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본주의에 맞서는 보수주의자들.... 산업혁명에서 세계화까지
[리뷰] 자본주의에 맞서는 보수주의자들.... 산업혁명에서 세계화까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0.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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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가 자본주의를 비판한다고?”

보수주의가 자본주의를 비판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2011년 ‘우리가 99%’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일군의 시위대가 금융권의 부도덕성에 맞서 1%에 의한 부의 독점을 공격했을 때,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가했던 롬니가 이 시위를 계급투쟁의 일환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던 것,

또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정치적 영향력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고 인정했던 것만 보더라도 보수주의와 자본주의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보수주의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보수주의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의 일관된 지지자라는 부분적 사실을 확대한 결과일 뿐이다. 보수주의자들도 마르크스처럼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동시에 기존 질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뉴딜 정책은 계급타협을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좌파적 정책의 산물로 취급돼왔다. 하지만 피터 비에렉, 클린턴 로시터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뉴딜 정책을 옹호했다. 뉴딜 정책을 실행한 루즈벨트 자신도 보수주의자였다.

프랭크 나이트는 전통이 고수해온 모든 가치들을 화폐로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방식이 도덕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서 공동체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이콥 바이너와 헨리 시몬스는 거대 기업에 비판적이었다.

특히 시몬스는 기업 규모를 제한하는 규제를 옹호했고, 공익사업의 실시, 철도 국유화, 급진적인 누진소득세를 주장했다. 자유주의 경제학, 즉 작은 정부론의 신봉자라고 알려진 하이예크조차 강력한 국가를 지지했다. 이처럼 다수의 보수적 사상가들이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보수주의자들의 태도는 항상 양가적이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컸던 경제적 변화가 있을 때마다 보수주의자들은 사회관계들의 변화에서 비롯된 계급지배의 변화에 맞서 싸웠다. 다만 그들의 태도는 항상 양가적이었다. 그들의 비판 또는 옹호의 대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늘 변했다.

조지 내쉬가 보수주의를 정의 내리기 포기한 이유가 그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공격에 대해 보수주의가 비판을 가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보수주의는 자본주의적 기업가와 산업엘리트 역시 표적으로 삼았다. 보수주의가 이들을 자신과 같은 지배계급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자본가들이 지배계급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주의의 태도는 모순적이었고 추상적이었으며, 따라서 성공은 늘 부분적이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계속된 축적은 자본주의가 낳은 모순을 보수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에 이념적 자원을 제공하는 저수지가 되었다. 한 세대의 실패는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었다. 그들의 전통은 단속적이지만 꾸준히 계승되어 현재화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주의적 아이디어의 결과이다.”

보수주의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보수주의적 비판이라는 지적 흐름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다. 물론 보수주의는 자본주의와 화해했다. 그리고 최근의 보수주의자들은 자본주의와의 비판적 대결을 무시해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수주의가 양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디어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리차드 위버의 말이 옳다면 오늘날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주의적 아이디어의 결과다. 트럼프의 집권과 포퓰리즘의 등장은 보수주의적 정치 기획이 대중의 불만을 동원해 사회를 위계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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