민심에 역행한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는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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