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미 연합훈련의 개념이 바뀐다... 미 군사작전 못 따라가는 한국 해병대
[심층분석] 한미 연합훈련의 개념이 바뀐다... 미 군사작전 못 따라가는 한국 해병대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09.2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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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대하게 치러졌던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이유로 전승기념식은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다.
2015년 성대하게 치러졌던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이유로 전승기념식은 축소되거나 생략되고 있다.

2020년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은 해병대사령부가 1960년 제1회 인천 상륙작전기념식을 개최하면서 2009년 제59회까지 주관했다.

2010년부터는 해군본부 주관으로 바뀌면서 해마다 기념식과 상륙작전 재연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2020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과 상륙작전 재연 행사는 없었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기념영상’으로 대체했다.

해군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전황 소개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참전국 해군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 등의 추모와 감사 메시지를 담은 기념 영상을 이날 오전 10시 해군 SNS에 게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및 기념식은 비대면 영상으로 대신했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갔다. 많은 인원이 좁은 실내에 밀집했다. 야외 행사인 인천상륙작전은 코로나가 문제이고 실내행사인 임명장 수여는 코로나가 관계없는 것일까?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유지되던 2020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급 행사에 두 번이나 참석했다. 4·3 기념식과 4·19 행사 때다. 한국에서 번지는 코로나는 참으로 묘하다. 이념적 기준으로 꼭 보수우파행사 때만 코로나가 번지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인천상륙작전 70주년 행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인천상륙작전 기념식과 재연 행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된 2017년부터 축소되기 시작했다. 기념식에 이어 대규모 전투병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상륙작전 재연 행사는 따로 열리지 않았다.

현 정권의 이념성향으로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는 분명 달갑지 않을 것이다. 울고 싶던 차에 뺨 맞는다고 올해는 코로나까지 겹치게 되니 핑곗거리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미래전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상륙작전은 불가능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제2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을 격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본지 <미래한국> 630호에서 언급했지만, 미 해병대의 작전개념과 구조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상륙돌격부대가 아니라 미사일과 드론을 가지고 싸우는 첨단 부대로 구조 개편이 이뤄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륙돌격부대는 미군에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대규모 상륙작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미 해병대의 구조개혁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미 해병대는 더 이상의 대규모 상륙작전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전통적인 상륙작전은 너무도 많은 물자와 인명 피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7만의 유엔군과 한국군이 투입되었다. 전사자는 500명, 부상자는 2000명이 발생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상륙작전 때 미군 피해는 전사자 4만6000여 명, 부상자 5만5000여 명을 냈다. 이오지마 상륙작전 때는 6821명 전사, 약 2만 명의 부상자를 냈다.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 때문에 실제로 미 해병대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 번도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전에서 펼치지 않았다. 오키나와 단일 상륙작전의 전사자와 3년간의 한국전 전사자가 비슷하다. 현대전에서 이러한 인적 피해를 감수하고 작전을 펼칠 수는 없는 것이다.

미 해병대는 상륙정을 동원하는 돌격상륙작전 대신 헬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적 해안 후방에 침투하는 강습상륙작전으로 개념을 바꿨다. 수차례 한미연합훈련에도 보면 한국 해병대가 상륙정으로 해안에 상륙하면 미 해병대는 헬기를 이용해 해안에 투입되곤 했다. 그러나 이것조차 훈련일 뿐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미 해병대는 지상군과 별 차이가 없었다. 1차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미 해병대는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싸운 지상군이었다. 이라크전에서 가장 치열했던 팔루자 전투에서 미 해병대는 건물 하나하나를 두고 시가전을 펼쳐야 했다.

더 이상의 상륙돌격부대가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전장환경과 주적이 바뀌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군으로 말이다. 주적(主敵)과 전장환경이 바뀌면 전투 교리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미 해병대의 변신은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과의 충돌에서 어떻게 승리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 해병대의 대변신은 2019년 7월, 제38대 미 해병대사령관으로 부임한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장이 취임하면서 구체화 되었다. 향후 10년간의 해병대 개혁 방안을 담은 ‘포스 디자인(Force Design) 2030’이 발표되면서 자세한 내용이 알려졌다. 미 해병대는 6개월간 심층적인 워케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의 미 해병대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향후 10년간 미 해병대의 총병력 규모는 18만9000명에서 17만 명으로 1만9000여 명 감축된다. 감축 대상은 주로 해병대 내 지상군 분야다. 보병대대는 24개에서 21개, 포병대대는 21개에서 5개로 각각 줄어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 해병대 내에 에이브람스 전차대대는 완전히 해체된다.

이에 대해 버거 사령관은 “전차(탱크)를 가진 해병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쐐기를 박았다. 중국을 대상으로 미 해병대가 싸워야 하는 전장에 탱크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과 싸움은 지상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이다. 바다와 하늘에서 탱크는 필요치 않다.

탱크뿐만 아니다. 해병대의 상징인 상륙돌격 장갑차 중대도 6개에서 4개로 감축된다. AH-1 공격헬기와 CH -53 등 대형수송 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비행대도 줄어든다. 이는 강습상륙부대의 규모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는 미국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유령함대다. 유령함대는 무인 수상함과 무인 잠수함(잠수정)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무인 함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드론으로 구성되는 함대다. 따라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맞붙게 되면 인류 최초의 드론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구상하는 유령함대는 이미 구체화 되었다. 4년 뒤인 2024년까지 만들어져 2025년부터 본격 운용될 예정이다. 그 비용은 미 해군의 핵항모 트루먼 함을 조기 퇴역시키면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어찌 보면 이제 해전에서 항모가 주축이 되는 시절도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이 급속한 군사적 팽창을 하고 있더라도 미군의 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 해군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아직은 접근거부 및 지역거부전략(A2AD:Anti-Access Area Denial)이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함탄도미사일로 미 함대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미 해병대는 바다에서 중국을 상대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의 섬에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50~100명 사이의 부대로 편재될 예정이다. 새로운 개념의 미 해병 원정부대는 드론과 미사일로 무장해 중국 해군을 교란하고 중국 해군의 동태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부대가 된다.

