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중국 공산당 위기의 시작일까?
[이슈포커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중국 공산당 위기의 시작일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08.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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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해방군 소속 신분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한 중국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으로 숨어들자 미국은 휴스턴 소재 중국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21일(이하 현지시간)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쫓기듯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폐쇄한 중국총영사관에는 미국 연방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중국 측은 기밀서류는 모두 파기했겠지만 공관에 설치한 전파방해 장치와 감시용 도청시설은 모두 철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이 올린 트윗에 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휴스턴의 중국총영사관은 스파이 소굴”이라며 “시한 내에 총영사관을 폐쇄하지 않고 직원이 남아 있다면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이 자국 내에서의 스파이 활동 거점 중 하나로 간주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휴스턴 중국총영사와 외교관 2명이 공항에서 중국인 여행객을 데려간다며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다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파괴공작에 가담한 적이 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에서 연구 성과를 훔치는 근원지”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휴스턴 총영사관을 공세적인 첩보공작의 허브로 사용한 정황이 의심되며 폐쇄 명령은 중국 공산당 정권에 경고하는 차원”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도 신문에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미국 대학으로 유학 보내는 식으로 공작원을 침투시키는데 휴스턴 총영사관도 그런 공작의 주요 중심지”라고 소개했다.

같은 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뿐만 아니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곳(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거점”이라며 “그곳은 외교시설이 아니라 미국에 잠입한 스파이들의 공작센터다. 진작 폐쇄해야 했다”며 관련자들의 체포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상원의원들의 주장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7월 24일 확인해줬다. 미 국무부와 법무부,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들은 24일 브리핑을 갖고 “미국 내 중국 공관이 다른 지역에서도 간첩 활동과 다른 악의적 활동을 벌이지만 휴스턴 총영사관의 경우에는 최악이었다”며 “그들의 간첩활동은 도(Red line)를 넘어섰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와 공화당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은 간첩망 핵심 거점”

브리핑에 참석한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의 간첩 활동 가운데는 코로나 백신 연구 성과와 관련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중국 당국과 연관이 있는 해커들이 코로나 백신 연구 결과를 해킹하려 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해킹 시도를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러나 중국은 거기서 그칠 줄 몰랐고 결국 중국인 해커 2명이 지난 21일 미 사법당국에 기소됐다. 미 사법당국은 이들이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 국가안전부(MSS)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공산당은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미국 측의 지적을 비난했다. 중국은 “폐쇄 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관영매체를 통해 “당에서 미국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주장과 달랐다. 7월 21일 NBC, 폭스뉴스 등은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안뜰에서 대량의 문서를 쌓아두고 불태우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은 총영사관 인근 고층빌딩에 있던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찍은 것이었다. 영상에서는 문서 더미가 불타는 모습이 선명했다.

게다가 중국총영사관 측은 시민들의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휴스턴 소방대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를 두고 폭스뉴스 등은 “중국 측이 총영사관 폐쇄 이후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기밀문서들을 불태우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아무런 해명도 않았다.

그러나 중국 측은 21일 저녁부터 22일 새벽까지 문서를 불태웠다. 아무리 총영사관이 오래되고 직원이 많다고 해도 밤새도록 불태울 정도로 기밀문서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정부에 보여서는 안 될 일을 많이 했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중국 공산당의 주장보다 미국 정부의 발표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다.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린 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 대응 브리핑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대사관(영사관을 잘못 말한 것)을 추가로 폐쇄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곳(휴스턴 총영사관)에서 불이 났다고 하던데 무슨 일인지 나도 궁금하다”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간첩 행위를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그의 측근은 폐쇄 명령 며칠 전 경고를 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 7월 1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 공관이 폐쇄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격찬했다. 바 법무장관이 중국의 의도대로 움직이며 친중적 행보를 보이는 기업과 유명 연예인들을 비판한 것이 칭찬 대상이었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실체를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정치권과 사법당국의 분노는 더 이상 언론이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8일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발언은 현재 미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미국 사법당국과 정보기관이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날 미국 우익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웹비나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악의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미국 내 중국의 악의적 활동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중국이 올해 미국 대선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중국은 간첩 활동, 사이버 범죄, 협박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경제적·기술적 우위를 빼앗으려 한다”고 지적한 레이 국장은 “중국의 위협은 선거(정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1년 내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 국장은 “현재 FBI가 수사 중인 5000여 건의 방첩 사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중국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는 지금 10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방첩수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 정부는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서 벌이는 ‘여우사냥’을 주권 침해 관점에서 보고 있다. 여우사냥이란 중국 공산당이 해외도피한 부정부패 사범을 잡는다며 이름 붙인 작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부패 등 체제의 치부를 알고 해외로 망명한 사람을 중국으로 끌고 가거나 자살하게 만드는 공작이다.

