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지역주택조합, 정부는 뒷짐만
‘복마전’ 지역주택조합, 정부는 뒷짐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9.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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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동 지역주택조합 비대위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안양시청 앞에서 조합비리 횡령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평촌동 지역주택조합
평촌동 지역주택조합 비대위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안양시청 앞에서 조합비리 횡령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평촌동 지역주택조합

재건축·개발과는 달리, 규제가 거의 없고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붐을 이뤘던 지역주택조합사업들이 곳곳에서 조합원들의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조합 임원들의 불법적인 사기 모집과 횡령, 그리고 건설사들과의 유착이 불러오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24일 허위 정보로 조합원을 모집한 충북 청주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3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연주 판사는 “조합원들의 피해 규모가 매우 클 뿐더러 주택구입자금은 피해자들의 가장 큰 재산인 점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피고인들의 변명에 의하더라도 사업의 아주 기초적인 사안조차 모른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피해자들의 주택구입자금을 가로챘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토지 80% 확보’라는 허위 정보를 내세워 조합원 476명으로부터 계약금 명목 92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공직·기업범죄전담부는 지난 8월 사기 등의 혐의로 인천 송도국제도시 M2지구 지역주택조합사업 업무대행사 전 대표 ㄱ씨(51·변호사)를 구속 기소하고, 공모한 분양대행사 대표 ㄴ씨(50)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인천 송도 M2지구에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3개 설립한 뒤 거짓 광고로 조합원 1481명을 모집해 분담금 명목으로 535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를 업무대행사, 인허가 용역 대행사, 분양대행사로 각각 선정한 뒤 토지확보율이 80% 이상인 것처럼 속여 조합원을 모집했다. 같은 시기 서울 중화동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승낙률을 부풀린 업무대행사 대표가 구속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0~2015년 당시 승낙률이 37% 정도였는데 80%가 된다고 속여 103명에게서 66억 원을 받은 혐의 등(사기·횡령·배임)이다.

검찰은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7년을 구형했다. 비슷한 사건으로 서울 구로동에 내집 마련을 꿈꿨던 구로 주택조합원들이 400억이 넘은 금액의 사기를 당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단체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추가 고소한 인원까지 합하면 고소인은 총 334명에 달한다.

조합원들 간에 폭력, 유혈 사태도 벌어진다. 지난 7월 안양시 평촌동 일원에 공동주택 신축을 위해 설립된 평촌동 지역주택조합 제2차 임시총회에서는 극심한 혼란 속에 조합측과 비대위측 간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임시총회는 150여 명이 동원된 비대위측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위태로운 대치를 이어가다 조합원들이 쓰러지면서 119 구급대에 의해 실려 가고 경찰 1개 중대가 더 이상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양측을 갈라놓았다.

지역 토착 권력형 비리 가능성도

검찰과 경찰로부터 고소 고발이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지역주택조합은 그나마 조합원들이 구제받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역 토호들과 시도의원을 비롯,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역조택조합에 깊숙이 관여될 경우 조합의 비리는 고소 고발이 무력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 9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의 임원들을 불법 조합원 모집과 횡령 배임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평택시청 공무원, 평택시의원, 평택 경찰서, 평택지청 등이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의 비리에 조직적으로 가담 내지는 방조하고 있는 혐의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도 함께 있어 주목을 끈다. 현재 이 청원은 동의자 100명을 넘어서서 청와대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 비대위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평택시 시청공무원들과 경기도경에 근무하는 경찰 그리고 평택시의원들이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의 계약자이다보니 조합추진위원회의 불법을 보고도 자기네 이익을 위해 다 막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 <미래한국>에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취재한 바에 의하면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대표는 부부 관계이고, 이들 간의 계약에 의해 농지를 구입해 명의신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부동산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의 불법이 의심되는 행위로 인해 지역주택조합사업 자체가 자칫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주택조합추진위가 실제로는 택지로 사용할 농지를 추진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매입하는 데 무궁화신탁이 자금을 제공했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업무규정과 계약대로 무궁화신탁으로 명의신탁을 하지 않았다가 조합원들의 고소 고발이 이뤄지자 슬그머니 명의신탁을 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농지에 대한 취득과 등기가 농업법인이나 농업을 영위할 목적이 아니면 불가하기 때문이고, 무궁화신탁은 조합추진위와 업무대행사의 불법적인 토지구매 협력에 부담을 느꼈던 까닭으로 이해된다.

현재 평택포승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에 문제가 있어 조합 승인이 유보된 상태다. 그 결과 400억 원이 넘는 조합원들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평택지청은 조합원들의 고소 고발사건을 무혐의로 기각했고 조합원들은 이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 사건은 무궁화신탁사가 공익금융법인임에도 조합추진위의 사실상 위법인 농지 구매에 협력한 이유 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규정돼 있는 주택 취득의 한 방식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조합원들의 소유 토지에 새 아파를 짓는 사업임에 비해 지역주택조합은 타인 소유의 땅을 얻어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기에 그 성공률이 높지 않고 이 때문에 조합 임원들과 건설사들의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기 쉽다.

그 결과 조합원들이 납부한 돈은 이미 조합에 의해 약 30%가 사용된 이후고, 대부분은 사업이 진행도, 청산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추진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을 시 공공 관리인을 파견하거나 고소 고발 건에 대해 사정 당국이 원칙 있는 수사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합의 편법이나 불법적인 토지 취득과 명의신탁에 대해 부동산신탁기관들의 엄정한 법 준수와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 미래한국은 개인의 사유재산 보호 차원에서 주택조합 비리와 정부의 권리남용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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