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신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4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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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빅데이터가 각종 산업과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지금,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이해가 생존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지면서, 수학적 사고로 세상의 문제와 사회 현안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8만 독자의 환호를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동아일보〉 선정 2019 과학계 파워피플 7인, 〈경향신문〉2018년 올해의 저자 10인에 선정되는 등 파워라이터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킨 김민형 교수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더 깊고 심오한 수학의 세계를 선사하기 위해 2020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다시 찾아왔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통해 수학의 세계에 첫 발을 딛은 독자들이자, 수학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른 다양한 독자 7인과 함께 난해하지만 본질적이고, 우리 삶에 닿아 있는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경험해본 2019년 여름밤의 세미나를 옮긴 책이다. 이름 하여 ‘여름 수학 학교’ 세미나에 함께한 이들의 면면은 이렇다.

물리학 책을 읽기 위해 수학이 필요한 기자, 프로그래밍 때문에 늘 수식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 수학은 실체가 없는 학문이라고 믿는 중고등학생, 예술에 깃든 수학이 궁금한 미술작가, 수포자를 양산하고 싶지 않은 수학교사, 경직된 수학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은 취업준비생 등.

김민형 교수는 정보를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수업 방식이 아닌, 일상적 대화를 바탕으로 깊은 이해로 다가가는 튜토리얼 형식의 세미나를 통해 기초적인 수의 개념부터 자연과 우주, 그리고 앞으로의 상식이 될 수학적 개념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질문에 질문을 집요하게 이어가며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군 이 세미나에서 그들이 만난 수학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상 모든 것이 수다.” 바로 피타고라스의 격언처럼, 키, 지능, 주소, 기온, 습도, 시간, 공간 등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수이다.

그런데 전설에 의하면 피타고라스는 변의 길이가 1인 사각형의 대각선이 √2임을 발견한 제자를 살해하고 만다. 유리수만이 수라고 믿었던 그에게 무리수의 존재는 세상의 위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1장 수 체계에 찾아온 위기). 그러나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2는 물론 더 정밀하고 훨씬 큰 수의 개념도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전염병 감염 추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도 무리 없이 쉽게 이해한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김민형 교수는 그리스 시대의 일화로 ‘수학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며 말한다. “인간의 사고는 수학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이 책은 수학 거장과의 폭 넓은 대화를 통해 인간의 문명과 함께 축적되어온 수학적 사고의 형성 과정을 함께 탐험한다.

1부 〈수학의 토대〉에서는 그리스부터 뉴턴까지 우리가 ‘수’에 익숙해진 역사적 맥락과 함께, 정보과학과 양자역학 등 현대 과학의 근간이 된 19세기 수학 이론의 기원을 함께 다룬다. 격변의 19세기에는 수학만큼은 확실해야 한다는 신념하에 수와 계산 등 수학의 개념적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벌어졌다. 수 체계의 절대성을 믿은 힐베르트(2장) 알고리즘을 정의하고 기계적인 계산의 불가능성을 발견한 마티야세비치(3장), 수학적 사고를 논리학과 동일시한 철학자들(4장) 등, 새로운 사고 틀을 제시하려 고군분투한 당대 수학자들의 경이로운 이야기는 인간 사고의 도약에 수학이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를 생생하게 확인시킨다. 자연과 세계를 명료하고 정확하게 사고하기 위해 체계적인 언어와 개념적 도구들을 축적해온 수천 년 문명의 산물이자, 지금 우리 삶에 전방위로 파고든 수학. 이 책은 오랜 역사를 거쳐 질문을 이어온 수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으로 자연스레 독자를 인도한다.

수학은 어렵다. 아인슈타인조차도 수학이 어려워서 자신의 연구에 수학자들의 자문을 구해야 했을 정도다. 과학기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수학은 늘 빠져 있다. 난해한 수학 언어와 어려운 수학을 회피하려는 교육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의 중심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수학을 모르고는 세상의 변화에 휩쓸린다는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그간 다양한 대중 강연과 수학 교육에 관한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이어온 김민형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학 대중화 모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이 책은 세상을 탐구하는 보편 언어로서 수학을 강조하며, 일상의 논리적인 대화에서부터 수학과 물리학, 인문학과 예술 분야를 대담하게 넘나든다.

되도록 수식을 배제하여 흥미로운 주제를 중심으로 접근한 전작 《수학이 필요한 순간》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같은 기본적인 공식에서부터 벡터, 기하, 삼각함수, 통계 등 ‘수포자’들을 벽에 부딪치게 만들었던 개념들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2부 수학의 모험에서 소개하고 있는 벡터는 AI의 학습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행렬은 벡터의 공간 변환과 학습 계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빅데이터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눈에 보이는 정보 기저에 정보의 차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7장 정보의 차원) 가령 세포 하나 당 2만 개의 유전자가 발현되는데 이런 세포 100만 개는 어떻게 분석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의 시대를 견인해나갈 까다롭고 어려운 수학 개념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김민형 교수가 평생에 걸쳐 헌신한 연구 주제이자, 현재 AI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수 기하학에 관하여 구체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언어로 설명하고 있어 현대수학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수학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기하를 이해할 수 있는가?’와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이 보고 듣는 것, 나아가 우주의 실체를 보고, 듣고, 파악한다는 것이란 ‘모양과 실체를 파악하는 일’ 즉, 물질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읽는 것이라고 정의한다.(9장 ‘수학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 빛과 중력, 초음파 등과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며 인간이 세상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아름다운 수학의 언어로 제시하는 저자는, 수학적 문명이 세상의 실체를 보기 위해 기하 뒤의 대수, 그 뒤의 기하, 그 뒤의 대수를 끊임없이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거대한 구조를 구체적인 방정식으로 밝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면서 상대론에 영향을 받은 20세기의 예술가들과 작품들, 이를테면 펜로즈의 삼각형부터 에셔의 판화 작품, 현대음악가 크세나키스 음악의 구조를 넘나들기도 한다.(8장 우주의 모양을 찾는 방정식) 이러한 주제들은 단숨에 읽기엔 쉽지 않다.

그러나 마치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처럼, 수와 기하로 이뤄진 낯선 수학의 언어를 차근차근 짚어가다 보면, 익숙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함께 질문을 찾아갈 때 느끼는 기쁨,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지적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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