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공공의료는 한국에만 있는 용어, 의료문제 본질 호도”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공공의료는 한국에만 있는 용어, 의료문제 본질 호도”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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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의사 파업으로 대치하던 정부와 의료계가 9월 4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8월 21일부터 이어진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는 보름 만에 종료됐다.

합의문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다만,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이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의협 회장 등 집행부가 졸속으로 합의했다며 불만을 표시하면서 미완의 합의라는 지적도 있다. <미래한국>은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 9월 4일 정부여당과 의료계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합의 내용에 만족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 공투위란 투쟁기구를 만들어 거기서 합의가 된 전권을 최대집 회장에게 위임했고, 안(案) 자체도 만장일치로 의결했어요.

그것을 정부에 전달했고, 부족하지만 정부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의견을 수용해준 부분이 있죠. 내부적으로 복지부와 그전에도 만나면서 일정 부분 조율해가며 저쪽에서 수용 가능한 부분을 우리가 확인해 만든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자기들과 합의가 없었다고 반발했습니다. 내부 합의가 안 된 겁니까?

범투위 안에 전공의 선생님 네 분 계시고 전임의 선생님도 두 분 들어와 계시고요. 의대협 학생도 두 분 들어와 계십니다. 젊은 선생님들이 여덟 분은 들어와 계신 거죠. 그 내용을 일반 회원들에게 다 전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요. 또 한 가지 협상안 자체를 대외적으로 다 공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반 회원들이 보기에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협상에 참여하신 분들도 결과를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현실적인 부분도 있어서 협상 결과에 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공의대 설립법안 내용에 특히 논란이 많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여권이 이런 내용의 법안을 현 시점에서 강행하려는 의도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공의대 설립법안-공공의대 이사회에 10명 이상 15명 이하의 이사를 두도록 했다. 총장,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교육부 장관이 추천한 각 1명, 공공의대 소재지의 시·도지사가 추천한 1명 등 5명이 당연직 이사가 되고, 이 밖에도 5~10명의 이사를 ‘외부 인사’(시민단체 관계자를 이사로 임명할 수 있는 근거 조항)로 임명하도록 했다.

또 ‘부칙 제2조’로 ‘설립 당시’의 총장은 복지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사 및 감사는 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고 했다. 이 법안에는 ‘공공의대 출신 우선 채용’에 대한 조항도 담겼다. 공공의대 출신으로 10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의사들에 대해 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에 공공의대와 공공의료 영역이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용어예요. 전 세계 어디에도 의료를 사적의료, 공공의료라고 분류하는 곳은 없습니다. 대개 의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의료를 퍼블릭이라고 하고, 그 의료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적의료(민간의료)라고 합니다.

선진국은 대개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의료영역이 80~90%를 차지한다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65%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정권에 있는 분들은 이것을 공공의료라고 보지 않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의료가 있고 비급여 영역이 있는데 이 점을 보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보는 공공의료는 이렇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공공의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때 의약분업이 이뤄지면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그 당시에 관여했던 보건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공공의료를 이야기할 때 원래 취지는 국공립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가 공공의료라고 규정짓는 거예요.

실은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기준은 없다는 것이죠. 유럽과 같은 경우는 병원이 대부분 국공립입니다. 민간이 세우지 않아요. 병원이 원래 구휼적 측면에서 출발했으니까요. 돈도 많이 들고 개인이 병원을 세울 능력이 안 되거든요. 민간이 병원을 짓는 것은 사적의료이죠. 그래서 대개는 의료라고 하면 건강보험이나 세금 등 공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일컫습니다.
 

피켓시위를 통해 정부의 의료정책 문제점을 알리고 있는 전공의 / 연합
피켓시위를 통해 정부의 의료정책 문제점을 알리고 있는 전공의 / 연합

대한민국에만 있는 용어 ‘공공의료’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공의료도 본래 공공의료라는 말은 없지만, 외국의 경우를 볼 때 공적 재정으로 투입되는 의료라고 한다면 건강보험 의료가 공적 재정이 투입되는 의료잖습니까? 그러니까 공공의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의료행위에는 건강보험으로 제공되는 의료, 비급여 의료가 같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민간병원도 건강보험으로 제공되는 의료가 있고 비급여 의료가 있으니 사실은 똑 같은 의료행위가 제공되는 것이죠. 설립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의료행위가 달라지는 게 전혀 아니죠.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공공의료 개념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에 가는 의사가 부족하다, 그러니까 공공의대를 만들어 의사를 양성해서 공공의료에 투입하자고 정부가 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일군의 그룹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생각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사 인력 양성은 공공의대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공공의료, 공공의대 개념을 외국에서 몇 개 차용했다고 해요.

