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터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경제3법은 30년 전 발상, 지금 상황과 안 맞아”
[미래인터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경제3법은 30년 전 발상, 지금 상황과 안 맞아”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20.10.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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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리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등 국정 방향 전반에 대해 예리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의 철학을 따르는 세력도, 노무현의 철학을 따르는 세력도 아니며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지 못했던 정서적 좌파들과 시민운동 노동운동 등을 하며 세상 뒤집을 기회를 노리던 좌파 이념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최근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과 노동개혁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한편 국민의힘 당내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두루 거친 박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지리멸렬하던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아 고군분투했고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세종시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미래한국>은 지난 10월 15일 여의도에서 그를 만나 경제3법과 노동개혁 문제, 국민의힘 내부 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비대위원장·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

- 총선 이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국민의힘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선거가 끝나고 난 뒤 3~4개월 정도 입을 여는 것이 결례라고 보고 근신하는 시간을 가졌고 9월부터 말하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기업규제 3법이 나오고 처음으로 지도부에 쓴 소리를 좀 했습니다. 경제민주화든, 기업규제3법이든 좀 알고 이야기하자는 것이죠.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한 후 그 과정을 당원들과 논의하고 중진들과도 이야기해서 철학을 정리하면서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몇 사람이 반대해도 내 소신이다’라고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죠.

- 경제3법 내용에 대한 설명을 바랍니다.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업규제 3법은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대기업 대주주가 2~3% 지분만 갖고, 혹은 우호지분까지 다 합해 많아봐야 20~30%를 갖고 소위 황제경영을 하니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감사위원도 분리선임하자, 다중대표소송제도 하게 하자, 그 자체만 갖고 이렇게 이해될 수 있죠. 대주주 마음대로 하자는 게 자유시장경제는 아니잖습니까. 하나의 개별 법안들은 각기 명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한국적 상황을 이해하자는 거예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는 국가가 기업에 책임을 묻는 배임죄라는 게 있습니다. 배임만 하더라도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내용이 있다고 봐야겠죠. 하나는 자기 직무를 이탈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 또 하나는 의도적으로 자기와 주변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엉터리 계약을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 등이 있겠죠.

한국의 배임죄는 가장 큰 모순이 위험성에 대해 처벌하는 거예요. 이것은 손실을 발생시켰을 때 처벌하는 게 아니고, 손실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을 때 처벌하는 거예요. 이런 위험성 조항은 옛날 히틀러가 유태인 기업 죽일 때나 하는 짓이죠.

독일도 그 이후 범위를 대폭 줄여 배임죄 성립을 굉장히 어렵게 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인 일본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자유권, 경영권을 크게 인정해요. 한국만 유독 세계에서 배임죄 범위를 크게 인정하고 있어요.

지금 웬만한 한국 기업 치고 검찰이 배임죄 책임을 묻겠다고 조사하면 안 걸릴 기업이 없을 정도로 배임죄 범위가 넓습니다. 배임죄 성립 요건을 까다롭게 해 배임죄를 줄인 다음에나 소송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제도를 만든다면 그건 이해가 된다 그 뜻이에요. 이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소송이 더 발생할 수 있는 감사분리선임이나 다중대표소송을 하자고 하면 안 됩니다.

2018년 7월 17일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연합
2018년 7월 17일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연합

“배임죄의 모순, 히틀러의 유태인 기업 죽이기 연상”

- 정부여당에서는 경제3법을 이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합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안의 취지에 대해 “기업의 건강성을 좋게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기본적으로 선의의 의도는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황제경영하고 그러다 보니 컨트롤도 안 되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옛날 생각이란 말이죠. 자기들이 민주화 운동을 할 때 그 생각을 그대로 갖고 현재를 보는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기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우선 노조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요. 자기들이 노동운동 할 때 그 노조가 아니라고요. 경영참여권이 있든 없든 실질적으로 경영에도 엄청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힘도 옛날 같지 않아요. 지금 갑질 사건에 소비자가 반응하는 것 보세요. 기업을 한순간에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강한 소비자 반응, 소비자 운동이 있다고요. 그러다보니 SK 같은 기업은 오히려 스스로 친환경 경영하겠다고 나오잖습니까.