유사시 중국군을 타격하고 다음 목표물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을 전술로 삼는다. 이를 위해 미 해병대는 미사일 중대를 7개에서 21개로 3배가량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마디로 상륙돌격부대에서 드론 조종과 미사일 발사부대로 완전히 그 개념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이와 같은 전술에 유령함대로 맞선다는 것이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드론으로 중국 레이더 및 방공망을 교란하고, 중국 함정과 미사일들을 파괴하는 전략이다. 중국 근해 가까이 은밀하게 접근한 미군의 유령함대는 최신형 줌왈트급 함정 3척이 지휘한다는 구상이다.

미 해군의 차세대 전투함인 줌왈트급은 초음속 레일건을 비롯해 토마호크 미사일ㆍ지대함 미사일ㆍ로켓형 대잠 어뢰 등 막강한 화력을 갖춘다.
 

미 해병대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한미연합상륙작전 기본 개념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미 해병대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한미연합상륙작전 기본 개념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미군의 유령함대 구상

바다의 랩터라는 별칭처럼 뛰어난 스텔스 성능 덕분에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수십 대의 해상 및 공중 드론을 통제 운영하면서 중국군을 교란하게 되는 전술이다. 그다음 유령함대 뒤에 포진하고 있던 항모 전단으로 유사시 중국의 전략 전술 목표를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에 미 해병대도 발맞추는 것이다. 미 해군은 유령함대 건설을 위해 2024년까지 총 10척의 대형 무인수상함(LUSV)을 건조한다. 또한 ‘에코 보이저’로 불리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도 배치해 적 잠수함 탐지 및 기뢰 제거 임무까지 수행하게 된다. 수상 및 수중의 완전한 드론함대가 되는 것이다.

미 해병대의 변신은 한국 해병대에 숙제로 던져졌다. 한국 해병대는 유사시 미 해병대와 함께 상륙작전을 하는 것이 해병대의 교리다. 한국 해병대 단독으로는 대규모 상륙작전이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미 해병대와 함께 작전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미 해병대가 더 이상 상륙돌격작전을 작전개념으로 두지 않는다면 한국 해병대는 속된말로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하게 된다. 유사시 한반도에서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을 실시토록 돼 있는 한·미 연합 작전계획(작전계획 5015)은 이제 무의미하게 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한국 해병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병력도 미 해병 원정군이다. 특히 오키나와 주둔 제3해병원정군은 한국 해병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향후 미 해병대가 완전 개편되면 더 이상 한미연합상륙작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해병대도 변신해야 한다. 기존의 대규모 상륙돌격작전 대신 다른 전략적 대안을 강구하든지 아니면 한국 해병대 단독으로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키우든지 택일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해병대는 해병대사령부·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현재 2개 사단, 2개 여단 약 3만의 병력으로 조직되어 있다.(2018국방백서기준) 국군조직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고, 이를 위해 편성, 장비되며 필요한 교육, 훈련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해병 1사단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역을 방어하는 붙박이 부대일 뿐이다. 미군의 해외 파병 선봉 부대는 미 해병대다. 그러나 한국 해병대는 그렇지 않다. 해외파병조차 해병대가 아니라 육군 특전사 위주로 구성된다. 해병 6여단은 백령도를 방어하는 것에 주 임무를 두고 있다.

해병 2사단은 김포반도 등 서울 서부지역을 방어하는 사실상 지상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포항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해병 1사단 만이 지역방어군이 아니라 기동부대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체적인 수송수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독도함과 마라도함 그리고 몇 척의 상륙지원함으로는 한국 해병대 단독 상륙작전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미래의 전장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 상륙돌격작전이 유효한지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사시 북한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한국 해병대만의 독창적인 전술 개념도 연구해야 한다. 해병대사령관을 역임한 이상훈 해병대 전략연구소장도 최근 ‘해병대 전략논단’에 기고를 통해 이점을 지적했다. “미래 한미 안보동맹 속에서 전통적인 상륙전력의 통합보다 신속 기동력에 의한 연합 활동영역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한미 연합 해병대의 역할을 구상하고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방어 붙박이 부대로 일부 편성된 현재 대한민국 해병대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 상륙작전이 아니더라도 국가전략기동부대가 되려면 특정 지역 방어부대가 되어선 안 된다. 어쩌면 지역방어부대에서 탈피하는 것이 대한민국 해병대 변신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술적 변화는 그다음의 문제다.

미국의 지원 없이 대한민국 해병대 단독으로 북한에 상륙해 작전이 가능한 해병대가 되는 것이 목표이어야 한다.

한반도 환경에서 북한의 특정 지역에 상륙한다고 가정하면 미군 같은 대형 함정이 아닌 다른 방안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군처럼 태평양을 건널 필요 없이 한반도 내에서 상륙작전을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러시아나 중국 그리고 북한의 경우 연근해 상륙작전용으로 대량의 공기부양정을 이용한다.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미 해병대의 변신을 보는 대한민국 해병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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