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터뷰] 김세연, “나는 자랑스러운 보수… 통합당 갈 길 멀다”
[미래인터뷰] 김세연, “나는 자랑스러운 보수… 통합당 갈 길 멀다”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8.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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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정리·사진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부산시당 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 요직을 맡고 있던 40대 나이의 김세연 3선 의원이 지난해 11월 돌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총선 승리를 이뤄낼 수 없고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라는 설명과 함께.

그는 당시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당의 전면 개편을 주장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 지도부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물론 한국당 의원 전체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그의 진단은 옳았던 것일까?

<미래한국>이 7월말 김세연 전 의원을 만나 통합당에 역사적 참패를 안겨준 지난 총선에 대한 회고와 향후 보수 정당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김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체제에 대해 '대안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통합당이 비대위 이후 원위치 할 가능성이 있고 아직 자기 실력으로 집권이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내년 서울시장 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30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해 내리 3선을 하다가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시고 쉬는 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청년단체들이 활동하는 데 옆에서 응원도 하고 자문도 하는 일을 하고 있구요, 특히 ‘어젠다2050’과 관련해 데이터를 물건의 유형에 추가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법상에 데이터를 물건 유형에 추가하면 데이터3법 같은 특별법으로 규정할 필요 없이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데이터 생산자인 개인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지난 국회 마지막에 발의를 해 놓고 나왔는데 미래통합당은 아니지만 다른 의원실에서 추진하는 데가 있어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데이터청 설립 문제(본지 지난 628호 커버스토리)와도 관련이 있을까요?

데이터청과는 좀 다릅니다. 데이터청은 잘 못 풀리게 되면 민간까지 국가가 전부 다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데이터에 한해서 데이터청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일종의 공공자산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이 만들어낸 개인정보는 사유재의 성격입니다.

개인정보가 아닌 공공데이터는 국민 전체의 기본재산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자산형태로 사용되는 데이터청이라면 몰라도 중국처럼 개인정보까지 다 막으라는 방향으로 풀리면 안 되겠죠. 아직 데이터청은 제목만 있고 각론이 없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데이터의 ‘물건化’·기본소득제·가상 자산 현실화 등  2, 30년후 준비 중

-기본소득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지난 6월부터 기본소득 연구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보수층에서는 기본소득제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지만 앞으로 인간이 더 이상 노동을 할 거리가 없어지는 시대에 시장경제 체제가 작동하도록 기본적인 자유경제 체제를 재설계함에 있어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합니다.

당장 몇 년 안에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10년 내지 20년이 지나게 되면 불가필 것이기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부의 기존 기능과 규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본소득을 추가하게 되면 순식간에 재정파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보수정당에서 기존 정부의 기능과 규모를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소득제 이행 방안을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가상세계에서 발생하는 자산과 소득에 대해 현실세계에서 화폐로 바꿀 수 있도록 가교를 설치해주고 가상세계의 자산과 소득에 대해서 정부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간의 사회경제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어젠다 2050’에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2,30년 후 닥칠 세계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연구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머니를 현실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지금은 일자리가 제대로 안만들어지는 환경입니다. 청년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인데 말이죠. 정부에서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다 보니 그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도 없고 질도 형편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유지하려다 보니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데 결국 그것은 국민 혈세이고 또 미래세대에 빚으로 남게 됩니다.

김세연 전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은 중도·개혁 성향의 여야 의원들이 두루 참여한 연구모임‘ 어젠다2050’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김세연 전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은 중도·개혁 성향의 여야 의원들이 두루 참여한 연구모임‘ 어젠다2050’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 ‘어젠다 2050’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김 의원님의 주도로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김종일 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이 모인 국회내 연구단체로 아는데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군요.

2016년 설립 당시 문제 인식은 4차 산업혁명 이후에 기술혁명으로 인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노동의 본질이 변한다는 생각인데요, 즉 노동의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변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개인이 소득이 없어지면 소득세 재원 자체가 말라붙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복지제도가 현재와 같이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고용보험이라는 것도 보면 고용상태가 정상적이고 실업상태는 일시적이라고 보고 사회보장보험형태로 만들어진 것인데 고용이 아예 근원적으로 없어지고 있는데 실업상태의 국민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 재원 마련과 유지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겁니다.

2018년부터 고용보험이 적자가 나기 시작해서 이대로 가면 유지 자체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런 변화하는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처방하면 엉뚱한 답이 나오겠죠. 노동 고용 복지 조세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교육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개별 분야별로 대안을 내기보다는 복합적으로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것이 어젠다2050입니다.
 

