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디지털 시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리뷰]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디지털 시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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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예측한 바 있다. 그는 가장 큰 변화로 ‘온라인 강의의 일상화’를 꼽았다. 유발 하라리가 강의하는 히브리 대학에서는 코로나19로 캠퍼스를 폐쇄하고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자신도 3개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위기가 지난 후에 대학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없다.”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이제 온라인 학습, 원격 수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등의 최첨단 기술이 교육과 만나면서, 학습이 더 이상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기술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학습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몇 년 전부터 학교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왔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원격 교육이 시대적 흐름이 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애플 교육 담당 부사장으로 수십 년간 기술과 교육 변화의 최전선에 있던 저자 존 카우치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온라인 학습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가 수업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학생이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존 카우치는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왜 배우느냐, 즉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교육자와 부모들의 주된 역할은 아이가 잘하는 것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내 배워야 할 것과 결부시켜, 자신의 최적 지점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학습이 일상화될수록 동기부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동기부여가 효과적인 학습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동의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에서는 학습자에게 선택권을 주기, 현실성 있게 만들기, 실패를 인정하고 장려하기, 열정적 끈기를 키워주기 등 동기부여를 위한 4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한편,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무수한 정보를 활용해 유튜브나 브이로그 등 스스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가 되고 싶은 적극적인 학습자다. 이들에게는 그들 자신을 다루는 교육,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형태의 학습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방법들을 소개한다. 학교 현장에서 흔히 활용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한 단계 발전시킨 ‘도전 기반 학습’, 도구에 대해 가르치기보다 도구 사용법을 배워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메이커 운동’ 등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들에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손만 뻗으면 언제든 엄청난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 검색 엔진, 위키피디아, 유튜브 등 즉각적인 웹 기반 자료는 물론이고, 이제는 시리, 알렉사 등 인공지능 비서에게 묻기만 하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암기하는 형태의 학습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지금껏 교사들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육을 받도록, ‘학년 수준’을 성취하도록 가르칠 것을 요구받았다.

일런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마크 저커버그 등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창의성과 협력, 도전을 중시하며 그것을 잘 발휘하는 인재들이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목격했다. 그런 이유로 최신 지식을 배우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문제 해결에 사용할지를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노동력을 준비시키는 것이 아닌 삶을 준비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비숙련 노동자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한 ‘평균의 학습을 위한 표준 교육’, 시험에 준비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던 이전 시대의 학습과 오늘날의 학습 방식이 달라야만 하는 이유이며, 교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더 이상 교과서에서 읽을 부분을 정해주고, 암기를 위한 연습문제지를 내주고, 시험에 의지해 학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하고, ‘정보 전달자’에서 ‘학습 조력자’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조력자는 구글, 위키피디아, 시리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과 답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확장 가능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또한 교사는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콘텐츠 전문가’가 아닌, 디지털 네이티브의 맥락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 수업을 가능한 한 학생들의 세계와 관련짓는 ‘맥락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 학습의 흐름 속에서 한번쯤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본 교사라면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Ⅱ 컴퓨터가 출시된 초기, 존 카우치는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에 애플Ⅱ 컴퓨터 2대를 기증했다. 학교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벽장 속에 넣어두고는 자유시간에만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했다. 얼마 후 컴퓨터를 추가 구매해 벽장에 넣을 수 없을 만큼 컴퓨터가 늘어나자, 교육 과정에 컴퓨터 수업을 개설하기로 하고는 IBM에 근무하던 학부모에게 커리큘럼을 의뢰했다. 그 학부모는 컴퓨터 설명서 1면을 그대로 베껴 몇몇 낱말을 지운 다음 학생들에게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학습자를 위해 제대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지금껏 많은 곳에서 이런 형태로 컴퓨터 수업을 진행해왔다. 지금도 교실에 기술을 도입할 때, 그것이 학습자의 동기부여를 높이거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이나 문제지 인쇄 등 이전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던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지 아이들의 손에 디지털 기기를 쥐어준다고 해서 갑자기 창의성과 자발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도입 방식은 오히려 기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디지털 기기를 다뤄야 할 아이들에 대한 믿음 역시 무너지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학습에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흔히 갖게 되는 환상과 오해를 언급하면서, 기술 도입의 주요 모델인 TCPK와 SAMR을 인용해 바람직한 기술 도입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모바일 기기와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다양한 기술들이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 최고의 성과를 이루는 데 이용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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