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코로나가 바꾸게 될 주거정책
[전문가진단] 코로나가 바꾸게 될 주거정책
  • 이한준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0.09.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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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주택, 교통, 교육 등 모든 사회 인프라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주택, 교통, 교육 등 모든 사회 인프라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 철학 부재가 문제다.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정책 실패와 일자리수석비서관,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거창하게 홍보한 정책마저 실패했다.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라지고 부동산 정책만이 남았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산이 부동산 정책에 낮은 금리까지 더해져 부동산에 집중되었고 결국 부동산 폭등을 가져왔다. 두 번째 문제는 정책 남발로 인한 시장의 신뢰상실이다.

정부는 초기 강남 3구의 불로소득환수를 위해 금융·세제 등을 통해 시장에 개입했으나 시장은 풍선효과로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두더지 잡기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강남 3구는 물론이고 수도권, 지방 주요 도시까지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정부는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폭등 원인을 투기세력의 농단으로 치부하고,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다. 결국 정책 목표는 실종되었고 시장은 신뢰를 상실했다. 세 번째 문제는, 급진적인 반시장적 정책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다. 좋은 집에 살겠다는 것은 모든 국민의 희망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좋은 집에 사는 자를 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봉쇄, 1가구 1주택 강요,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 상한제, 임대차 3법 등 시장과 맞지 않는 정책을 추진한다. 그 결과 민간주택공급이 위축되었고 전세 시장 실종 등 부동산 거래 동결이 발생했다.

마지막 문제는 부동산 특성을 무시한 즉흥적인 공급대책이다. 초기에 정부는 금융·세제로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부동산 통제 정책을 공급정책으로 전환했다. 급조된 공급정책은 수요지역과 공급지역의 불일치로 인해 집값 안정과 무관하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수요 및 산업의 변화를 담지 못했고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제약, 태릉 육사골프장, 과천 정부청사 등 지역 특성을 무시한 즉흥적인 공급대책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편화 된 재택근무는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편화 된 재택근무는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부동산은 일반 공산품과 다르다. 시장에 매물로 형성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공급정책을 발표하는 정권의 임기 내에는 성과를 걷을 수 없다. 공급 계획수립 후, 부동산 공급 소요 기간은 최소 7~10년 정도 걸리므로 차기 정부 임기 중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공급정책은 장기적인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부동산은 7~8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대한민국 총 인구의 변화와 서울 및 수도권 도시 인구변화 등 중·장기 인구 동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가구당 1인 거주인구의 증가, 가구당 주거 규모 확대, 4차 산업에 따른 입지 여건과 시설 규모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 총인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개 국가 중 198위로 가장 낮다. 통계청은 출산율이 2028년에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나 타 전문가들은 감소 추세가 그보다 더 급격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옥스퍼드 대학은 현재와 같은 출산율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령화 추세 또한 급진전하고 있다. 10년 만에 중위연령이 38세에서 43세로 5세 늘어났고 앞으로 중위연령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가구수와 가장 밀접한 수도권 인구 동향을 10년 단위로 보면 전입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으로 전입되는 사유의 가장 큰 부분은 일자리이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일자리가 대폭 감소함에 따라 전입 사유가 없어질 것이고 자율주행 재택근무 등으로 도심에서 환경이 좋은 교외 지역의 전원주택 선호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총인구 감소 추세, 수도권 전입인구 감소 추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 감소를 반영한 주택공급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불요불급한 통행이 기피되고 있다. 대외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근무하고 놀고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활동 반경이 직장 위주에서 주거지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대체근무, 원격교육, 화상회의 등 출퇴근과 등·하교, 여가활동이 감소하며 통행량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통행 패턴도 변화했다. 출퇴근 시간대 통행량 집중도가 감소했고 대중교통을 기피하면서 보행, 자전거, 킥보드 등의 PM(personal mobility)의 사용이 증가되었다. 여행 행태도 단체관광에서 개인, 가족 단위의 관광으로 국외 관광에서 개인 관광으로바뀌고 있다.

