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추미애 사태와 군의 정치화
[이슈포커스] 추미애 사태와 군의 정치화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09.17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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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한국군 카투사. 카투사 출신들조차 추미애 장관 아들 같은 휴가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군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한국군 카투사. 카투사 출신들조차 추미애 장관 아들 같은 휴가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일로 연일 시끄럽다. 병가 연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다.

육군 중장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추미애 장관을 코너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공개된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병가 연장은 절차상 분명한 하자가 있는 듯 보인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은 “서씨가 2016년부터 카투사에 복무하며 연가 28일, 특별휴가 11일, 병가 19일 등 총 58일의 휴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군 인사 규정상 21개월 복무 중 정기휴가는 28일을 사용할 수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서모 씨는 카투사 복무 당시 정기휴가 28일 외에 특별휴가 11일(포상 휴가 4일, 위로 휴가 7일)을 받고 여기에 더해 19일간의 병가를 더 사용했다. 정기휴가를 제외하면 총 30일의 휴가를 더 사용한 셈이다.

문제는 서모 씨의 19일간의 병가 관련 근거 기록이 한국군과 미군 측 양측 모두에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9월 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행정 절차상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휴가 명령권자가) 구두로 승인했다”고 옹색한 답변을 했다.

국방장관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카투사 출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페이스북에는 카투사 출신들이 만든 페이지가 있다. 그곳 반응도 뜨겁다. 한 카투사 출신은 국방장관의 답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게 카투사들의 외박, 휴가는 무조건 미군 측에도 전달이 되어야 하고 중대장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제가 군복무 했을 때는 외박 시에 시카가 매주 중대장의 싸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트래킹(추적) 다 되는데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요 진짜”라고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댓글이 또 달린다. “복귀 보고도 안 하고 바로 휴가 연장? 이건 뭐 그냥 탈영인데?”, “강제 복귀는 당해봤어도 휴가 연장? 어림도 없지”. 라는 반응이다. 기자가 직접 카투사 출신들에게 확인해도 답변은 엇비슷했다. 미군의 행정처리는 말 그대로 ‘FM’이라서 행정서류 누락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규정 위반하면 장군도 강등시키는 미군

미군의 행정처리는 매우 엄격하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절차를 엄수한다. 규정을 조금이라도 위반할 경우 가차없는 것이 미군이다. 조셉 필 전 주한 미8군사령관(2008년 2월~2010년 11월)은 재임 당시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것으로 인해 중장에서 1계급 강등당한 소장으로 제대해야 했다.

미군의 경우 3성 장군(중장), 4성 장군(대장)이 예편할 경우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격 사육 없을 경우에만 재임 당시 계급으로 예편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4성 장군조차 소장으로 강등당하고 제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군에게 3성 장군이나 4성 장군 계급장은 훈장보다 더 큰 명예이기도 하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는 9월 9일 대검찰청 앞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연합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는 9월 9일 대검찰청 앞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연합

조셉 필 전 사령관은 한국 근무를 마친 직후인 심사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연방수사국(FBI)과 육군 범죄수사대의 공동 조사를 받으면서 조셉 필 전 사령관은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알고 있었던 친구로부터 좋은 의도로 선물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물을 준 한국인은 영어를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필 전 사령관은 가방과 펜 세트를 미군 감사관들에게 반납했고, 3000달러의 현금도 돌려줬다고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2008년에는 군산의 미공군 8전투비행단장(대령)이 해임된 경우도 있었다. 2008년 11월 11일 8전투비행단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 태평양사령부의 비행단 검열에서 비어든 8전투비행단장이 임무 중대성에 비해 제 역할을 못했다고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행정 및 업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그로 인해 비행단장직에서 해임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미군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규정위반과 업무능력 미달시 그에 대한 처분은 매우 즉각적이고 엄격하다. 비공식적 처리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미군의 시스템이다. 카투사 역시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추 장관 아들 문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입김이 군에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