- 김 의원님은 당내 가장 개혁적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고 누구보다 탄탄한 지역 기반이 있었는데 지난해말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결정이나 발언에 대해 후회는 없으신가요?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불출마 결정이나 당시 발언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공직의 짐을 벗게 되어 사실 부담감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입니다. 공직에 있을 때는 본질보다 형식에 얽매었지만 지금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다가갈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불출마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당시 6명의 청년 당협위원장들이 당 해체를 포함한 전면적인 당개혁을 선언한 데 대해 당은 경청의 자세는 커녕 배후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황 인식과 대처 방법에 대해 당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이제 회복이 어려운 상태까지 갔다고 봤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청년당원과의 모임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반응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당시 김성찬 의원님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셨죠. 그리고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에 ‘자유한국당에 고함’이라는 글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보면서도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에는 표를 주지 못하겠다는 일관된 인식을 당은 알지 못했습니다. 자각 또는 인지가 되어야 행동의 개선이 이뤄질 텐데 일단 자각이 없으니 이 상태로 가면 작년말 기준에서 볼 때 총선과 다음의 대선과 지방선거도 승산이 없다고 보고 억지로 연명하면서 국가적인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기보다는 빨리 해체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로 새출발을 해야 나라가 급속히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 보니 인적 대단절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간판을 그대로 걸고 현역의원들만 전부 다 갈아버리는 것도 충분치 못하고, 간판만 바꿔 다는 신장개업 형태로 똑 같은 사람들이 다시 모여봤자 본질적인 변화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는 해체, 의원 개인 차원에서는 불출마 선언을 주장한 겁니다.

“불출마 후회 없다. 한국당-통합당 국민 공감 잃어”

- 당시 의원님이 전격 선언 이후 당내외에 큰 교감이나 후속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의원들과 연대나 사전 조율 없이 단독 행동을 했던 건가요?

이전에는 연대를 통한 행동을 여러 차례 했었죠. 개별적인 생각이나 지향점은 달랐을지라도 탄핵 국면에서 비슷한 인식을 가졌던 30여 명의 의원들이 바른정당 신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행동을 한 적도 있는데, 연대를 통한 행동도 결국에는 당의 뿌리 깊은 반성을 바꾸지 못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몇몇 목소리를 내던 두서너 명의 의원들이 있었지만 함께 행동하기에는 너무나 기반이 위축된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침묵하고 지나게 되면 지나서 볼 때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 사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독 행동으로라도 내부의 문제를 바깥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정상적인 보수당이 아니라 극우정당화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로 봤습니다. 내부에서 강한 경종을 울려 그 주파수에 감응하는 당내 구성원들이나 당 외부의 시민들이 호응하면 뭔가 다른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복합적인 의도가 있었습니다.

김세연 전 의원(우)이 김범수 본지 편집위원(좌)과 대담하고 있다.
김세연 전 의원(우)이 김범수 본지 편집위원(좌)과 대담하고 있다.

- 당시 의원님의 표현 중에 당에 대해 ‘역사의 민폐’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너무 나간 것이 아니냐는 당내외 비판이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돌이킬 용의가 있으십니까?

워낙 많은 분들이 그 부분 지적을 하셨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제를 해서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표현에 대해 어떤 타협이나 수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역사의 민폐라는 의미는 정상적인 상황 같으면 무능과 독주가 계속 되고 있는 집권세력의 임기가 절반이나 지난 시점에서 치른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보수정당의 지지자 입장에서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번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넘어선 적도 없고, 세대별 연령별로 보면 4:1, 5:1까지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는지에 대한 감수성이나 자각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거나 어떤 정책을 만들건 국민들과 공감이 안생기는데 선거에서 이길 수 없죠.

이렇게 나라를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책임은 집권세력에 있지만 그에 버금가는 책임이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저는 봤습니다. 스스로 무능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들의 강한 주장을 광화문 광장에서 함성만 외치면 마치 의무를 다한 것인 양 여겼던 것입니다. 흔히 당에 대한 기여도를 많이들 언급하는데 광화문에 군중 동원을 많이 한 것을 당에 대한 기여도라고 치환해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광화문에 많이 모이면 국민들이 우리한테 표를 많이 줍니까?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절망을 느끼고 대안을 찾고 싶은 국민들에게 대안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좌파독재저지’라는 말도 본질적으로는 맞지요.