여우사냥은 해당 국가의 주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벌인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 정보기관이 저지르는 불법공작 범위를 넘어선다. 중국에 남은 가족을 인질로 회유한다는 점에서 인권 유린 또한 문제다. 레이 국장이 연설에서 여우사냥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면에서 중국을,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을 박살내는 전략 구사를 예고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15일 뉴욕타임스 보도다. 신문은 이날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과 그 가족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에 머무르는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의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이 다른 나라에 적용된다면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독재국가다. 중국 공산당원 수는 약 9000만 명. 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최소한 3억 명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된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늘 말하는 ‘샤오캉(小康) 사회’에 부합하는 중국 중산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지금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고 해외물품을 사들이는 중국인들, 미국이나 일본, 유럽, 한국 등에 유학을 가고 투자를 하는 중국인의 절대다수가 공산당원과 그 가족이다. 이들이 미국 땅에 발을 못 붙이게 한다는 말이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덕분에 부자가 된 미국 정치인과 관료들이 격렬히 반발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해당 정책을 당장 실행하는 게 아니라 검토 중”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스촨성 청두 미총영사관 현판을 떼내고 있는 모습.  미 정부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스촨성 청두 미총영사관 현판을 떼내고 있는 모습. 미 정부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FBI 국장 “중국, 연중 내내 미국에서 악의적 활동 벌여”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기획하는 전략가가 누군지, 누가 그의 말을 존중하는지 듣는다면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입국 금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 명령이 내려진 뒤 워싱턴타임스는 국무부에 근무하는 한 중국계 미국인을 주목했다. 1962년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1985년 미국으로 유학 온 뒤 눌러앉은 위마오춘 국무장관 중국정책수석고문이 주인공이다.

신문에 따르면 위마오춘 수석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물론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담당 차관보로부터 ‘국가적 보물’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전략 기획을 총괄한다. 이번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조치도 위 수석고문이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위 수석고문이 오래 전부터 누차 강조해 온 대중국 전략의 핵심이 “공산당의 말은 곧이곧대로 듣지 말라”는 것과 “공산당은 인민으로부터 고립되면 자멸한다”는 것이다. 위 수석고문은 “중국 공산당 체제는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단히 취약하다”며 “특히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로부터 분리·고립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지적해 왔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중국 공산당원과 그 가족의 미국 입국 금지 정책은 그 시작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을 인민과 분리시키는 정책은 시작이지만 트럼프 정부 고위관계자는 모두 위 수석고문의 대중국 전략에 공감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마크 애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공식 석상에서 시진핑을 칭하는 말은 ‘공산당 총서기’다. 국가주석으로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바꾸는 것은 중국인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며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수석고문의 주장처럼 9000만 명의 중국 공산당과 14억 중국인을 분리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공산당 또한 트럼프 정부가 위 수석고문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속내를 SNS를 통해 자주 전하는 선전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저 중국인에게서 나왔다”면서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은 가짜 학자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끄떡도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 사법당국과 정보기관 고위관계자가 브리핑을 한 날 쓰촨성 청두의 미국총영사관에 72시간 내 폐쇄를 명령했다. 중국 공산당은 선전매체를 통해 이 명령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런 사태가 빚어진 모든 책임은 미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화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내놨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중국 공산당에 매우 불리하다.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이 미 사법당국에 기소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연구원을 숨겨준 일이 대표적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 7월 24일 “탕주안 연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탕주안은 FBI에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인민해방군 의대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FBI가 지난달 26일 소환해 조사한 뒤 탕주안 연구원은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에 숨어 있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총영사관에 숨어 있던 탕주안 연구원은 “공관 추가 폐쇄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바깥으로 나와 체포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은 휴스턴보다 몇 배나 많은 중국 간첩들의 활동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공산당은 탕주안 연구원 한 명으로 이곳의 폐쇄를 막아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휴스턴 다음 차례로 샌프란시스코를 겨냥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를 시작으로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서의 동맹국 위협, 미국 내 반트럼프 활동 지원,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일어난 폭동 당시 중국인들의 개입과 참여 등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을 용서할 수 없게 하는 명분을 만들어 줬다.

내년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미국이 앞으로 계속 중국 공산당과 인민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나간다면 시진핑 총서기와 중국 공산당은 내년에 가장 암울한 창당 기념일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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