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성공적 육아휴직, 여성소득이 관건
[전문가진단] 성공적 육아휴직, 여성소득이 관건
  •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승인 2020.09.14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의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은 육아휴직 남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럽의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은 육아휴직 남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은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첫째, 전체 육아휴직 사용 가능자 중 실제 육아휴직을 하는 근로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 2018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 가능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는 4.7%에 그치고 있다. 둘째, 육아휴직 사용 가능자 중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그러나 실제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 가능자 중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1.2%, 여성이 사용한 비율은 11.9%이다.

육아휴직에서의 남성 참여율은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 걸까?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몇 가지 현실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째,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을수록 여성들의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원활할 수 있고, 여성의 직장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력단절의 예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별 임금격차의 감소,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이 촉진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육아휴직을 통한 남성의 돌봄노동 참여가 일반화될수록 여성의 최초노동시장 진입 시 돌봄노동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여성이 배제되는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몇몇 사례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실시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아진 국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점이 관찰된다.

육아휴직은 제도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4개 국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아이슬란드 77.8%, 스웨덴 70.7%, 노르웨이 67.2%, 포르투갈 54.5%이다. 이 국가들은 출산율도 높다. 스웨덴 1.8명, 아이슬란드 1.7명, 노르웨이 1.6명, 포르투갈 1.4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및 출산율 제고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고 출산 및 육아가 여성의 지속적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될 때 여성들은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남성육아휴직 할당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의 전략은 Use or Lose 이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방식, 이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육아휴직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 방식이며, 독일의 3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육아휴직 기간을 부여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제도는 사용하지 않았을 시 불이익, 또는 사용했을 시 이익의 조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이때 이익의 조건 중 하나는 소득대체율이다.

결국 할당제 실시를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성이 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인데 소득 대체율의 상향조정 없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할 경우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매우 중요하고도 현실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남성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소득대체율을 상향조정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성보호유아지원사업의 재원은 고용보험기금과 일반회계이나 일반회계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를 웃돌고 있을 만큼 낮다. 2019년 결산기준 고용보험기금 중 모성보호육아지원(출산전후휴가 급여, 유산사산 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배우자출산휴가급여가 모두 포함)에 쓰인 금액은 8.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OECD 주요국들(벨기에, 덴마크, 독일, 에스토니아,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등)은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하거나 별도의 기금(프랑스-가족수당기금, 스웨덴-사회보험, 폴란드-사회보험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분리해 출산휴가의 경우 건강보험이 재원인 경우도 있다. 일반조세가 재원인 경우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미취업자 등도 수혜 대상이 된다.

남성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고용주는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지만 고용주가 처벌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9년 기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1심 재판에 접수된 건수는 11건, 처리 건수는 2건(재산형)이며, 항소심 접수건수는 2건, 처리건수는 0건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모성보호 스마트 근로감독을 실시해 육아휴직 관련 고용주 위반사항을 적발한 건수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재직자로서 불이익이 우려되는 근로자는 해당 사업자의 위반사항에 대해 관할 개별 노동청에 근로감독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2019년 근로감독 청원 신청 건수는 2건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 주요국과 미국, 캐나다 등은 출산·육아휴직 관련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해고 등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해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2014년 11월 17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은 임신·출산을 사유로 차별받았다는 소를 제기한 Rosario Juarez에게 1억8500만 달러(한화 약 2235억 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수반하는 긍정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가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의 경험(예를 들어 핀란드와 스웨덴의 비교연구)은 남성 육아휴직 참여의 관련 변수로서 성역할 태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화 및 사회참여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따라서 제도변화와 의식변화를 이분법적으로 쟁점화하기보다는 제도변화를 통해 의식개선을 이끌어내는 현실적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