일본의 자치의과대학이라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도단위 차원에서 학생을 뽑아 교육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지역으로 보내요.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율이 한 80%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지역색이 강한 나라거든요. 섬도 많고요. 일반 의대를 졸업해 대도시로 오는 빈도가 많기는 하지만 그 지역으로 돌아가는 비율도 큽니다.

그런 나라들의 사례로 스웨덴, 캐나다 등을 들어요.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우리나라 수십 배에 해당하고 스웨덴도 북극에 가까운 북쪽은 주민이 별로 없습니다. 의료취약지구가 되는 거죠. 이쪽 출신들을 위해 의과대학을 세워 교육시켜 그 지역으로 보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들 사정과 전혀 다르죠.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이고 땅도 좁습니다. 대만의 양명종합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은 1975년 공공의대를 설립했다가 실패했어요.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졸업자들이 그 지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 한 것인데 남아 있지 않더라는 거예요.

대만과 우리가 비슷하죠. 대만도 한국처럼 땅이 좁고 중앙집권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나라가 아니에요. 대만의 양명종합대학은 결국 실패하고 일반대학으로 전환했습니다. 공공의대라는 개념은 취약한 공공의료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사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한 것인데 전제조건이 잘못되다 보니 여러 틀이 흔들리는 것이죠.
 

- 정부는 하필이면 코로나가 유행하는 지금 굳이 이 법안을 밀어붙이려고 할까요?

공공의료법 통과 노력은 20대 국회에서도 있었던 일이에요.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 법안이 자기들 정체성과도 맞고 또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공의대가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자료까지 만들었는데 이 부분이 전혀 반영이 안 된 것은 정책적인 부분보다 정치적인 부분이 더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 공공의대, 공공의료라는 용어가 실제와 달라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공의료라는 것은 국공립의료기관의 확충입니다. 시설의 확충, 인력의 확충, 의료질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죠. 국공립의료기관이라고 하면 서울대학병원도 있고 각 지방의 국립대학병원도 있죠. 그런 곳들은 의료시설이 좋아요.

그런데 이 논란에서 포커싱을 좀 더 한다면 지방의료원을 말하는 겁니다. 전국 지방에 52개 정도 있습니다. 그 지방의료원의 시설, 장비, 의료인력이 열악합니다.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들 모두 잘 안 가려고 하죠.
 

- 의료인력이 지방의료원에 가고 싶도록 인센티브를 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경기도의료원, 청주의료원 등 지방의료원이 독립채산제로 거의 다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도 소속이에요. 도지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병원장이 획획 바뀝니다. 정치에 따라 너무 영향을 받죠. 또 하나는 독립채산제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이 하고자 하는 역할에다 이익까지 남겨야 하는 문제도 생깁니다.

지방의료원에 1년에 1800억 정도 지원이 되는데, 전체적인 수익은 몇 억 원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보기에는 그러려니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수익이 안 난다고 보는 것이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의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공공의료라는 것은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국공립의료기관의 시설과 의료의 질적 개선이라고 저희도 봅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집니다. 정부가 말하는 공공의료의 개념은 이렇지만 저희가 주장하는 공공의료 개념은 건강보험과 관련된 의료를 확충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의료계가 이득이 남도록 의료 수가를 올려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같은 중증 병과 관련된 필수의료에 관해서는 지방의료원이나 국공립의료기관이 해야 하는 일 자체가 대폭 줄어들 거라는 것이죠.
 

본질을 호도하는 ‘공공의료’ 용어의 선동성

- 정부에서는 의사가 모자라다, 의대가 부족하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요.

그것은 의사의 분포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지역도 그렇고 종별이라고 해서 병원별, 과별 등 분포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별 분포의 문제나 지역분포의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에요. 지역분포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전 세계에서 도시와 지방 간 지역분포가 가장 균등한 나라예요. OECD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정부는 이상한 통계를 들이밀어요. 서울 종로의 의사수와 경북 양양의 의사수를 비교합니다. 비교가 안 되는데 도시와 시골 간 의사수 격차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말이 안 되죠. 과별의 격차도 정부의 의료정책, 건강보험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종별로 의원,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병원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가 병원 설립을 대책 없이 방치해 놓은 결과예요. 지자체가 승인해줘야 하거든요. 병원 생기면 무조건 좋은 거라는 인식으로 허가해준다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병원도 많고 병상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의사에 국한돼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죠.

- 공공의료라는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우리와 비교해 해외 실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취약지가 너무 당연하다 보니 OECD나 WHO에서는 3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의료 취약지 출신 학생을 뽑아라, 둘째 학생들 의과대학 교육 시간에 지역의료에 관한 교육을 많이 시켜라, 셋째 정주환경, 즉 예를 들어 의사가 지역에 가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좋게 만들어라, 이 세 가지입니다.

