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성의 육아휴직, 혜택 아닌 권리로 인정하자
[이슈분석] 남성의 육아휴직, 혜택 아닌 권리로 인정하자
  • 유성연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변호사
  • 승인 2020.09.11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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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에 관해 남녀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남성도 여성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에 관해 남녀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남성도 여성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세계일보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2017년 2월 직장인 14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모·예비부모가 희망하는 영유아 양육형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하는 부모들의 67.9% 즉, 여성 64.3%, 남성 70.1%가 본인이 직접 영유아를 양육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일하는 부모 중 여성에 비해 남성이 직접 영유아기 자녀를 양육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일하는 부모의 실제 자녀 양육형태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응답자의 58.1%에 달했고, 이중 직장인 기혼여성의 경우에는 그 이용률이 64.3%나 되었다.

그 밖에도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9.3%, 영유아의 조부모가 영유아를 돌보는 경우가 6.4%, 사설 아이돌보미 즉, 소위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2.1%. 기타의 경우가 0.6%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다수의 직장인 부모들이나 예비부모들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기를 바라면서도 실제로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1월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의 1만7665명보다 26.2% 늘어난 2만2297명이고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6%에서 해마다 5% 안팎씩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의 기쁨과 힘듦을 모두 누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의 영향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육아 참여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육아휴직, 눈치보기가 아니라 권리로 인정해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2019년 9월 20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육아휴직’을 주제로 회원 11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해 본 남성 직장인은 5명 중 1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 중 67.6%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고, ‘여성’의 경우도 37.5% 정도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해봤다고 응답하였으며, 남성의 경우는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20.8%로 여성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해본 경우는 5명 중 1명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면, ‘상사 눈치’가 22.7%, ‘회사 분위기’가 22.0%로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회사 사람 대부분 육아휴직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답한 경우가 27.2%로 가장 높았고, ‘경제적 부담’을 원인으로 답한 경우가 14.7%로 그 뒤를 이었으며, ‘경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8.7%, ‘사용 방법을 잘 모름’이 8.6%, ‘신청했지만, 회사에서 거부당함’을 이유로 든 경우도 6.7%나 되었다.

그외 ‘결혼으로 퇴사’, ‘임신해서 퇴사 당함’, ‘권고사직’ 및 ‘서비스직이라 엄두를 못 냄’, ‘남자직원 휴직이 많지 않음’ 등 기타 답변을 통해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직장 내 갑질도 여전히 존재함이 확인됐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2017년 2월 실시한 ‘영유아 양육형태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승진누락, 인사고과 등 ‘인사상 유무형의 불이익’이 45.1%로 1위를 차지했고, ‘고용의 불안정’이 34.8%로 2위, ‘동료들의 눈치’가 17.5%로 3위였으며, 현재 육아휴직 기간 동안 통상임금의 40% 범위 내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급여의 비현실성’이 상위 순위를 차지했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매년 남성 육아휴직자가 5% 남짓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어려움을 개인이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지, 육아휴직 사용에 장애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개학이 연기되었고 현재도 온라인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2020년 2월 24일부터 닷새 동안 실시한 ‘코로나 19에 따른 맞벌이 직장인 자녀돌봄 실태’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이후 육아 공백을 경험한 비율은 76.5%에 달하고 특히 유아(4~7세) 자녀를 둔 맞벌이 직장인의 육아 공백은 최대 9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직장인의 육아 공백 부담감은 최대 90% 이상에 달한 상황으로 응답자의 36.6%가 친정 및 시부모 등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고, 뒤이어 ‘개인 연차 사용’(29.6%), ‘재택근무 요청' (12.8%), ‘가족돌봄휴가 사용’(7.3%), ‘긴급돌봄서비스 활용’(7.0%), ‘정부지원 아이돌보미 서비스 활용’(6.1%), ‘무급휴직’(6.1%) 순으로 집계되었으며 심지어 ‘정 방법이 없으면 퇴사도 고려중’(5.6%)이라는 답변도 확인돼 코로나 확산 이후 돌봄 위기가 ‘심각’ 단계임이 드러났다.

