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종인 체제 100일’ 4인4색 평가
[오피니언] ‘김종인 체제 100일’ 4인4색 평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03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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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원영섭 변호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9월 3일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다. 통합당은 김 위원장 취임 100일에 맞춰 당색, 당명, 정강정책 등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래로 통합당에 ‘진취’를 강조하며 보수의 변화를 주장했다.

보수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당내 비판 속에서 한편으로는 지지율 상승으로 민심은 반응했다. 100일 동안 통합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 위원장의 ‘중간 성적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미래한국>은 전문가들에게 김종인 체제 100일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지금까지는 성공적, 당내 뿌리 약해 당 지지율 관리가 관건

신율 명지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김종인 체제가 안착하느냐 안착에 실패하느냐는 지지율이 올라가느냐 여부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지지율 많이 올라갔다. 지금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국기결집 효과 때문에 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은 코로나와 같은 펜데믹 상황에서는 힘이 있는 쪽,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다. 통합당을 지지한 중도가 다시 정부여당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래서 통합당 지지율이 빠졌는데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추세는 몇 달 가리라 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사람들 관심은 떨어지고, 코로나로 인해 잠복됐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통합당 지지율은 다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의 코로나 방역이 실패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 가지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김종인 체제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지지율이 올라갔기 때문에 나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성공의 요인은 중도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 등이 중도층의 지지를 얻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이 과거에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반면 김종인 체제는 중도보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종인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당 지지율 관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당내 뿌리가 없기 때문에 허약한 측면이 있다. 이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은 여론의 지지밖에 없기 때문에 지지율 관리가 필요하다. 코로나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도 변수다. 그러나 사람이 처음 당하면 충격이 크다. 두 번째 당하면 충격은 덜하지만 숫자가 늘게 되면 첫 번째 충격만큼 겁이 난다.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가 300~400명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사람들이 받는 충격이 점점 누그러진다. 정부가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정부 지지율이 줄어들고 방역에 실패하면 정부 무능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또 지지율이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야당 지지율에 코로나가 그렇게 부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번 총선을 앞두고 2월에는 정부 비판 목소리가 컸다. 마스크를 제대로 못 사면서 공포심이 컸다. 그러다 3월에 마스크 공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미국 일본 이탈리아로 확산되면서 그 나라 감염자수, 확진자수를 보니 우리나라가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3월 초부터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

이게 총선 때까지 이어지면서 5월에는 더 올라갔다. 이 시기가 총선과 겹치는 바람에 180석에 가깝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현 정부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힘의 균형이 요체다. 권력분립에 의한 힘의 균형 못지않게 여야 간 균형도 중요하다. 지금 의석수만 따지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야당이 힘을 얻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성공작

보수의 새로운 접근법 필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종인 비대위 출범 당시만 해도 상당히 논쟁적인 문제가 많았다. 보수 정체성과 맞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비상 상황이다보니 비대위위원장으로 당에 변화를 주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비대위체제 등장하고 난 뒤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조금씩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정 여론조사에서는 한때 지지율이 역전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소프트 랜딩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종인 체제는 세 가지 면에서 역대 리더십과 차이를 보인다. 첫째는 진보의 가치를 보수의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경제민주화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정권을 창출한 적이 있다.

지금 기본소득제와 같이 그동안 보수보다 진보의 전유물과 같았던 가치에 대해 보수가 보수의 시각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과거보다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보수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의 접근법이다.

보수정당이 항상 공격받았던 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였다. 5·18 민주화 운동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 또 심하게 표현하면 색깔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등 이런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아킬레스건과 같은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5·18 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과도 했다. 그래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는 투쟁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하자는 과거 지도자들의 전략과 달랐다는 점이다. 장외투쟁이나 원내에서의 강성투쟁과 같은 투쟁방식은, 물론 과거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지만 그런 모습들은 당의 비호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됐었다. 김 위원장은 장외투쟁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반면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단체와 많이 연대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분리되는 부분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새로운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나는 임차인입니다’의 윤희숙 의원이다. 역대 보수당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분들보다 새로운 인물이 정책적인 문제를 갖고 소통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도 나름대로 변화의 시도로 볼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체제는 전반적으로 지지층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외연을 확대하고 미래통합당이 변화를 시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아젠다를 주도하는 데 있어 과거 지도부보다 훨씬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도’에 대한 기존 접근방식 버린 게 성공의 요인