다음으로 코로나19 및 4차 산업으로 주거·업무·판매시설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기존 주거시설은 직장이나 자녀 교육을 중요시해 입지를 선정했다. 그러나 현재 주거시설의 재택근무·원격교육의 적합도는 낮다. 규모 협소, 소음 과다 등의 요인이 집중도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자율주행이 더해져 미래 주거시설의 입지선정기준은 직장이나 교육보다 안정성과 자연환경이 우선시 될 것이다.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주택 규모가 커지고 단층보다는 복층,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 등 다양화가 예상된다. 업무시설은 업종 불문하고 도심을 선호하며 전 직원의 공간 확보를 위한 대형화 추세였다.

그러나 미래의 업무시설은 임대료, 교통 혼잡 등을 탈피한 입지 다변화와 재택근무로 인한 공간 규모의 대폭 축소가 예상된다. 기존 판매시설은 오프라인 주도형으로 접근성 좋은 도심지역에 대형화, 고급화되었으나 미래 판매시설은 온라인 주도형으로 임대료, 교통혼잡 등을 탈피하여 입지의 다변화와 매장면적의 감소로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

다음은 자율주행 및 공용자동차로 인한 인프라 정책문제다. 자율주행 및 공유자동차가 상용화 되면 자동차 보유 대수는 감소하고 차량당 운행횟수와 주행거리가 증가될 것이다. 공유자동차가 증가하면 장기주차는 감소하고 도심주차시설 부족은 해소되며 그로 인해 공유자동차 대기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차량 보유 대수가 감소하면 주차장 설치기준은 축소 조정되며 결과적으로 건축물 건설비용이 절감된다. 이에 따라 차량이 감소해 차선폭과 도로면적을 축소할 수 있고 가용면적이 증가할 것이다. 이를 증가하는 PM(personal Mobility)이용을 위한 PM 이용로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로봇, 드론의 택배·물류를 위한 인프라 정책을 전망해보자.

온라인 산업 발달로 택배·물류 수송량이 폭증할 것이다. 택배의 차량, 인력은 로봇, 드론에 의한 무인 택배로 대체 될 것이고, 로봇의 물류·택배를 위한 인프라로 지하공간에 택배·물류 수송로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드론의 물류· 택배를 위해 주거·건축물의 베란다, 발코니 같은 공간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래 변화를 담지 못한 급조된 정책은 차기 정부 부담이다. 현재의 부동산 문제가 주택이 공급되는 시기에도 동일하게 존재할까? 여유를 갖고 미래의 변화를 담은 체계적인 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 도시공간구조 변화에 따른 인구이동을 감안한 단계적인 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

3기 신도시가 완성되면 2기, 1기 신도시 주민과 수도권 주민이 이주할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이뤄지면 경기도의 2기, 1기 신도시 등 서울에 근접한 도시 순으로 순차적인 인구이동을 예상한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주한 가구 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인구의 증가 및 지방 전입 인구가 필요하다. 총인구 및 전입인구가 감소하면 빈집 및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서울의 주택 가격안정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주거환경 생활여건 등을 고려한 단계적인 로드맵에 의해 일관성 있는 투명한 인·허가 절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재건축 재개발의 희소성을 제거하고 정확한 공급계획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의 순기능에 의해 조정해야 한다. 주거형태 및 규모, 입지 변화를 반영한 주택 건축설계지 기준을 조정하고 1인 2인 가구의 증가와 인당 주거공간 규모확대에 부합한 주택공급계획을 반영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의 전면적인 재조명이 필요하다.

인프라 시설 규모 및 주차시설 규모가 축소되면 가용용지면적은 증가하고 건축물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이 완화될 것이므로 주택건설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3기 신도시의 총사업비를 상당 수준 절감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한준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홍익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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