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논란만 가득, 지지부진한 박원순 성추행 사건
[이슈분석] 논란만 가득, 지지부진한 박원순 성추행 사건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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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여권 분위기 속 경찰 수사, 인권위 직권조사 등 모두 늑장 대응 논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앞 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요청서를 들고 있다. / 연합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앞 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요청서를 들고 있다. / 연합

지난 7월 8일 성추행으로 피소된 후 14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가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

8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미래통합당 측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권 전체 분위기가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여가부는 7월 14일 내놓은 첫 입장문에서 박 전 시장의 비서를 피해자가 아닌 ‘고소인’으로 칭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박 시장의 발인이 엄수된 7월 13일 오후 피해자인 전 비서 A씨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이날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피해자 인권 회복의 첫걸음”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박 시장은 비서직을 맡고 있던 피해자에게 4년에 걸쳐 성추행 행위를 지속했으며 서울시는 피해자의 도움 요청을 묵살했다.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 개최 이후 7월 16일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 4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가세연은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을 포함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등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분석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박 시장 유족 측의 소극적인 태도도 사실상 수사에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경찰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한 지 이틀째 되던 지난 7월 24일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게 명백한 만큼, 굳이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준항고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날 경찰은 박 전 시장 휴대전화를 봉인(封印)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박 전 시장 사망 현장에 있던 업무용 아이폰을 분석해 왔지만 법원에서 압수 수색 영장을 기각당하면서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망 원인 확인’ 용도 이외에 ‘피고소 사실 유출’이나 ‘서울시 직원들의 성범죄 방조’ 등에 대한 수사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런 상태에서 분석 작업 자체마저 중단당한 것.

박 전 시장에게는 원래 휴대전화가 총 3대 있었는데 경찰은 나머지 2대에 대해서는 기기 자체는 물론이고 통화 내역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늑장 대응한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7월 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한 인권위는 피해자 A씨 측이 여성단체와 함께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지 근 한달 만에 직권조사에 착수해 논란을 자초했다.

여성운동 일각에선 국민감사청구 진행

서울신문은 8월 7일 사설을 통해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호소 이후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인권 수호의 보루인 인권위가 이제서야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은 늑장 대처,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이런 가운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규명 작업이 경찰 수사,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에 더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진행될 전망이다.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청구인 연명부를 첨부해야 한다. 연명부에는 성명,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야 한다. 뉴시스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조건이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를 위한 국민 5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8월 19일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 소장은 7월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감사청구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감사청구의 대상은 서울시이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인 전 비서 A씨 측이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20여 명에게 피해를 털어놨다고 주장하는 만큼 서울시를 대상으로 감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신 소장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다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사용한 업무용 휴대전화의 경우 서울시 재산이기 때문에 서울시 감사를 위해 휴대전화를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를 위해 공공기관의 재산을 감사원이 살펴볼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로 고발된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8월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김 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이자 고발 당사자가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김 원장을 상대로 비서실장 재직 당시 피해자 A씨가 피해와 관련된 고충을 호소한 사실을 알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비서실장직을 수행했다. 해당 기간은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근무 기간(2015년 7월∼2019년 7월)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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