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커스] 한국형 항모 도입의 숨은 의도는…
[미래포커스] 한국형 항모 도입의 숨은 의도는…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09.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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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항모 롤 모델이 될 미 해군 WASP급 강습 상륙함 / 미 해군 홈페이지
한국 경항모 롤 모델이 될 미 해군 WASP급 강습 상륙함 / 미 해군 홈페이지

국방부는 8월 10일 향후 5년의 군사력 건설과 전력운영 계획을 담은 ’21~’25 국방중기계획을 수립하여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21~25 국방중기계획은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혁신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300.7조 원(연평균 증가율 6.1%)을 배분했다는 것이다.

주요 골자로는 ▶미사일 전력의 양적·질적 고도화다. 2017년 11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탄두중량 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한국군은 현재 800km급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기 대상기간 중 미사일 수량을 대폭 확충하고 정확도, 속도, 파괴력, 다양한 투발수단 등 미사일 능력을 더 양적·질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현재 대비 2배 이상 증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 미사일 탐지능력 확충도 주요 골자다. 국방부는 탐지거리가 확장된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및 이지스함레이더를 추가 도입, 미사일 탐지능력을 현재 대비 2배 이상 강화해 전방위 미사일 탐지능력을 완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보유 중인 3척의 이지스함 외에 추가 건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아이언 돔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완성시킨 로켓 및 미사일 방어망이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및 핵심 주요시설을 방호할 목적이다. 추가로 현재 대비 3배의 요격미사일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형 경항모 도입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경향모의 구조를 보여주는 호주 해군 경항모/ 미 해군 홈페이지
경향모의 구조를 보여주는 호주 해군 경항모 / 호주해군홈페이지 

국방부 중기계획에서 밝히는 경항모 용도

국방부는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 인근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경항모 확보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한국형 경항모는 3만 톤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을 보유하고, 탑재된 수직이착륙 전투기 운용을 통해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전력으로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 신속히 전개하여 해상기동부대의 지휘함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 재해·재난 발생 시 재외국민 보호 및 해난사고 구조작전 지원 등 대응 가능한 다목적 군사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형 경항모에 탑재하게 된 수직 이착륙기는 F-35B형이 유력하다. 영국이 개발하고 실전에서 운영했던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는 퇴역했다. 따라서 사실상 자유진영국가에서 채택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는 미국이 해병대용으로 개발한 F-35B형이 스텔스 수직이착륙전투기가 유일하다.

미 해병대와 영국군이 실전 배치했다. 경항모 도입과 함께 2021년부터 5년간 약 4조 원을 들여 추진하는 FX 2차 사업의 전투기 기종으로 F-35B가 고려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부 부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항공모함을 구분하자면 추진 방식으로는 원자력 추진과 재래식 추진 항모로 나눌 수 있다. 원자력 추진 항모는 미국과 프랑스만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은 11척, 프랑스는 샤를 드골 항모 1척이다. 그 외에는 모두 재래식 추진 항모다. 영국이 최근 취역시킨 퀸엘리자베스 항모도 재래식 추진이다. 10만 톤급의 대형 항모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 다음으로 영국 해군의 퀸엘리자베스(7만 톤급)항모와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항모(4만2000톤급)가 있다. 미국에서는 항공모함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크기 면에서 항모로 분류되는 함정도 있다.

미 해군이 미 해병대의 상륙지원용으로 사용하는 강습상륙함(Amphibious Assault Ship)이다. 미 해군 강습상륙함에는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다. 와스프급 강습상륙함(4만2000톤급) 8척과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4만4000톤급) 3척 등 총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은 원자력 추진 항모 11척과 강습상륙함 11척 등 총 22척의 항모급 함정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방부가 제시한 한국형 중형항모의 용도를 본다면 미 해병대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이 롤모델이 아닌가 예측해 볼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다음으로 중국도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구 소련에서 폐기한 바략크 항모를 기초로 만든 랴오닝급(5만5000톤급) 항모다. 중국은 현재 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스스로는 헬기 구축함이라고 하지만 항모급으로 구분되는 이즈모급(2만7000톤) 2척이 있다.

일본 역시 이즈모급 헬기 구축함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는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항모를 거의 폐기하고 현재는 명목상 쿠즈네초프함(5만5000톤급) 1척만 있다. 그외 항모 보유국으로는 브라질, 인도, 이탈리아, 태국, 스페인 등이 있다. 대부분 중형 이하 소형급 항모다.
 

경항모 도입과 함께 거론되는 F-35B 수직이착륙기 / 미 해군 홈페이지
경항모 도입과 함께 거론되는 F-35B 수직이착륙기 / 미 해군 홈페이지

정부의 항모확보계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략 요약하면 다음의 4가지 사항이다.

1. 어디서 누구에 맞서 싸울 것인가? 한반도 전장 환경에 과연 항모가 필요한가?

2. 항모만 만들어서 될 문제가 아니다.