미국 기업도 시장, 소비자 반응을 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다하고 있어요. 한국도 그런 면이 강화됐고 회계도 과거 같지 않죠. 기업이 비자금을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강화돼 있어요. 게다가 소액주주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최소한 검찰권을 약화시켜야죠. 검찰권이 강하다는 것을 우리가 어떤 면에서 알 수 있죠? 스폰서 검사가 나오고 기업하는 사람이 조카나 사위 중에 검사라도 한 명 둬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자체가 그만큼 검찰권이 강하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약화시키면서 해줘도 된다는 것이죠.

과거 30년 전 생각으로 현재 기업이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투명경영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 자체를 죽이는 일이에요. 그렇게 되면 소액주주운동이나 소비자 운동이 오히려 더 약화될 수도 있어요. 국가가 다 한다니 뒤로 물러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자율적인 정화능력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비대위원장(우)과 김범수 본지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비대위원장(우)과 김범수 본지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 기업규제 3법이 통과되면 삼성 같은 대기업을 정부가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지금 연기금 의결권 행사, 스튜어드십 이런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권력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배임죄로 국가권력이 기업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고요.

아무리 선의를 갖고 있더라도 권력을 쥐게 되면 행사하게 됩니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더라고 기업을 누르려고 할 거예요. 그런 구조를 만들면 안 되죠. 곳곳에서 국가에 의한 기업 지배 현상이 강화되겠죠.

왜 노동개혁인가? 유럽의 상황과 다른 이유들

-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그러한 경제3법에 찬성의견을 밝히면서 동시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노동개혁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같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같이 이야기하려면, ‘노동개혁 안 하면 그것 통과 못 시키겠다’ 이렇게 이야기해야 됩니다. 그게 아니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배임죄나 횡령죄 같은 것을 글로벌 스탠드에 맞춰주면 하겠다는 식으로 하든가요.

제가 욕먹을 소리를 하면, 솔직히 김종인 위원장이 기업규제 3법만 이야기하기에는 뭣하니까 노동개혁을 일종의 모양 갖추기로 꺼내놓은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러지 말고 노동개혁 자체를 따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합니다. 제가 왜 모양 갖추기라는 인상을 받느냐 하면 노동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이 처음에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뭐라고 하느냐면 ‘독일 슈뢰더도 지금이 노동개혁의 적기다’라고 했다는 것이죠. 저는 그 적기의 의미가 뭔지를 본 거예요. 적기라는 이유가 이렇게 설명돼 있어요. ‘독일도 진보정권 때 노동개혁을 했다, 지금은 진보정권이니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이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독일과 우리의 환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독일보다 훨씬 더 강한, 유럽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의지와 강한 정치력을 필요로 합니다.

독일은 슈뢰더 정권 아래, 우리로 치면 현대자동차의 인사본부장 내지 인사담당이사 정도쯤 되는 사람이 하르츠인데, 이 사람이 노동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노동개혁을 하게 됩니다. 당시 독일은 몇 가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왜 진보정권이 하게 됐는가.

우선 노동자들이 위기의식에 빠졌습니다. 통일한 후 서독에 있는 기업들이 동독 때문에 동독보다 임금이 훨씬 싼 다른 동구권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서유럽 쪽에만 있고 서독에 갇혀 있던 공장들이 통일하면서 동독과 동구권으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을 세웁니다. 실질적으로 상당한 이전이 이뤄졌고 그러면서 일자리가 줄자 실업률이 11%까지 올라갔어요. 그 과정에서 독일 노동자 실질 임금이 10% 정도 감소됐습니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 만큼 정부가 안을 내기도 쉬웠고 진보정권은 당연히 노동자 정권이니만큼 노동자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안을 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대마불사의 논리가 횡행합니다.

