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재승인 제도를 통한 종합편성채널 옥죄기... 양날의 칼, 방송 인·허가제도
[이슈분석] 재승인 제도를 통한 종합편성채널 옥죄기... 양날의 칼, 방송 인·허가제도
  • 황 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20.09.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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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인·허가제도는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독립성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방송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인·허가제도는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독립성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방송은 발생 초기부터 강한 정부규제를 받아왔다. ‘주파수 희소성(frequency scarcity)’에 근거해 소수 방송사들의 독과점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대신 방송사업자에게는 다양한 사회적 책무들이 부여되는 공공수탁원리(public trusteeship)가 정착되어왔다.

이러한 방송사업자를 규제하는 가장 위력적인 수단이 진입여부를 결정하는 인·허가제도(licensing)이다. 한마디로 방송 인·허가제도는 한 국가의 방송이념 및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방송 인·허가제도는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독립성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동의와 제도적 합리성을 전제되어야 한다. 자칫 인·허가제도는 국가의 언론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제도가 정치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된다면 방송사업자에게는 물론이고 결국 국민들로부터도 ‘규제순응성(regulatory compliance)’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즉, 방송사 인·허가제도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

방송 인·허가제도는 법률적 근거에 의해 공정하고 객관적 심사기준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남용 혹은 악용될 소지가 많은 제도인 것이다.

재허가·재승인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사업자는 엄격한 자격심사와 공적 책무를 부여받고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다. 그러므로 허가된 기간 동안 자격조건이나 책무이행에 문제가 없었는가를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20일 회의를 통해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20일 회의를 통해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방송의 정치 병행성

특히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상파방송이나 보도·종합편성채널들은 일정한 허가 기간을 설정하고 엄격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방송인·허가제도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공정하고 합리적 절차에 의해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을 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업보다 방송 인·허가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언론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원래 인·허가제도는 시장으로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경제적 진입규제다. 하지만 산업적 속성과 정치·사회적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방송사업자 인·허가제도는 그 성격이 다르다.

방송은 발생 초기부터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정치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역할도 했지만 정치권력의 통치 도구로도 자주 이용되었다. 특히 정치권력의 직접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신문과 달리 방송은 정치적 통제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 통제 메커니즘이 바로 인·허가제도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방송은 정치권력과 상호 필요성에 의해 결탁하는 ‘후견주의(clientalism)’에 의해 존속·성장해 왔다. 권력에 충성하는 대가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받는 공존시스템이 고착되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이 정치권력 지형 변화에 따라 부침이 거듭되는 ‘정치 병행성(political parallelism)’이 매우 강하다. 이 같은 후진국형 공존시스템은 정치권력이 방송을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왔다.

공영방송을 선거에서 이긴 후 획득하는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권을 획득한 모든 정파들이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고자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 정권이 과거 어떤 정권보다 훨씬 강한 어찌 보면 무모하기까지 한 언론 통제조치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집권 여당과 유착된 노조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는 각종 방송 채널들을 정권 호위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방송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 정권 집권 초기에 여당 인사들은 보수 성향의 신문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들에 대해 ‘행정조치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결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조짐은 사실상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었던 2017년 초에 실시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때부터 나타났다. 심사항목 중에 방송의 공익성과 보도공정성 관련 배점을 크게 높이고 관련된 재승인 조건들을 부여해 종합편성채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방송을 통제하는 핵심 매개체가 바로 공익성과 공정성 개념인 것이다. 공익성과 공정성은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관련된 핵심 이념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이 추구해야 할 이념형(ideal type)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익성 개념은 집권 정파 입장에서 너무나 좋은 통제 도구인 셈이다. 특히 현 정권은 야당 시절부터 방송의 공익성을 지속적으로 표방해왔고, 집권 이후에도 모든 정책마다 공익성을 앞세웠다.

한마디로 공익성을 전유하고 있는 현 정권을 옹호하는 행위는 당연히 공익을 구현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공영방송이 정권과 밀착하는 것은 공익성을 구현하는 것이고 정권을 호위하는 편향보도는 공정보도가 된다. 또 일방적으로 공익적 정권을 찬양하고 옹호하는 인사들을 대거 출연시키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재승인 심사에서 공익성·공정성 배점을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정권에 대한 친화력 정도를 비중 있게 평가하겠다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 보도·종합편성채널 심사 항목들 중에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21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계획의 적절성(190점)’ 같은 공익성·공정성과 관련된 배점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공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매년 평가하는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도 400점이나 되어 공익성·공정성 관련 점수 비중이 80% 가까이 된다. 더구나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한 추상적인 심사기준을 소수 심사위원들-심사위원 구성 역시 다수가 정부·여당에서 추천하거나 친화적 인사들일 경우가 많다-에 의해 주관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은 심사 자체가 원천적으로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초 실시된 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TV조선이나 우여곡절 끝에 재승인 받은 채널A가 문제되었던 부분도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항목이었다.

