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험블 파이....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신간] 험블 파이....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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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매트 파커 Matt Parker 는 예스러운 영국 마을인 고덜밍(Godalming)에 살고 있다. 그의 집은 우주에서 온 물체 네 개와, 레트로 콘솔 게임 타이틀로 가득 차 있다. 런던 퀸메리 대학교의 공공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때때로 수학을 주제로 스탠딩 공연을 다니는데, 인기가 많아서 매진 행렬이다.

파커는 TV나 라디오에 출연해 수학에 관해 얘기하기를 즐긴다. 2009년부터 수학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수학(Stand-up Maths)과, 미국 수리과학 연구소가 지원하는 유튜브 채널 넘버필(numberphile)의 한 코너를 맡아 직접 만든 수학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누적 조회수가 1억 뷰를 넘겼다.

그가 만든 마방진 ‘파커 스퀘어’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은 책으로 『차원이 다른 수학』이 있다

2020년은 국내 출판시장에서 수학 교양서 출간 붐이 일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수학 교양서 열풍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한 발 앞선 영미권에서는 최초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가 된 수학책이 탄생했다. 열풍의 주역인 이 수학책의 원제는 『Humble Pi』, 직역하면 ‘겸손한 파이(π)’다. ‘eat humble pie’는 미국보다는 영국에서 더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잘못을 시인해야 하거나 체면을 구긴 굴욕적인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험블 파이』라는 제목처럼 책 속에는 굴욕적인 수학 실수들이 굴비처럼 엮여 있다."

저자인 매트 파커는 수학 스탠딩 코미디를 공연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8년부터 크루를 결성해 지금까지 전 세계 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학 공연을 펼쳤고, 매년 11월에는 대규모 수학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늘 새로운 주제와 시도로 대중들로부터 인기와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2009년부터는 수학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수학(Stand-up Maths)과, 미국 수리과학 연구소가 지원하는 유튜브 채널 넘버필(numberphile)의 한 코너를 맡아 직접 만든 수학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누적 조회수가 1억 뷰를 넘겼다.

그의 두 번째 책이자 최신작인 『험블 파이』는 출간 당시 영국에서 1위를 수성 중이던 『비커밍』을 누르고 수학 교양서로는 최초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더욱 화제가 되었고,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수 주간 머무르며 전국적인 수학 교양서 읽기 붐을 일으켰다. 또 북미판이 출간되기도 전에 미국 아마존 인터내셔널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수백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한 슈퍼 인플루언서 애덤 새비지의 북클럽 출범 첫 번째 도서로 선정되었기도 하다.

그 튼튼하던 다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출렁였을까? 어쩌다 수조 원의 돈이 공중으로 사라졌을까? 고작 스무 명 의 뜀뛰기에 39층짜리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 진동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수학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려는 것은 우리의 삶이 수학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금융, 토목공학 등등, 수학은 물밑에서 고요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단, 뭔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만 말이다. 마침내 수학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험블 파이』는 실수 혹은 오류로 인해 수학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한데 모은 책이다. 맥주 양조용 보리를 거래한 기록에 남겨진 인류 최초의 계산 실수부터 수식 하나 때문에 벌어진 금융권의 수천억, 수조 원 단위의 사고, 그리고 NASA의 화성 탐사선 발사 프로젝트 실패까지, 우리들이 저질러 온 세기의 수학 실수를 한데 모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수학이 잘못되면 현실 세계에서 어떤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인터넷, 빅데이터, 선거, 거리 표지판, 복권, 고대 로마, 올림픽 국가대표 사격팀의 작은 실수, 경미한 사고, 위기일발의 상황을 설명하며 수학의 기괴한 실수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어느 아마존 독자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인터넷 검색에 사용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리뷰를 남겼는데, 놀랍게도 책 속의 사례는 모두 실화다.

외면하지도 좋아하지도 못했던 수학을 좋아해보려고, 또 수학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무단히도 노력해왔지만, 생각해 보면 실수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또 있을까? 『문명 건설 가이드』를 쓴 라이언 노스도 이 책을 읽고 ‘나의 실수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기분’이라고 했는데,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도 거하게 실수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기분이 들 법도 하다.

수학 풀이의 완성은 항상 검산으로 끝난다. ‘수학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수학자에게나 일반인에게나 끝이 없는 여정’이라는 김민형 교수의 말처럼, 실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수학은 이론을 이해하고 계산을 옳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고, 의심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편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수학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수학은 ‘대인 관계 기술’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수학을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수학과 친구로 지냄으로써 우리는 그 실수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들과 그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을 함께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검토를 거듭해야만 하는 우리의 수학적 사고력을 점검하는 유쾌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덧붙여 책에는 퍼즐과 도전, 기하학적인 양말과 2진수에 관한 농담, 그리고 의도적인 세 개의 실수가 담겨있다. 매트 파커는 자신이 남겨 둔 실수 세 가지를 모두 찾아내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레딧과 굿리즈의 독자 게시판에서 확인한 결과, 오류 찾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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