특히 민노총은 나라가 망할지언정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예요. 대주주는 바뀌어도 자기들은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독일이 갖고 있던 위기의식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독일은 기본적으로 연대임금제로, 모회사에 있거나 1차 밴드, 2차 밴드, 3차 밴드 간 임금격차가 별로 없습니다. 격차가 많아 봐야 20~30% 정도이죠. 그래서 대기업 노동자는 해고돼 다른 회사로 가도 경제적 지위에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저항력이 약할 수 있어요.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1차 밴드, 2차 밴드 사이에 임금 격차가 40~50% 차이가 납니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그 기업에서 나오면 완전히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목숨 걸고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노동운동을 격하게 만드는 구조가 돼 있습니다.

세 번째는 독일 노동자들은 실업급여, 교육훈련제 등 안전망이 있었어요. 기업에서 해고돼도 3년 동안은 교육훈련기관에 가서 새 기술을 익힐 수 있고 국가가 70~80% 임금을 보전해주니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요. 우리는 그게 약하죠. 또 독일은 노동 구조조정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거든요. 그리고 노동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고요. 또 노동자들이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이런 와중에 우리가 하르츠 같은 개혁을 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죠.

전투노조의 대마불사 논리

- 김종인 위원장은 스웨덴식 노동개혁을 언급했는데요.

사실은 스웨덴식 개혁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그 내용이 스웨덴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에도 있는 겁니다. 제가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얼핏 연대임금제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산별교섭을 말씀하시고요. 그다음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이야기했어요. 연대임금제나 산별교섭은 기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에 바탕을 둔 것이죠.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가장 큰 모순 중 하나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를 가장 먼저 주장해야 하는 노동세력이 동일노동의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고 있는 겁니다. 대기업 노조들이 자기들이 더 많이 가져가야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의 근로자들 임금을 깎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임금 격차가 커지고 대기업 노동자 투쟁이 더 강화되는 것이고요. 만일 한국에서 이 방향으로 가자고 하면 저는 찬성입니다. 그뿐 아니라 제가 가진 방안 중 하나예요. 저는 노동개혁의 본질이 결국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고 봐요.

이걸 달성할 수 있는 산별교섭제 등 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면 비정규직 문제도 없어집니다. 독일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노동자들이 더 자유로워해요. 왜냐,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정규직과 시간당 임금이 같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어떤 사람은 집에서 아이들 키워야 하니까 정규직보다 원하는 몇 시간 정도 일하는 비정규직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엄청나게 크니 전부 정규직이 되려고 하죠.

그런데 정부가 하는 게 다 거꾸로 가는 겁니다. 비정규직이 있어도 괜찮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이 있으면 안 되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이것이 고용과 노동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체계를 갖고 이를 위해 산별교섭을 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산별교섭이라는 것은 협력업체 포함 자동차 공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기업주들이 산별교섭을 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할 수만 있다면 저는 전혀 이의가 없어요. 그 방향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쉽게 보지 말자는 거죠. 동일노동 동일임금, 산별노조 이것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못합니다. 저는 이제 한국의 정당이나 국가가 노동개혁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소위 귀족노조를 포함해 기득권 노동세력이 너무 커져 버렸어요. 결국 이 캠페인은 일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나 기존 기득권 노동자 대기업 노조에 반기를 들고 싸워줄 때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는 시장에 대한 이해 있어, 문재인과 달랐다

-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당시에도 대기업 규제를 반대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때 상황은 어땠습니까?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들이 노무현을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는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었어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을 정책실장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재벌에 대한 이야기인데, 노무현 정부 때는 재벌에 대한 규제가 크게 세 가지였어요.

하나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킬 것인지의 문제, 또 하나는 거버넌스 문제입니다. 대기업이 왜 순환출자를 해서 황제경영을 하느냐,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는 것이죠. 세 번째가 소위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예요. 기술 탈취하고 대리점이나 협력업체 이익을 탈취하는 행위들을 말합니다.