허술한 재승인 제도와 자발적 규제

공익성이라는 추상적 평가 요소들 뿐만 아니라 재승인 심사제도 자체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승인 행위가 모법인 방송법이 아니라 시행령 혹은 내부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허가·재승인 심사기준으로 준용되고 있는 방송법 제5조와 제6조의 허가심사기준들도 매우 포괄적이고 규범적이어서 심사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심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평가된다는 비판은 수없이 제기되었다. 한마디로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심사 항목을 구체화하고 배점 비율 특히 비계량 항목 점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2019년 한국방송학회 ‘규제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과도한 재허가·재승인 조건’ ‘지나치게 짧은 허가 유효기간 및 근거 법령 부재’ ‘재허가 심사에서 지나치게 점수 비중이 높은 사업 계획 항목’ ‘재허가 및 방송평가 항목의 추상성’ ‘재허가·재승인·방송평가 방식과 절차의 투명성 부재’ 같은 9가지 문제점들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본질적 문제점들을 그대로 둔 채, 공익성·공정성 같은 추상적 항목들의 점수 비중만 높였다는 것은 심사의 객관성을 더 악화시킨 것이 된다. 심지어 사업자들의 재승인신청서에 기술된 ‘이행실적이나 향후 계획’들도 거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구현과 관련된 것들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과도하게 많은 재허가·재승인 조건들도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 들어 모든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들이 무더기로 부여되고 있다. 이번에 조건부 승인을 받은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11개와 13개 재승인 조건들과 8개씩의 권고사항을 부여받았다.

이 조건들 대부분이 공적 책임 혹은 공정성 확보와 관련된 것들이다. 심지어 방송 관련 학회나 기관으로부터 공정성 관련 컨설팅을 받으라는 조건도 있다. 한마디로 법에 부여된 권한을 훨씬 넘어선 과도한 행정조치로서 방송사의 독립성과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재허가·재승인 심사절차 상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집권 정부·여당에 절대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회계·기술·경영·법률·시청자 같은 전문 분야를 고려해 심사위원을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이 중에 방송 분야와 시청자 분야는 여·야가 안배해서 추천하지만 나머지 분야는 사실상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심사위원들이 추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문영역과 무관하게 모든 심사위원들이 전체 심사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보수신문사들의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태도를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금 같은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자발적 통제

현 정부의 언론 통제 방식은 과거 정권들과 달리 외형적으로는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형태다. 이는 언론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더 공고한 통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정치권력과 공존하는 조합주의(corporatism) 통제 형태로 재편되었다. 민영 방송사들은 정치권력과 대립할 경우 예상되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인식시켜 순응하게 만드는 ‘자발적 검열(self-censoring)’ 통제로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방송이 내부 종사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규제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직접 통제보다 훨씬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들에 대한 자발적 검열기제가 바로 재승인제도인 것이다. 정치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승인 제도를 통해 종합편성채널들로 하여금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중대한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자발적 검열로 이어지게 압박하는 것이다.

실제 2017년 재승인 심사 이후 종합편성채널들의 위기의식이 크게 고조되었고 일부 채널들은 자발적 검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들이 무더기로 퇴출된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방송사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쉽게 유추 가능하다.

앞으로 있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대승 이후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정부·여당의 기세로 보아 승인취소까지 할지 모른다. 연간 법정제재 건수를 5건 이내로 유지하되 2020년은 재승인 이전인 1월부터 소급적용한다고 조건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2020년 초에 이미 4건의 법정제재를 받은 TV조선은 사실상 방송행위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연인지 조건부 승인을 받은 TV조선과 채널A가 모두 작년 조국사태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채널들이다. 어쩌면 현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어떤 대가를 치를지 본보기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자발적 통제 형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나 구글과 유튜브에 대한 규제 혹은 과세 압력들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네이버의 보수 성향 언론사 배제 의혹과 추미애 장관 뉴스 연동 배너 변경, 조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검색 결과 최상단에 배치한 페이스북과 구글의 검색엔진, 보수 유튜버들에 대한 무더기 노란 딱지 부여 등은 어쩌면 언론사들의 자발적 검열 결과일 수도 있다.

재허가·재승인 심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권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언론자유와 독립성은 권력을 쥔 자의 양보와 민주적 인식 바탕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고려대 신문방송학 박사
한국언론학회 상임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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