의료 취약지 출신 의사를 늘리고 교육시켜 지역으로 돌아가게끔 하면 되지 않느냐, 이게 정부의 안입니다. 의사들은 이 안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의사수 정원과 결부시키기 때문인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 사람들 좀 더 뽑아 의과대학 교육 시간에 지역의료와 관련해 교육을 더 시키고 그 사람들이 다시 돌아가도록 인센티브를 준다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의사수 확대와 이 문제를 연결시키다 보니 지금 젊은 의사들이 엄청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의사를 뽑을 때 의료 취약지에서 출신 의사를 뽑는 경우 있습니다. 저희도 교육과정에서 지역의료와 관련된 교육을 정부가 하라는 겁니다.

지금 의과대학 과정에서 정부는 공공의료를 얘기하면서도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만 주장합니다. 그러나 의료인력 양성에 관해서는 공공의료 개념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인력 양성은 당신들이 돈 써서 알아서 하라면서 나중에 의료서비스 제공할 때만 공공의료를 말하거든요. 이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영국 같은 경우는 1년에 10조 정도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돈을 의과대학생 교육에 쏟아붓는 거예요. 미국이 민간보험 천국처럼 인식돼 있지만 메디케이드(Medicaid)나 메디케어(Medicare)와 같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처럼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보험도 있거든요.

거기서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들의 월급을 많이 지원해 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가 아무런 보장을 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다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라는 거죠. 그게 안 된다면 지역의료와 관련돼 있는 교육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해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의료인력은 의과대학에서 양성하고 그런 교육도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가지는 정주환경을 개선하라는 겁니다. 의료인들이 지방 의료취약지역에 가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정부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를 안 하고 있어요.

또 하나 문제는 진료권의 문제입니다. 지방의료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환자의 암을 발견했다 칩시다. 설령 의사가 암을 수술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그 환자는 거기서 수술을 안 할 겁니다. 대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올라가죠. 통계를 보면 그 지역에서 발견하고 암 수술을 받는 환자는 30~40%밖에 안 됩니다.

대개 대도시로 가서 수술을 받아요. 심지어 대도시에 있는 환자도 다른 대도시로 갑니다. 대개 서울로 올라오겠죠. 그런 것처럼 진료권이 설정이 안 돼 있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지방에 있는 의사들은 내가 의사로서 수술할 수 있는 케이스가 없어지는 겁니다.

진료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국민이 병원을 이용하는 데 일정 부분 제한을 두는 것이에요. 그럼 국민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문제가 있죠. 정부가 이런 문제는 방치하고 지방에 의료원만 늘린다고 환자가 올까요? 그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의대 설립·의사수 늘리기는 공공의료와 무관

- 해외에도 공공의료 성공, 실패 사례라는 게 있습니까?

공공의료라는 개념을 국공립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라든가, 세금으로 의료를 하는 나라라고 본다면 영국, 북유럽, 스페인, 이탈리아와 호주, 캐나다와 같은 영연방국가들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나라이죠. 유럽은 대부분 개인이 병원을 세울 능력이 안 됩니다. 의사가 무슨 돈이 있습니까? 코로나 사태에서 유럽의료기관보다 한국이 대처를 잘 했어요.

사망률도 연령보정을 해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현저하게 적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이 좋고 의사들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뜻이에요. 이런 나라들을 공공의료라고 가정한다면 이탈리아, 스페인은 사망률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영국, 이탈리아 이런 나라들은 의사들이 자기 나라에 없습니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갑니다. 보통 인구 1천명 당 의사수를 얘기합니다. 그리스는 5.1명 정도 되는 상당히 높은 나라예요. 그럼 그 나라 의사들이 낙수효과로 지방으로 가느냐? 안 갑니다. 돈 많이 들여 의사가 돼도 의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 어떤 경우는 의사 하지 않고 택시 운전도 합니다. 얼마나 비용 낭비입니까. 가끔 진보적인 입장의 사람들이 쿠바를 얘기합니다. 쿠바가 인구 1천명 당 의사가 8.1명인가 그렇다고 해요.

혹시 맨발의 의사라는 말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옛날 중국에서 의사수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일반인들 중에서 간단한 교육을 시켜 시골에 의사로 배치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에는 한지 의사가 있었어요. 일제 때 조수하던 사람들, 당신은 그 지역에서만 의사를 해라, 그렇게 해서 한 거죠. 이런 식인 거예요. 쿠바의 의사들은 의사 한 명 당 주민 몇 명을 맡는 식이에요. 주치의 개념이죠. 이것이 건강관리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쿠바에 있는 의사 수준은 간호사와 의사의 중간이에요. 쿠바가 의료 천국이라는 말은 사실 거리가 있습니다. 캐나다와 남아프리카에서 쿠바 의사 수입했다가 다시 되돌려보낸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쿠바는 공산국가니까 그래도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이죠.