첫 번째 경제력 집중에 대해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과 제 생각이 비슷했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답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이 돈을 벌어도 외국에서 벌고, 현대차도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는데 그것을 어떻게 막느냐,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의 기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대기업 경제력 집중에 대해서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버넌스 구조도 마찬가지예요.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가 심각하지만 누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가? 투자자와 채권자와 주주, 심지어 소비자가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지 거버넌스 구조라 해서 지주회사라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고 순환출자라고 해서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순환출자가 된다고 해도 그 회사가 망할 때가 되면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채권자가 돈을 안 빌려주게 되는데 국가가 너무 과도하게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국가는 공정거래 문제에 있어 명확히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대기업이 남의 이익을 탈취한다든가, 갑질한다든가 이것은 국가가 경제 경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좌파들은 이 세 가지를 다 하라고 요구했어요. 대기업 거버넌스 다 때려잡고 경제력도 분산시키고 공정거래 문제도 잡자는 거였죠. 그러나 그때 (우리는) 두 개는 놔두자고 했었어요.

- 그런 생각이 노무현 정부 때 실제로 상당히 반영이 됐다고 보시나요.

많이 됐죠. 그러다 보니 삼성 봐주기 의혹도 나오고 그랬던 것이고요. 하지만 우리가 삼성을 왜 봐줍니까? 삼성을 의도적으로 봐줄 이유가 없잖아요.

- 당시 삼성이 1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금액을 재단으로 출연하면서 정부가 속칭 뜯어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삼성의 자발적인 출연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이런 점은 있습니다. 당시 삼성이 상속문제나 금산법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었어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위법하게 갖고 있었던 일도 있었죠. 우리 법에 의하면 5%까지 소유할 수 없는데 8.7%를 갖고 있었어요. 3.7%를 더 갖고 있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정부 안에서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 내에 매각하도록 하자고 했어요. 5년 안에 삼성생명이 상장하도록 유도하고 상장하게 되면 시장가치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자고 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가 완전히 압류해서 가격을 정해 강제매각시키자고 했죠.

저 같은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지 자유주의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는가 이거였습니다. 결국은 저 같은 사람의 주장대로 해결됐거든요.

삼성이 그런 차원에서 자기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했고 마침 그때 삼성가 딸 한 사람이 자살을 하는 바람에 유산이 좀 있었습니다. 미혼의 딸이니 삼성도 그 유산 처리에 골치가 아팠죠. 적지 않은 유산이라 삼성은 그것까지 포함해서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한 것이죠. 저는 굉장히 반겼습니다. 조언도 했죠.

이번에만 멈추지 말고 계속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당시 출연금이 8000억 원 가까운데 1회성이 아니라 삼성이 해마다 수익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면 한국에서도 발렌베리(스웨덴 국민 기업)재단 같은 게 나올 수 있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저는 삼성이 정말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게 재단 경영에 삼성이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알아서 관리해달라, 자기들은 이사 한 사람도 추천하지 않겠다면서 돈을 내놓고 해마다 돈을 내겠다는 의사까지 표명했어요.

삼성 8000억 원 출연의 숨겨진  뒷이야기

- 그런데 결국 그 돈이 친정부 인사들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죠. 저 같은 사람은 제일 큰 문제가 교육이니 영세민 자녀들 방과후학교 이런 데 쓰자 해서 교육부 관리로 넘겼습니다. 재단은 독립적으로 있고 관리를 교육부로 넘긴 것이죠.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제가 정부에서 나오면서 여러 사정으로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사이에 교육부가 이사를 구성했습니다.

그 이사들이 소위 말하는 상당히 진보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에요. 그 진보적인 인사들로 구성한 재단 이사회가 삼성이 출연한 그 돈을 어떻게 규정했느냐면, ‘이 돈은 삼성이 낸 벌금이다’ 이렇게 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규정해버리면 삼성이 해마다 2~3천억씩 벌금을 더 내는 셈이 되지 않습니까?