만약 서모 씨가 추 장관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자. 일단 휴가복귀 신고 없이 전화로 휴가 연장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가 추 장관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근원적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과도하게 군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개입한다는 것이다. 집권여당 유력인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정치권의 입김이 군에 개입하고 군에서 그것을 용인하면 군의 기강은 급속하게 무너진다. 휴가 연장이나 병가 신청도 일종의 군 인사 문제다. 집권여당 유력실력자 뒷배경이 군 인사 문제와 연결되면 인사 문란 행위다. 인사 문란 행위는 곧 정치군인을 양성하게 된다. ‘정치권에 잘 보이면’ 진급하는 군 인사가 바로 정치군인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군인 하면 과거 하나회를 연상하게 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나중에 자신이 잘한 일 중 하나를 하나회 척결을 예로 들었다. 하나회 출신들이 군내에서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정치실력자의 연줄로 승진이 보장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1993년 3월 4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연설에서 “임무에 충실한 군인이 조국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그 어떤 훈장보다도 값진 것입니다. 그러나 올바른 길을 걸어온 대다수 군인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영예가 상처를 입었던 불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잘못된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실추된 군과 육군의 명예를 바로잡고,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군의 명예와 영광을 되찾는 일에 앞장설 것을 여러분에게 다짐합니다”라고 천명했다. 그렇게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등 사조직을 군내에서 척결했다.

 

정치군인 만드는 것은 정치권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 이후 정치군인이 없어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정치군인은 존재한다. 과거 하나회 같은 사조직은 아니더라도 출신 고향에 따른 정치군인이 새로 생겼다. 군내 정기 인사보도자료를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지역 안배라는 말이다. 말은 지역 안배이지만 특히 영·호남 출신에 따른 비율 조정이다.

대통령의 출신에 따라 군 인사도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군 인사가 군 본연의 전투력과 지휘력을 평가받아 이뤄진다면 지역 안배라는 말은 나올 여지가 없다. 미군이 사령관을 임명하는 데 52개 주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절대 없다.

미군은 엄격히 전투 지휘력을 평가해 진급시킨다. 미군은 실제 전투를 통해 지휘관의 능력을 검증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멀어진 한국군 지휘관의 진급은 실제 전투력이나 지휘력과는 별개다. 초급지휘관은 사고 예방이 최우선이다. 고급지휘관, 특히 별을 달기 위해 고향과 그에 따른 정치권에 줄을 대는 것 자체가 정치군인이 만들어지는 코스다.

지역 안배를 통한 정치군인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좌파 정권에서는 육사 출신보다 공사나 해사 출신이 우대받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정권 때도 해사 출신 윤광웅씨가 국방장관을 했다.

9월 10일 국방부가 보내온 보도 참고자료에는 부득이한 경우 전화로 (휴가)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권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국방부 자료
9월 10일 국방부가 보내온 보도 참고자료에는 부득이한 경우 전화로 (휴가)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권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국방부 자료

현재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송영무 장관은 해군 출신이고 정경두 장관은 공군 출신이다. 과거 하나회가 육군 중심이었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에 좌파 정권이 암묵적으로 육군을 경원시하는 것도 문제다.

군 지휘관 진급심사에서 지역 안배 못지않게 고려하는 것이 군의 출신별 배분이다.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 그것도 세분화하면 3사 출신과 ROTC 출신으로 배분하는 것도 사실 문제다.

추미애 사태를 보면서 또 하나 정치군인이 되는 길이 열린 것 같다. 권력자 아들 뒤를 잘 보살펴 주거나 문제가 생겼을때 정치권을 옹호하는 문서를 만들거나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용인되면 군정과 지휘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정치권 청탁, 장병 부모의 청탁 모두 군을 괴롭히는 것

추 장관 아들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우리 군은 유사시 제대로 전쟁을 치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휘관은 병사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 입에서 “행정 절차상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휴가 명령권자가) 구두로 승인했다”는 변명은 군 인사나 지휘계통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기자가 이러한 근원적인 의문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국방부를 출입하다보면 사병들의 두발 상태는 민간인처럼 길다. 군인의 두발 상태가 아니다. 현역 중대장들의 고충도 들어보면 기도 안차는 경우가 많다. 머리를 짧게 깎으라고 하면 반발하는 병사도 있고 그것을 부모들에게 이른다는 것이다. 그럼 부모들은 중대장과 함께 있는 단체카톡방에서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현역 중대장들은 장병 부모들의 카톡방 요구를 응대하는 것이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전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급지휘관들은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고, 초급지휘관들은 장병 부모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전쟁 나면 총이나 제대로 한방 쏠 수 있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는 정치권 입김과 장병 부모의 입김이 동시에 작용한 케이스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군대를 위해 정치권과 장병 부모의 입김과 청탁에서 자유로운 군대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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