동유럽 국가의 경우 과거 공산국가였습니다. 동유럽이 OECD 국가에 편입되다 보니 통계상 OECD 국가의 의사수도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와 비슷한 소득을 가진 나라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맨날 인구 1천명 당 의사수 얘기하는데 우리나라가 의사수가 적은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국가마다 의료정책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갖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공공의료 성공사례라 한다면 쿠바를 들 수 있겠지만 공공의료라기보다 의료의 성공사례, 그러나 그 의료는 질병의 의료적 관리 차원에서 좋지만 큰 병, 심각한 병 치료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에요. 의사로서 기본권이 많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하고요.

실패사례라고 한다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이런 서유럽 같은 경우라고 할까요. 이런 나라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라들이고 특히 그리스는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나라예요. 이 나라도 실패했죠. 국가가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 이번 파업 과정에서 ‘의사=공공재’ 논란도 있었더군요. 국민들이 의사 자체를 공공재로 보지는 않지만 의사들에게 어느 정도 공공적 헌신을 요구하는 의식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단어의 정의를 호도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공공의료라는 용어도 애초에 없는 단어를 만든 거예요. 또 공공성이라는 단어의 의도도 왜곡하는 것 같고요. 공공재라는 단어도 왜곡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안타깝습니다.

공공재라는 것은 비가역성, 비경제성, 즉 경쟁이 없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공공재는 교육, 건설, 국방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 것이죠. 경제학 원론을 보면 의료는 공공재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공공성이란 용어는 철학적 용어이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공공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퍼블릭(Public)을 얘기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공중이란 이름으로 많이 번역해왔습니다. 퍼블릭이란 공통의 이익과 관련된 영역을 말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과 관련된 공통의 관심사는 아니거든요. 의료는 공통된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해당되겠죠. 그런 논리로 방송, 통신 이런 것이 모두 공공재이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공성이 없는 게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의료의 공공성은 많이 논의해서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지 ‘의료는 공공성이 있고 공공재이니까 국가가 마음대로 써야 돼, 의사 너희들은 희생해야 돼’ 그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의료가 공공성이 있다고 한다면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잖아요.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가 동원령만 내리면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공공성은 어떻게 보면 이념적인 문제와도 결부된 것이거든요. 온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도 관련 있고요. 좌우를 떠나 국민들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진보가 찬양하는 쿠바 의료의 실체

- 국민건강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의사들의 사적 이익을 보장하려면 의료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젊은 의사들이 이 사태에서 가장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제일 큰 당사자는 의사들 아닙니까? 논의가 전혀 없이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자기들끼리 몰래 했습니다. 두번째로는 처음 의사수가 부족하다면서 의사수 확충하겠다며 들고 나온 이유가 코로나 사태입니다.

그다음 들고 나온 게 지역 의사가 부족하다, 세번째가 필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에서 의사가 부족했느냐, 대구에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의사들이 제일 많이 가서 봉사했습니다. 간호사는 44만 명, 의사는 12만 명입니다.

의사가 930여 명, 간호사가 8백 몇십 명이 대구에 갔어요. 비율로 따지면 의사가 많이 간 것이죠. 의협에서 대구의사협회에 코로나 사태 때 의사수가 부족했는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사가 남아돌았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코로나 사태 때 의사수가 부족했다는 근거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다음 지역 의사수가 부족하다며 아까 말씀드린 종로와 양양군의 비교를 들고 나옵니다. 하지만 OECD 국가에서 도시와 지방 간 의료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필수의료는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입니다. 의사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문제 자체가 의료제도 자체의 문제인데 의사수 문제로 호도해서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는 것이죠. 젊은 의사들은 이런 점에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 그동안 보건의료발전계획 같은 게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 같이 우리나라 의료가 어떻게 가야 한다는 방향 설정 없이 왔습니다.

저희는 그런 것 없이 정치권과 정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만드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죠. 제일 먼저 할 일은 보건의료계획을 만들어라, 그다음 계획을 만들 때는 실제 당사자인 의료계와 논의하면서 만들라고 우리가 주장하는 겁니다. 논의해서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늘리자, 충분하면 줄이자 이런 논의를 해야 된다는 것이고요.

전 세계에서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 줄이는 것은 보건의료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일본, 미국, 네덜란드, 호주, 영국은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어요. 모든 로데이터(raw data)를 갖고 와서 논의를 하죠.

심지어 네덜란드나 호주 같은 나라는 그것만 연구하는 조직이 따로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공의료 전반의 정책 문제는 보건의료정책 계획을 먼저 마련한 뒤 의사 양성 등에 관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에서 실현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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