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리뷰]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08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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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외로움의 위험성과 통찰력에 대해 탐구한 책-CNN,
인도계 내과의사이자 전 미국 공중보건위생국장이 쓴 외로움 질병에 관한 연구

저자  비벡 H. 머시 Vivek H. Murthy 박사는 2014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미국의 19대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냈다. ‘국가 주치의 America’s Doctor ’로서 오피오이드 확산, 전자담배, 정서 건강과 안녕 등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에 국가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미국 공중보건복무단 PHSCC 의 중장으로서 국가의 건강 보호에 헌신하는 6,600명의 장교들로 구성된 지원단을 지휘하며,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기도 했다.

공중보건위생국장에 취임하기 전 그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과 지방보건, HIV/AIDS 교육 등 비교적 의료기반이 취약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 조직을 설립했다. 하버드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예일대에서 의학박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브리검 여성병원과 하버드의과대학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으며 이후 이곳의 교수가 됐다. 머시 박사는 현재 아내 앨리스 첸 박사, 두 자녀와 함께 워싱턴 D.C.에 살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러한 욕구가 단절되었을 때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 하나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외로움의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건강,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기능을 잘 이해하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최초로 외로움의 기능을 밝혀내고 정의한 카치오포 박사는 인간의 사회성을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생존 방식으로 보고, 외로움을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뿌리 깊은 생화학적 경고 신호라고 정의했다.

생존을 위해 모여 살던 과거와 다르게, 견고한 건물 안에 살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고 어떤 종류의 단절이나 고립감에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신체적 고통까지 느낀다. 또한, 이러한 외로움 스트레스는 현대사회에 큰 문제점인 여러 만성 질병을 유발한다.

이처럼 외로움이 어떤 신체적인 증상을 유발한다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이나 단절을 느끼는 여러 ‘외로움’의 순간들이 질병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인도계 내과의사였던 비벡 H. 머시는 이러한 외로움이나 단절, 고립, 차별의 경험들이 어떻게 질병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한 저자의 연구는 국가의 주요보건 사안을 결정하는 공중보건위생국장이었던 당시 저자가 국가보건의 주요 통점 중 하나로 ‘외로움’을 강조했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는 실제 임기기간에 여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외로움이 우울증이나 수면의 질 저하, 중독과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당뇨나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같은 신체적 질환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외로움으로 인한 질병은 일반적인 신체 질환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외로움이 이러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킨다면, 반대로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질병이나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이 책에서는 최근에는 감기나 흡연만큼이나 만성적인 문제인 외로움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삶을 아프게 하는지, 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풀어간다.

2018년 카이저 가족 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22%가 “외롭거나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 책의 저자인 비벡 H. 머시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미국 내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수나 흡연자의 숫자보다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영국 성인의 23%, 일본 성인의 9% 등 이는 분명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심각한 현상이지만 다른 공중보건 데이터에 비해 외로움 데이터는 잘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체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는’ 현상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까? 사회적 고통이 신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다 같이 모인 방 안에서 어느 순간 사람들이 자신만 배제하고 아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이 나를 일부러 따돌리고(외면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주입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뇌를 fMRI로 찍었을 때, 뺨을 맞을 때와 같은 영역이 환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우리는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이러한 배제와 소외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사회적 소속감이 학문적(업무적) 성과나 일상에 미치는 영향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이 있었던 릴리는 중학교 1학년 때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를 자퇴한다. 릴리는 모두가 친절했지만,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경험을 한다. 릴리에겐 주변 친구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큰 고통이었다.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의 연구는 릴리처럼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받는 고통은 실제 학문적 성과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외로움이 우리의 정신과 신체 그리고 삶에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2. 극단적인 외로움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인도에서 이주해 미국사회에 정착한 라제시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큰 병을 얻었지만, 끝내 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공대 교수직까지 올랐던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부재 그리고 다른 문화와 언어에서 오는 고립감과 상실감 속에서 괴로워하다 죽음을 택한다. 이 사례는 어린 시절 저자가 겪었던 삼촌의 이야기로, 그가 외로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네트워크의 부재와 문화적 차이, 차별이나 낙인이 어떤 과정으로 사회적 소외감을 형성해 외로움 질병을 심화시키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 나누어 이야기한다.

3. 외로움과 폭력은 남매 사이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집단 총기난사범에서부터 연쇄살인범까지 강력범죄자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외로움의 증거가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해온 결과, 거부당했다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거부당한 사람들은 자신을 거부했다고 느낀 상대방에게 맹렬히 분노하거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범죄집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급격히 퍼지기 시작한 외로움 팬데믹의 파괴성과 왜 우리가 지금 ‘외로움’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나간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만성적인 문제나 질병의 원인을 깊게 파고들다 보면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신체적인 질병처럼 겉으로 드러나거나 진단되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연결되기 위해서 서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첫 번째 릴리의 사례에서도 친구들은 릴리가 느낀 외로움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자 공감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시 박사는 “이처럼 연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취약성과 외로움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여전히 오프라인을 통해 접촉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기술의 발달이 연결을 약속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을 불러온다. 이동성의 향상은 기차나 비행기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가 자라온 공동체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24시간 연결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드러내는 모습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취약성을 드러내기 힘들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의 기술을 활용해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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