결국은 삼성이 첫 출연금 한번 내고 접어버렸습니다. 그후 운영은 또 어떻게 됐는가, 돈을 잘라서 내는데, 삼성으로부터 들어오는 상당히 많은 금액에 대해 재단이 취득세나 엄청난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생각한 겁니다.

그렇다면 그 돈을 정부에 주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그 돈을 정부에, 교육부에 따로 준 겁니다. 나머지 7천억 가까이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 돈은 따로 정부에 줬어요. 물론 정부에 줬지만 정부에서는 그 자금을 운영해서 수익이 나는 부분을 다시 그 재단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죠.

원래는 그 재단의 돈이고 단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 관리를 맡긴 것이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부가 반값등록금 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 돈을 한국장학재단에 집어 넣어버렸어요. 그리고 원래 삼성은 재단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돌고 돌아 삼성이 다시 가져갔습니다. 삼성이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죠. 지금은 삼성의 무슨 재단이 돼 있어요.

- 얼마전 SNS에서 ‘문재인 세력은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과 완전히 다르다’고 쓰셨더군요.

김대중 정부만 하더라도 IMF 시기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시대적 상황에 맞춰 한미 FTA라든가 서비스산업 육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다른 정부거든요. 그렇기에 안 하는 겁니다. 우리 경제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코로나 탓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저질환이 하나씩 쌓여온 것 아닙니까? 부동자금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이 자금이 문재인 정부에서 500조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죠. 돈이 산업 쪽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참여정부 때도 유동성이 늘어나 부동산 파동이 일어났습니다만 부동산 규제는 차후고 산업정책으로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그때 한미 FTA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돈이 주식시장과 산업 쪽으로 빠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참여정부 때는 주식시장 규모가 세 배 정도로 커졌어요.

주가지수가 600 몇 하던 것이 1800, 1900 이 정도까지 갔으니 세 배가 커진 것이죠. 성장률도 3~4% 정도 갔고요. 지금은 실물경제가 내려 앉는 데다 돈이 산업 쪽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어요. 이 정도 됐으면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정책 구도의 부재, 대구경북 조차 흔들리고 있다

- 김 위원장님은 작년초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직 내려 놓은 후 잠시 칩거를 하시다 금년 총선에서 세종시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했습니다. 총선의 패배 원인, 그리고 현재 국민의힘 당의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지난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맥시멈 120석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민주당과 다른 게 지지자들의 결속력이 약합니다. 투표율에 있어서도 우리 당 지지자들은 60~70%가 투표한다면 저쪽은 80~90%가 투표하니까 우리가 5~10% 이기고 있어도 사실상 불안하다는 것이죠.

120석으로 현상 유지하면 다행이다 싶어 저 같은 사람은 지역 책임자로 가겠다, 내게 공천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대구경북 쪽을 맡겨 달라고 했습니다. 의원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다만 쫓아다니겠다고 했죠. 그런데 대구경북은 다 이기는데 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그래요.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 그랬어요. 이겨도 어떻게 이기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대구경북은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안동시장이 정부 압박으로 민주당으로 넘어간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민주당 표가 30~35%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움직이는 거죠. 대구도 25% 정도 민주당 고정표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느냐, 대구경북만 해도 일종의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지역을 다니면서 당 지지가 더 이상 내려앉지 않게 울타리를 쳐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회의적으로 봐요.

충청도 이완구 씨도 버릴 게 아니라 불러내 역할을 맡기고, 수도권은 황교안 오세훈 나경원 이렇게 끌고 가면 된다고 봤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잠룡이 살아난다 어쩐다 말들이 많아서 못했죠.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당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를 놓고 구도를 짤 생각들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정책적인 정체성 확립도 제대로 안 돼 있고요. 만일 진짜 대선을 준비한다면 주저앉고 있는 영남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죠.