그러나 대중들과 소통하는 관점에서 우리가 중간층 표를 얻지 않고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중도층이 도망가는 표현만 골라서 했던 것입니다. 성숙하고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은 안보이고 과격하고 극단적인 모습만 보여 줬습니다. 이런 부분을 비판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한국당의 트라우마·탄핵, 친이 친박 계파 투쟁

- 극단적이라고 한다면 당내에 그러한 ‘비정상적’이고 ‘극우적’인 모습이 어느 시점부터 드러났다고 보십니까?

탄핵사태 이후 트라우마가 그런 방향으로 사고와 행동을 유도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당시 122명의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과반이 넘는 수가 탄핵에 찬성하면서 국회에서 의결된 것인데, 당시 국민 80% 이상이 정치적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도 있었구요, 탄핵 이전에 국민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다운 시킬 수 있는 시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매번 그것이 봉쇄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당이 통합되지 못하고 탄핵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한 점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탄핵 이전에도 이른바 친이 친박의 부작용이 심하지 않았나요.

정당이라는 정치결사체 측면에서 보면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주고 갑니다. 그런데 18대 19대 친이 친박에 의한 상호 학살공천이 한번씩 있은 이후에 타협점과 균형을 찾았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비주류의 존재를 사실상 말살시키려는 시도를 주류 측이 시도하면서 당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봅니다.

21대에 와서는 계파구도는 완전히 허물었다고 자부합니다. 어떻든 간에 탄핵은 당내 다양성과 균형이 깨지면서 당내 의원 절반 가까이 찬성할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바른정당 창당을 하면서 중도보수, 합리적인 보수성향의 의원이 대거 결별을 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당명을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꾸면서 트라우마와 피해의식이 행동으로 발현될 때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면서 2년여가 지나가게 된 것이죠. 그리고 김병준 비대위원장 시절에는 어느 정도 온건화 정상화가 되고 있다가 그다음 지도부가 들어서서는 급격히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통합당 참패 예언 적중, 그 책임은?

- 결론적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보수당은 의원님의 예견대로 참패를 했습니다.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맞았는데 또 한가지 패인으로 공천 문제가 지적됩니다. 의원님은 공천위원으로도 참여하셨지요.

제가 지난주 통합당 공천백서 TF에서 공관위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해서 말씀을 드리고 왔는데요, 그때 이번에 출마하셨던 분들과 일반 국민들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해봤더니 패인에 공천 잘못이 높이 랭크되어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가 공관위 참여를 결심한 이유는 당 해체와 의원 전원 불출마를 주장했으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면 어느 정도 현실을 감안해 보수정당이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그것이 공천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공관위에서 입장에 대한 발언을 딱 두 번 했습니다. 첫날에 왜 참여하게 되었는지 하고 마지막날인 3월 27일 등록 마감일인데, 그날 저녁 페북에 ‘이렇게 전권 부여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줄 알았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스럽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최고위에서 당헌 당규에 위배되는 초법적인 결정을 마구 했는데 어떻게 제동을 걸 방법이 없었죠. 후보등록 마감날에 최고위에서 후보들 경선을 시키고 했는데 사실 최고위에서는 경선시킬 권한이 없습니다. 아무튼 공천이 문제였다는 인식도 세분해서 보자면, 첫 번째 지역구 공천 파동도 있었습니다.

비례대표 공천도 명단이 완전히 갈아 엎어지는 파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래한국당 대표가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지역구 사천 논란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경제인 영입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오디션을 통해 확정된 인물마저 최고위에서 무단으로 바꾸는 일도 있었습니다.

후보 등록 당일에 여론조사 경선 측에 부합하지 않는 ARS로 최고위가 공천에 부쳐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고위는 공천안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최종의결권과 재의요구권은 있어도 공천안 작성권은 온전하게 공관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당헌을 깨버리고 파동을 일으켰고 중간에 막말 논란도 있었죠. 이런 사태들이 거듭되면서 중진들의 지역이동 이런 부분도 보면 한 두 군데는 비난을 받을 부분이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알려진 부분과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 공천과정의 문제로서 공천위원 중에 수도권 출신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특히 수도권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그런 지적은 PK 지역에서도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공천 결과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수도 없고 비판도 있어 왔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워낙 제한된 기간 안에 우리가 출발도 늦었고, 중간에 통합과정도 있었고, 전례 없는 대규모 2차 모집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 과거에도 공천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으셨지요.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이번 공관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하시겠습니까?

