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미래의 서점...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서평] 미래의 서점...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30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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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형 서점은 책 읽기 참 좋습니다. 널찍한 테이블도 여기저기 있고 안락한 의자도 곳곳에 놓여 있어서, 산책하는 걸음에 혹은 약속 시간 전 비는 시간에 적당히 궁금한 책 한 권 들고 앉아 있다가 나올 수 있죠. 필요하다면 서점 어딘가에 있을 카페로 들어가도 괜찮고, 아이디어 문구와 잡화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개성 만점 독립서점에는 톡 쏘는 맛이 있죠. 각각 관심하는 분야를 특화한 서점은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과 책 관련 상품을 다룹니다. 독립서점이나 뜻 있는 동네 서점은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줄 때가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싼 책값도 있지만 책을 실컷 사도 무겁게 이고 지고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서점’이라는 말이 생소했던 시절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점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서점을 ‘책을 파는 곳’만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지요.

서점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굿즈’에 따라 우리는 책 살 곳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독립서점도 동네 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서점이 크고 작은 강좌와 원데이 클래스 같은 행사, 저자 사인회나 낭독회, 독자 모임 등을 끊임없이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알립니다. 책만 파는 서점은 이제 흔치 않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책만 파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미래의 서점』에서 알고 싶어 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온라인 서점이 만들어진 지는 아직 한 세대가 안 됐습니다. 동네 서점이 몰락하고 대형 서점만 남는다는 시기를 지나 언젠가부터 다시 동네 서점과 독립서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지는 더 얼마 되지 않았죠. 미국 역시 그래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던 시절인 것 같더니 대형 체인서점 반스앤드노블이 서점계를 잠시 휘어잡았나 한 순간 아마존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이 빠른 변화 속에서,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책을 파는 서점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젊고 호기심 많은 『미래의 서점』 필자들은 반스앤드노블의 몰락에서 시작해, 독립서점이 발달한 일본과 타이완, 얼마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서점들이 들어서고 있는 중국 도시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서점을 관찰합니다. 사라지는 서점과 살아남은 서점, 새로 생기는 서점을 추적하죠.

중국 상하이의 독립서점이자 랜드마크였던 지펑수위안은 결국 무너졌습니다. 지점만 여덟 곳이었지만 온라인 서점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에는 복합 생활공간 같은 서점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대체로 거대 자본과 결합한 이들의 모델은 타이완의 청핀과 일본의 쓰타야입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진 독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원스톱쇼핑을 가능하게 해 주죠.

자본에 의지할 수 없는 혹은 그럴 마음이 없는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서점, 즉 독립서점을 일굽니다. 특히 아직 도서정가제가 남아 가격 경쟁 문제를 덜 겪는 일본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독립서점이 전국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일본의 독립서점은 대부분 자본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파는 모리오카쇼텐이나 예술 관련 독립잡지를 만들기도 하며 독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위트레흐트는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죠.

난장판 같은 도쿄의 독립서점 빌리지뱅가드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물건을 늘어놓고 팔던 시대는 끝났어요. 미래는 아이디어의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디어로 책을 독자에게 전할 것인가. 자본을 가진 서점이든 아이디어에 기대야 하는 서점이든 이 고민은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하여 출판사와 서점을 결합한 타이완의 톈위안청스는 서점에서 펼치는 전시와 출판을 통해 고정 독자를 형성하고, 스스로 요괴라 지칭하는 직원으로 가득한 일본의 만다라케는 마니아를 위한 소굴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다가갑니다.

일본의 유명 편집자이자 북큐레이터인 하바 요시타카는 말합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책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져가지 않는 거죠?”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서점 스트랜드는 독자 요청에 따라 서재를 꾸며 주고, 도서 구독 서비스를 하면서 수입을 창출합니다.

네, 문제는 수익입니다. 그 어떤 서점도 수익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업의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모리오카쇼텐의 모리오카 요시유키조차 서점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긴다고 하는 마당에 다른 독립서점은 말할 것도 없죠. 모든 서점의 이상이 부자는 아닐지라도, 모든 서점의 당면 과제는 수익 창출입니다. 워낙 강력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본은 언젠가 ‘도시 안의 공공장소’인 서점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꿀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형태의 서점에 손을 들어 주거나 편을 들지 않습니다. 책의 필자들은 대형 서점의 영리한 마케팅과 세련된 공간을 사랑하는 동시에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과 지역사회에 친근한 동네 서점에 매혹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욕심’은 사실 독자이자 소비자인 우리의 바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편리를 누리고 싶고 작은 서점의 독특한 안목을 향유하고 싶어 하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서점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유지될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점의 미래는 책을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독자에게 또 다른 독서 방식과 소비 방식을 제시하게 될지 모릅니다. 책을 둘러싼 이 모든 생태계에 관심을 두신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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