원영섭 변호사, 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원영섭 변호사, 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정당에 대한 평가는 우선적으로 지지율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이나마 민주당 지지율을 앞섰다는 것은 김종인 체제가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치철학, 정치지향성 등 미래통합당에 부족한 복안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 약자와의 동행 등과 같은 것이다. 우파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 5·18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은 진정성 있는 행위로서 국민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보가 골수 지지층에게 괴리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영남 중심적 사고방식이 강하다. 서울 수도권에서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한 당의 상황, 영남과 강세지역에서만 국회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당의 강성 지지자들의 입김이 강할 수는 있다. 핵심은 중도 혹은 스윙보터 이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당내 입김이 강한 골수 지지층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김종인 위원장은 정책을 기초로 풀어나간다. 통합당은 영남 주류세력이 있고 서울 수도권이 일종의 안티테제로서 존재한다. 이들이 주류를 비판하면서 중도층으로 접근하는 경향성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류와 이들 사이에 자꾸 분란과 싸움이 일어나게 됐던 것이다. 김종인 체제에서도 이와 같은 기존 행태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예를 들어 호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같은 것들은 적극적으로 해나간다. 그렇다고 당내에서 그런 태도에 문제 제기를 하는 측을 매도하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을 반대한다고 해서 ‘당신들은 수구꼴통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프레임화시키지도 않는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싸움을 일으키며 중도에 대한 접근했던 이전 사람들과는 접근 방식과 결이 완전히 다르다. 기본소득과 같이 자기 콘텐츠를 갖고 사안에 접근하다 보니 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강성 지지층이 이런 접근법에 서운함을 느낄 수 있지만 중도에 접근하던 과거 방식에 대한 이전의 서운함과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김종인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여당의 실패, 문재인 정부의 실수를 아군의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 과거에는 어떤 특정인 체제였든 언론과의 관계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나 김종인 체제에서는 언론과의 불협화음이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 이 점도 비대위가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 인사·인선에서 세밀함을 더한다면 다음 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비대위 체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종인은 지난 총선패배의 책임자, 평가가치 ‘無’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김종인은 지난 총선패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으로 그분이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 자체가 통합당의 냉엄한 자기평가를 틀어막고 있다. 당이 자유보수의 중심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고 경상도 지역을 지배하는 민주당처럼 만들고 있다. 당 지지율은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늘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김종인 비대위체제 이후 지지율이 올랐다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경상도의 민주당으로 지지율이 오르면 뭘 하겠나.

자유보수는 가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본질상 국민에게 냉혹한 평가를 받으면서 통합당이 대안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지 모르겠지만 나라에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평가해보고자 한다.

통합당은 조언의 대상이 아니고 사라지는 것이 좋다. 재생불가능한 정당이다. 통합당의 존재가 보수의 부활을 막거나 보수의 정치적 입지나 위치를 위축·방해하는 방해물이 되고 있다.

선거에서 보수가 이기느냐 지느냐, 정치적 위치를 점하느냐의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민주당이나 통합당이 갖는 정강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을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우리공화당, 기독자유통일당 등 이른바 태극기 진영의 정치세력) 이와 같은 세력이 실패했다, 혹은 아니다 라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런 조직으로는 안 될 것이다.

보수의 역량이 안 된다. 보수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수렁에서 건져낼 것인지 길게 보고 가야 한다. 그러나 큰 비전,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들이 아직 형성이 안 돼 있다. 보수의 실력이 이것 밖에 안 된다는 한계다. 보수가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린다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대안세력이 되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아스팔트 투쟁을 하며 재결집을 시도해왔는데 실패했다. 4·15 총선 전에는 선거논리에 말려들었고 이후에는 개표조작이라는 먹이를 덥석 물고 자살하고 있다.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토대를 모두 허물었기 때문에 당분간 보수는 집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정교모, 대수장, 고교연합 등 굵직굵직한 조직들이 개표조작 음모론에 함몰돼 있다. 그러니 보수에 무슨 역량이 있겠나. 보수는 스스로가 음모론에나 귀를 기울이는 저급한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당 간판 달고 누군가가 등장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이념과 정강정책을 조직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정당의 대표인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보수는 망했다. 망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보수세력밖에 없다.

나꼼수 김어준이 만들어 놓은 개표조작, 트럼프 대통령이 북폭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광주에 이른바 광수가 와서 다 해치웠다는 사람들 등 보수는 공부는 하지 않고 음모론에 절어 있다. 이 음모론적 세계관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 보수는 당분간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세력으로서 부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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