18대 때는 주류인 친이와 비주류 친박간에 밀실 합의가 있었구요, 19대 때는 그런 구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19대 때는 최소한의 비주류에 대한 공간이 있었는데 20대 때는 거의 말살하는 쪽으로 폭주가 있었습니다. 21대 때는 계파 관념이 없이 접근이 이뤄졌지요. 김형오 위원장이 당적을 안 갖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계파에 대한 것은 전혀 없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당이 망가진 가장 큰 원인은 계파간 뿌리 깊은 갈등에 있었다면 이번 공천은 그 계파에서 탈피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당 김종인체제의 ‘희망고문’ 가능성, 비대위 이후 이전 상황으로 원위치 될 수 있어”

- 어찌 됐든 지난 총선에서 보수 통합당은 참패했고 선거 이후 비대위가 구성돼 운영 중입니다. 지금의 미래통합당을 바깥에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제일 안타까운 것은 금년초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함께 했던 정당이나 시민단체 새로운 보수당, 전진당, 가치오름, 젊은보수, 시민사회단체 통추위 등 이런 재야 세력이 합치면서 과거 자유한국당의 극우화된 모습을 상당 부분 중화시키면서 외연 확장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자유한국당이 이름만 바꾼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죠.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통합 시너지를 거둘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날려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는 제1야당을 비교적 잡음 없이 이끌 수 있는 분으로서 김종인 위원장 외에는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나고 나면 다시 인식이나 행동 패턴이 원위치 할 가능성이 우려가 됩니다.

인적 구성을 미래한국당 기준으로 보면 43퍼센트, 자유한국당 기준으로 보면 53퍼센트 규모의 현역 교체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일종의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비대위 체제가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또다시 원위치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직 집권세력으로 인정받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예를 든다면 지금 집권당이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 대안으로 미래통합당이 내놓는 정책도 없다는 겁니다. 그저 조건반사적 비판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정책 대안이라고 하는 것도 고도성장기에 우리가 하던 정책을 표현만 바꿔 내놓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결국 당이 문제가 있다는 자각이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재탄생에 이르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 의원님의 이러한 생각이 일리가 있더라도 당내 열성당원들이나 태극기 애국세력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겠습니까?

제일 어려운 지점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구와 대립하거나 대립 구도 속에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던 사람인데 의정활동을 하면서 저의 인식을 왜곡하면서 표현하는 것은 안 되겠다 싶어 구구절절한 표현보다는 핵심적인 표현을 강하게 하다 보니 마음을 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인 좌파정권에 대해서는 왜 비판을 하지 않느냐는 것도 압니다. 그것은 99명이 나서서 상대진영에 대해 비판하는데 제가 마지막 100번째로 하나 안하나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도 상대진영에 대한 비판의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잘 기사화 되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문제점을 자각도 못하는 정당에 국민들이 표를 주겠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은 모르고 있어도 문제고, 알면서도 이야기를 안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사랑했던 보수정당에 대해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나는 선명한 보수, 당명도 '보수당'으로 바꾸자...그럼에도 보수를 비판하는 이유"  

- 김 의원님의 이념적 좌표와 정체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랑스러운 보수입니다. 보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펙트럼으로 보면 선명한 보수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표현을 소개할까 합니다. 중도보수에서는 보수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하는데, 극우화된 보수에서는 보수라는 용어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우파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강요한다는 겁니다.

현실정치에서는 보수정당이 워낙 밉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당분간 정치 현실에서는 이념을 다소 뛰어넘어 확장성을 가지는 네이밍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보수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당명도 보수당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 실력으로 집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자기 실력으로 집권은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중간투표자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변수가 있다면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반사이익이 있다면 우리가 요행으로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온전히 우리 자력으로 승리하는 것은 7~8년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왜 맥빠지는 이야기만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듣기 좋으라고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거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있는 분들이 상당 부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씀드린다면 인적 구성적 측면에서 완전히 개혁적인 인물이 주도하는 보수정당이 되려면 23대 총선에나 가서야 본격적으로 원래 실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내년 보궐선거 참여 가능성은

- 언론에서도 일부 언급되었는데 내년 부산시장, 서울시장 등 보궐선거에 의원님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보도도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권유나 조언을 해 주시는데 공관위에 참여한 것도 당 해체를 주장했던 사람으로 마지막 의무감으로 한 것입니다. 지금 제가 당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공직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공직선거에 출마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권에 대해서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직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불출마 선언에서 밝혔듯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민정치교육과 확산과 정치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누가 공직을 맡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민과 정치의 간격을 좁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시민들이 정치인을 공직자로 뽑아놓고 나몰라라 하거나 또 그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선출직 공직을 하나의 신분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의전을 받다 임기가 끝나 못 받게 되면 마치 자신의 인격이 저하된 것처럼 오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다음 총선에 무조건 당선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시민과 정치인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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