3. 항모전단을 운영할 수 있는 해군 병력 운용은 가능한가?

4. 항모 건조 등 해군에 예산이 투입되면서 타군의 무기 도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첫째 어디서 누구에 맞서서 싸울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는 항모만 보유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모 호위 세력도 함께 구축해야 하는데 과연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느냐 하는 문제다. 세 번째는 해군의 현재 병력 운용상 항모전단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맞서서 싸우느냐 하는 문제다. 전쟁의 시공간 개념인 전구(戰區 theater)와 주적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한미연합사를 토대로 하는 한국군의 전구는 한반도다. 한국군의 주적은 북한이다. 한반도라는 공간에서 북한이라는 주적을 상대하는 데 항모는 불요불급하다는 것이다. 한반도라는 좁은 전장 환경에서는 한국군에 항모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처럼 해외에 원정 나가 싸우는 군대라면 항모가 필요할지 몰라도 한국군의 1차적 목표는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이고. 한반도내 전쟁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전장 환경에 항공모함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1996년, 2013년 두 차례 항모 도입이 거론되었지만 의견 개진으로만 그쳤다.

만약 북한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래의 가상의 적을 말하는 것도 사실 의미가 없다. 중국이나 일본 아니면 러시아를 상대로 항공모함을 운영할 것이냐 하면 그것도 현실성이 없다. 중국을 상대로 한다면 항공모함 1, 2척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다는 것도 그렇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 준동맹인데 가상적국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한미동맹을 끝내지 않는 한,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해군력으로만 놓고 본다면 일본은 중국보다 더 강하다. 그렇다고 동남아 각국을 상대로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명확한 전구(戰區 theater)와 ‘적’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해양분쟁 발생에 항모를 파견한다고?

국방중기계획에서 언급하는 항모 운용 목적은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 신속히 전개하여 해상기동부대의 지휘함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다. 소위 해양분쟁에 항모가 투입된다는 것은 일종의 전쟁 상황이다.

과연 한국이 주변 해역에 쉽게 항모를 파견해서 해양분쟁에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주변 해역은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이 관할하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해양분쟁지역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해양 교통로 확보라는 것도 한국 해군 단독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현재 아덴만에 한국 해군이 파견되어 있는 것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군 작전영역 하에서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해양분쟁이나 해상교통로 확보에는 미국 등 자유진영과 함께 할 때 그 효용성이 있다. 항모를 오래 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조차 일종의 미군과 협력하는 형식으로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중동지역 분쟁에 투입된 프랑스 항모조차 미군과 협력하고 미군의 정보를 토대로 군사력을 투사했다. 한국이 항모를 보유한다고 쉽게 해양분쟁지역에 투입해 작전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만약 항모를 파견해야 하는 전투 상황이 발생할 때 과연 한국 국회가 쉽게 파병동의안을 상정할지도 의문이다. 이라크나 아프간 파병에 우리는 극심한 내분을 겪었다. 좌파단체는 한국군 파병을 미군 용병으로 가느냐면서 극렬히 반대했다. 한국군 단독작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미군과 함께 한다면 과연 정치권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미 해병대는 대변신을 앞두고 있다. 전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싸웠다면 미래의 전장은 중국을 상대로 하는 서태평양이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데이비드 버거 미 해병사령관(대장)은 ‘FORCE DESIGN 2030’에서 미 해병대 내에 전차부대를 모두 없애고, 포병대도 대폭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상군화 된 미 해병대 구조를 거의 폐기한다는 내용이다. 가히 충격적 발표였다. 2020년 7월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도 재확인했다. 버거 미 해병사령관은 “중국이 태평양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함 및 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이동형 미국 해병대를 오키나와에 배치하여 이곳 자위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버거 대장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새로운 초점”으로 전환되었음을 지적하면서 2027년까지 오키나와에 작전 연안 연대를 배치하고 괌과 하와이에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연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상이 아닌 바다에서 싸우는 미 해병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 도구로는 탱크나 비행기가 아니라 중국의 해상 접근을 막기 위한 대함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무장하는 미 해병대가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전시작전권 전환용 구색 맞추기는 아닌가?

이것이 제대로 된 개념이다. 미 해병사령관은 미래의 전장 환경과 어떤 적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래야만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항모도입계획은 너무도 뜬구름 잡는 듯하다. 가장 명확해야 하는 적에 대한 규정도 대응 방안도 없이 막연한 설명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항모도입계획에 대해 전시작전권 전환용 구색 맞추기는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예비역 공군 및 육군 장성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안보정책의 실질적 초점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종의 대국민 선동 또는 여론 환기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군도 항모도 보유하게 되고,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도 도입했고, 스텔스 전투기까지 있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전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국민 여론홍보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공군 예비역 장성은 포클랜드 전쟁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항모를 가지고 있던 아르헨티나는 영국군 해리어기와 영국 잠수함이 무서워 항구 밖을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시스템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는 항모는 실제 전장 환경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군사 전략전술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에서 항모도입론이 이용되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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