특히 상대쪽 후보가 만일 이재명이나 김경수 등 영남 출신 후보가 나온다면 그냥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선거 그냥 끝난다고 봐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당이 아무 준비 없이 영남 쪽이 그냥 무너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고, 단지 문재인 정부 실수로 인해 다시 탄력받는 것만 꿈꾸고 있어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선 준비는 다음 대표 체제에서 하면 되니까 비대위 체제에서는 정체성을 좀 바로 세워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야기했다가는 내부 총질한다, 흔들리는데 더 흔든다 하는 시선 때문에 말을 다 못하고 있습니다만, 정당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비전, 가치가 있어야 돼요. 내가 분명해진 다음에야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당의 정체성 자체가 굉장히 모호합니다. 국민들은 “도대체 당신들의 깃발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어요. 막연히 자유민주주의라고 이야기하는데,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뭐냐”고 묻는 것이죠. 옛날 전두환 노태우 시절, 국가가 마음대로 개입하는 권위주의적인 반공주의로서의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면 개인의 자유권 확대라는 순수 자유민주주의이냐 이것부터도 국민들은 헷갈립니다.

젊은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할 때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하면 ‘너희들이 무슨 자유민주주의야, 군국주의지’ 하고 콧방귀를 뀝니다. ‘그건 과거의 일이고 우리는 바뀌었다,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그런 자유민주주의를 하겠다’ 하면 젊은 사람들은 ‘그건 민주당이 하지, 당신들은 아니야’ 이렇게 말해요.

그래서 제가 한참을 설명해야 하죠. ‘민주당이야말로 국가주의의 본산이고, 개인의 자유권을 끊임없이 억압하고 있고,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과도 다른 정권이다, 노무현 정부만 해도 분권과 자유를 강조하고 그것을 생명처럼 여겼는데 이 정권은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자유권과 기업을 억압하고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자유주의고 민주주의냐, 오히려 전체주의고 국가주의지...’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헷갈리는 거예요. 이런 문제부터 정리해야 돼요. 시장경제에 대해서도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 확실한 이야기를 해줘야 하고요. 우리가 자유시장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자유시장경제를 한 적이 있나요? 맨날 국가가 간섭했죠.

우리 경제 주체를 국가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시키는 그런 자유시장경제를 분명히 해서 그 다음 소비자의 통제나 주주권 행사를 강화시키자, 기업 스스로 시장을 바탕으로 자기 책임성을 강화하는 철학을 갖자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국가주의 대 탈국가주의, 태극기 부대를 용해하고 젊은 세대 끌어내야

- 현재 국민의당은 태극기 세력과 함께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중도표를 얻기 위해 중원 쪽으로 가야 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결정을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전엔 친박 비박과 탄핵 찬반으로, 그리고 요즘은 부정선거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까지 나뉘어져 있지요.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탄핵 문제를 정리하고 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탄핵 문제는 우리가 정리할 게 아니고 언론이나 학계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도록 두자, 당은 탄핵 문제가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친박과 비박이 갈라져 서로 밥도 안 먹고 이야기도 안 하는 상황인데, 의도적으로 ‘우리 모여서 털자’ 해도 안 된다는 것이죠. 탄핵은 역사의 매듭이 벌써 지어져 분절점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그 자체를 인위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것으로 덮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전체를 통합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 우리 당이 가야 할 철학을 내놓고 가야 한다는 것, 보수 정당으로서 당연히 자유주의 정신과 철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자유주의 정신으로 분열을 덮자는 것이었어요. 탈국가주의, 자유주의 정신 아래 진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이야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법안 하나라도 국가주의냐 탈국가주의냐를 보고 상대방의 정책이라도 탈국가주의 입장에서 가져온다면 흔쾌히 동의하자는 이런 식으로 기준을 정해주고 그러면서도 국가로서 불안한 국민을 위해 안전망을 확보하는 문제를 우리 역할로 보고, 패자부활전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우리가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유주의 정신을 다시 세워 가면 이 속에서 태극기 부대도 용해가 되고 우리를 반대하는 젊은 세대도 끌어당길 수 있는 하나의 인센티브가 되기 때문에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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