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사기형 사모펀드, 감독 부실이 사고 키웠다.
[전문가분석] 사기형 사모펀드, 감독 부실이 사고 키웠다.
  •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前판사
  • 승인 2020.08.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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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안

최근 사모펀드, 특히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약 1년 정도 기간에 환매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5조 원이 넘는다. 이러한 상황은 일부 펀드의 부실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고, 한국형 헤지펀드의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검색해 보면 그 규모가 400조 원대라고 소개하는 문건도 있고, 30조 원대라고 소개하는 문건도 있다. 신문기사를 보더라도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내용으로 다르게 소개되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전체 규모는 문화일보 기사와 같이 2019년 기준 416조4000억 원이다. 조선일보 기사의 30조 원은 전문사모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만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중 공모운용사와 증권사가 운용하는 펀드, 부동산·특별자산펀드를 제외한 사모펀드의 규모가 32조1000억 원이다. 전문사모운용사는 217개에 이르고(2019년 기준), 2019년에 신규진입한 전문사모운용사도 51개나 된다.

최근 1년 사이에 환매중단된 펀드는 22개, 5조60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을 전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416조의 일부라고 봐도 심각한 사태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 환매중단된 펀드의 상당수가 전문사모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조7000억 원이 환매중단된 라임자산운용, 8800억 원이 환매중단된 알펜루트자산운용, 2700억 원이 환매중단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모두 전문사모운용사이다. 최근 5500억 원이 환매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부동산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이다.

사모운용사 설립요건, 판매사 규제 강화해야

이렇게 본다면 약 32조 원 규모의 전문사모운용사 펀드 중 수조원의 환매중단이 발생한 것이고, 그것도 32조 원 전체가 아니라 만기가 돌아온 일부 펀드 중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2015년 규제완화 이후 난립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올 펀드에서 얼마나 더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즉, 대부분 잘 운용되고 있는데 일부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시각은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는 대책 없이 규제완화에만 몰두하여 전문사모운용사들이 난립하도록 만든 금융당국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20년 4월 27일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에는 이러한 점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위 문건에는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최근 대규모 상환·환매연기가 발생한 펀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위험한 운용형태나 투자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이라고 기술해 나머지 펀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위 문건이 발표된 이후인 2020년 6월경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가 환매중단되었다. 이후 5500억 원에 이르는 해당 펀드들은 사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펀드들을 조사했지만 대형 금융사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 되었다.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의 피해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은행과 증권사가 펀드를 판매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감독기능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펀드에 투자하면서도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와 거래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판매사인 은행 또는 증권사와 거래한다고 인식한 경우가 많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대체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금융기관들이므로 고객들은 해당 금융기관의 명성을 신뢰하고 펀드에 투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판매사인 은행 또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투자자조차도 해당 펀드 상품에 대해 전문가인 은행 또는 증권사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 당국의 제도개선 방안의 기본 방향은 바로 ‘다산다사(多産多死)’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여전히 전문사모운용사의 설립은 쉽게 유지하면서 사후 규제를 강화해 퇴출을 많이 시키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그러면 퇴출되는 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모펀드는 모험투자이고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허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모펀드가 모험투자라면 그러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능력이 검증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래도 불가피하게 손해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 사모펀드이다. 금융 당국은 업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지만 투자자의 시각으로 보면 엄격한 규제를 받는 공모펀드 운용사보다 모험투자에 나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능력과 도덕성이 더 까다롭게 검증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험투자에 대해 실제보다 과장된 신뢰를 부여하는 것 역시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펀드 상품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가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와는 무관한 주체가 운용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막연히 은행과 증권사의 명성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은행과 증권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펀드 상품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사모펀드 운용사가 정직하게 운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모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이미 미국에서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펀드를 판매하는 등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조차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라임자산운용 피해자들이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
라임자산운용 피해자들이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금융 당국이 사기꾼의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막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사의 신용을 믿고 투자한 것에 있다. 즉, 사모펀드 운용사의 능력과 도덕성은 믿을 만하지 않은데, 유명한 은행과 증권사의 포장지를 씌워 판매한 것에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 당국이 말하는 ‘다산다사’정책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을 희생시키는 무책임한 정책일 뿐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하는 단계에서 능력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 사기꾼 집단이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을 허가제로 바꾸거나 인가제로 환원해야 하고, 설립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말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운용사를 난립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운용사가 더 발전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일반투자자들이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를 신뢰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 은행이 예금과 대출만 취급하는 곳이 아니게 된 지는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사회 일반의 인식은 은행은 안전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곳이라는 것에 머물러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도 30% 이상의 펀드를 은행이 판매했으며 그 이후 증권사는 해당 상품이 ‘은행에서도 판매하는’ 안전한 상품임을 강조하며 펀드를 판매했다고 한다. 금융 당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거나 판매를 하려면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대해 보증을 한 경우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증권사의 경우에도 판매하는 사모펀드의 운용에는 증권사가 관여하지 않으며 운용은 전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에 맡겨져 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하고 은행보다는 낮은 비율이라 하더라도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대해 보증한 뒤에만 펀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펀드 판매와 TRS를 통한 수익에만 몰두하는 판매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판매사를 통한 간접적인 감독이라는 기본 설계가 작동할 수 있다.

금융 전문 수사기구도 필요하다

사후적인 감독 기능에는 금융 당국의 감독에 더해 수사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수사기관은 금융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그러한 점에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금융범죄는 더 교묘해지고 대형화하고 있는데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에 대처하는 수사기구를 해체해 버렸다. 그러면 지금 그 기능을 대신할 기구는 무엇인가? 이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며 국민 보호를 포기한 조치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별도의 기관을 창설하든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금융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 반드시 필요하고 전문인력의 양성도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 당국은 선량한 투자자 보호보다는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 정부는 금융범죄 척결보다는 검찰 무력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누구를 믿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는가?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믿을 것은 등기부에 내 이름이 등재되는 부동산뿐이라는 인식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규모 금융사기를 척결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정상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금융사기에 관여한 자들의 상당수가 처벌받지 않고, 처벌받더라도 가벼운 형에 그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이러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 배금주의, 한탕주의가 만연하도록 만들고 있다.

또 피해자들 중에는 전 재산을 잃고 좌절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범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모펀드 사태에는 투자 상품의 위험성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와 금융사기 범죄가 혼재되어 있다. 투자 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이 현실화되는 손해는 불가피한 것이라 하더라도 금융사기는 철저히 방지,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사모펀드 관련 논의에서는 그 두 가지 문제가 모호한 상태로 혼합되어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가 성공하려면 시장에서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지금 그것이 위협받고 있다. 규제 완화는 좋은 것이고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규제할 것은 규제해 질서를 유지해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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