현재 일부 기업이 전 직원 또는 임산부 및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직원 등으로 범위를 제한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고, 대체로는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서야 직장폐쇄 및 재택근무 수순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2020년 8월 13일자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남성육아휴직자 1만1081명이었는데 코로나에 따른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하여 올해 상반기에는 그 수가 3776명 증가한 1만485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위 숫자 역시 전체 영유아 아동을 자녀로 둔 남성 근로자 수 전체에 비한다면 매우 미미한 수준인 점, 위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더라도 전체 남성육아휴직자 중 약 56.6%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나타나 중소 사업장 근무자들은 육아휴직 사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자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자녀 돌봄 공백으로 심한 경우 퇴사까지 고려 중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확산의 상황 및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에 관해 남녀를 구별해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남성도 여성과 동일하게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눈치가 보이는 직장 문화, 승진에의 불이익 등의 이유로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직장 내의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일정 기간을 반드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적극 실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1개월간 의무화하는 한편, 첫 한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롯데 공식 블로그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적극 실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1개월간 의무화하는 한편, 첫 한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롯데 공식 블로그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도 필요

아빠의 양육이 자녀의 자신감과 창의성에 긍정적 작용을 한다는 점은 여러 연구로 확인되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통해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빠와 자녀의 유대감 형성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나아가 육아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리는 ‘독박육아’ 현상을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 직장인 여성의 출산에 대한 부담을 줄여 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남성의 경우 60일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제안한다.

다만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할 경우 ① 이를 위반하여 의무화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남성을 제재할 것인지 여부, ② 사업주와 근로자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감시할 기관을 둘지 여부 및 그러한 기관을 둔다면 어느 기관으로 할지 여부 등에 대하여 숙고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하여 출산과 육아와 관련하여 중앙정부의 한 기관에 일원화하여 근로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위 기관에 신청하면 위 기관에서 각 회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이 경우 각 지방에 설치된 고용노동청을 활용하도록 한다면 남성육아휴직 의무 사용에 관한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현재도 국가가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을,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육아휴직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50%(상한액 120만원, 하한액 7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부모가 같은 자녀에 대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2차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월 250만 원)를 지원하고 있으나,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과 생활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그 금액이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으며, 육아휴직급여의 실제 지급에 있어 육아휴직급여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지급하고, 나머지는 육아휴직 종료 후에 해당 사업장에 복직하여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 합산하여 일시불로 지급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낮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성의 경우 소득감소로 인한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는 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를 전제해야 이뤄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성 근로자에게 출산 전후 휴가 사용시 첫 60일간 통상임금의 지급이 이뤄지듯 남성 근로자에게 의무화된 육아휴직 기간 동안 통상임금 수준의 수당 또는 급여가 지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보험법상 지급되는 육아휴직급여는 여전히 지급되더라도 실제의 통상임금액과의 차액은 사업주로 하여금 일부 보전하도록 하고 저출생 해결을 위해 마련된 국가 및 지방의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경우 남성의 육아휴직을 1개월간 의무화하는 한편 첫 한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남녀고용평등법 제18조의 2에 의하여 배우자 출산휴가가 인정되는데 출산 휴가신청으로 자동적으로 육아휴직 신청이 병행되도록 하는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도 함께 제안한다. 그러면 근로자가 따로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아도 되므로 육아휴직을 신청하기까지 또 신청 과정에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 신청시 육아휴직 시기와 종기를 특정해 함께 신청하도록 하면, 이로써 사업주는 향후 육아휴직 예정자를 예측할 수 있고, 신규 인력 충원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여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하여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그리고 사업주가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제3호,제19조 제3항) 그러나 1회적인 처벌, 특히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그 위하력(형벌을 통하여 일반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힘)이 약하여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이에 육아휴직 관련 규정을 위반과 관련하여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관하여 통괄하는 중앙기관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 그 산하 지방기관장’(이하 ‘기관장’이라고 통칭)이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이행명령을 하고, 이행명령에 위반한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관장에게 사업주가 육아휴직제도를 위반하는 경우 사업주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명할 권한을 부여하고, 사업주가 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기관장으로 하여금 사업주에게 그 명령의 이행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이행할 것으로 다시 명령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기관장이 사업주에게 당초 명령이 있었던 날을 기준으로 하여 1년에 2회, 매회 일정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징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육아휴직제도가 이미 현행 법령에 의하여 제도화되었고, 도입 시점에 비하여 그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증가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육아휴직제도가 단지 법전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각자의 일자리에서 당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실에서 실행되는 제도’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유성연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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