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진보의 금융게이트 그 화려한 역사
[심층분석] 진보의 금융게이트 그 화려한 역사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11.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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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의연대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금융정의연대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책임 방기한 금융당국과 금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2020년 10월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으로 촉발된 이른바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증권사 등의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 2900여명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모은 뒤, 안정적인 정부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조폭이 사장인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5500억 원 손실을 봤다.

라임 사태는 사기가 아니라, 처음에는 실적이 좋았다가 나중에 망한 사태고,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투자자를 속이고 조폭 회사에 투자해 5000억 원을 날린 사건이다.

5000억 원대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중 약 80%를 NH투자증권이 판매했다. 이 사건에 문재인 정권의 실세들 이름이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를 방어해야 하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를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가히 권력형 금융게이트라 불릴 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역대 정권 중 민주당 정권에서 유독 이러한 금융게이트가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금융게이트의 원조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IMF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김대중 정부는 벤처 육성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을 둘러싼 인수합병 붐이 일었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채들이 저축은행을 사금고화하면서 정권과 유착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게이트의 주인공은 2000년 3월 정현준이었다. 부산 출신인 정현준은 벤처업계에서는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정 씨는 한 유명 M&A부티크에 입사해 인수합병 기법을 배웠다. 이후 비정상적인 M&A를 통해 동방상호신용금고와 디지털임팩트 등 20여 개 회사의 대주주가 되면서 ‘벤처업계의 황제’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헌재 금감원장 다음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으로 불렸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3大게이트 DJ정권

정 씨는 자신이 대주주인 동방상호신용금고로부터 500억 원을 불법대출을 받아 검찰 수사선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장 모 당시 금감원 국장이 동방상호신용금고의 불법대출을 적발한 금감원 내부 조사를 무마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밝혀졌다. 장 국장은 이후 잠적했다가 자살한 채 발견됐다. 장 국장 외에도 정치인, 국정원 간부, 아태평화재단 관계자,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이 연루된 것도 드러났다. 이어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진승현 게이트는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열린금고와 한스종금, 리젠트종금 등에서 2300여억 원을 불법대출받고 리젠트증권의 주가조작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권노갑, 국정원 차장 김은성 등 국민의정부 실세 등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된 사건이다.

2000년 11월 금융감독원이 진승현이 자기가 대주주로 있는 열린금고에서 377억여 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나타났다. 검찰은 결국 MCI코리아 회장인 진 씨가 열린금고 등에서 2300억여 원을 불법대출받고 리젠트증권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확인했다.

권노갑 등은 99년 7월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통해 진 씨 돈 5000만 원을 받았고, 진 씨가 2000년 3월 중순 민주당 전 당료 최택곤 씨를 통해서도 진 씨 돈 수천만 원을 권 씨에게 추가로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그 뒤 관련자들을 구속기소했으나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100억 원대의 비자금 및 사용처와 행방 그리고 정·관계 로비설 등을 확실하게 입증하지는 못했다.

한편 사건 수사 중 국정원이 진승현과 여당 인사 및 소장파 인사에 대한 불법도청을 한 것도 추가로 드러났다.

국정원 2차장 김은성은 도청 사실을 시인했다. 사건 피의자 중의 한 사람인 진승현은 3년 동안 수감생활 중 5개월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교도소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로비 과정에서 유입된 자금이 김대중 대통령의 숨겨진 딸로 지목된 김모 씨에게 건네졌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자녀들이 연루된 비리는 이용호게이트에서 정점을 이뤘다.

이용호는 광주상고 출신으로, 버스회사 경리로 시작해서 가스충전소 등을 운영하며 재산을 늘리다가 세종산업개발을 설립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분당신도시의 부동산 개발로 대박을 친 사업가였다. 구조조정의 귀재라고 불릴 만큼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있었지만 횡령, 배임 등으로 29차례나 입건된 전력이 있었으며, 결국 이 사건이 터지면서 징역을 선고 받았고, 이후에도 여죄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G&G그룹 회장 이용호의 횡령 및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혐의로 시작해 이후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파헤쳤다. 무엇보다 이용호 게이트라 불릴 만큼 권력층과 닿아 있기도 했는데, 애초에 사건 자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하면서 검찰에 대한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여당, 검찰청, 국정원, 금감원, 국회 등 권력이 있는 곳에는 전부 손을 써두었다는 의심을 받았으며, 이용호가 구속되면서 관련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줄소환되는 진풍경을 낳았다.

특검의 하이라이트는 현직 대통령 아들의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특검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씨의 비리 정황을 포착했는데 김홍업도 결국 구속 수감되었으며 이는 이용호와 관련 없는 개인 비리로 밝혀졌다.

김홍업은 현대, 삼성으로부터 활동비 22억 원, 기업체 청탁 대가로 25억8000만 원 총 47억8000만 원이란 거액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주가조작을 이용해 챙긴 부당이익금이 5억을 넘을 경우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생겼으나 정작 이용호에 대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혐의는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도착,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8일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도착,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

게이트의 꽃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2002년 이한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투여된 160조 공적자금에서 금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실예상분은 8조2000억 원에 달했다. 한마디로 먹튀라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건이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사건이었다.

과거 나라종금은 현재 호남 금융 마피아의 모체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나라종금은 호남이 고향인 김호준 보성그룹 회장이 인수한 직후 1998년 부실로 인해 영업정지됐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영업이 재개됐다. 그리고 1999년 2조7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듬해인 2000년 나라종금이 퇴출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은 “영업 재개를 허락한 것은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3조에 가까운 공적자금의 행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과 친인척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염동연 씨는 2003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뇌물 수수로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2조7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된 나라종금이 김대중, 노무현 실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뇌물로 줬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자금을 빼돌렸는지 노무현 정권은 제대로 밝힌 것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이 밝힌 1998~2002년 벌어진 몇 개의 사실은 알려져 있다.

광주, 전남 지역을 영업권으로 삼은 한남투자신탁이 도산에 이르게 되자 ‘호남 민심 이반’을 우려한 DJ정권의 특혜성 지원을 담보로 현대투신이 인수토록 함으로써 2조5000억 원의 자금이 호남계 부실기업에 돌아갔다.

DJ의 친인척이 실세로 재직했던 예금보험공사는 해외채권 6억3000만 달러 가운데 상각채권 1억4500만 달러의 회수 내용을 조작, 5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그 관련자들이 자녀들과 친인척에게 빼돌렸을 재산들은 환수된 바 없다. 무엇보다 DJ 일가의 비자금은 미국에서 끊임없는 뉴스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심지어 미 의회에서마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2006년 9월 미 연방 하원 ‘국가안보 위협 및 국제관계위원회’ 소위원회(위원장 크리스토퍼 셰이즈. 공화당)가 DJ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던 것.

위원회는 9월 6일 ‘김대중 정권 비자금 미국유입 및 대북송금 의혹’을 제기하며 연방 하원에 이 사건을 고발한 ‘뉴욕 정의사회 실천시민연합’ 대표 임종규(뉴스메이커 편집인) 씨와 관계자들을 불러 증언을 들었다.
 

노무현 정권의 부산저축은행, 삼성 게이트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금융감독 관계자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로비를 받다 기소된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2006년에는 금감원 수석검사역이던 양모 씨는 H상호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에 개입한 게 발견돼 검찰에 기소됐다. 2007년에는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이 S저축은행 인수 과정에 개입해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급속히 성장한 신용금고(저축은행) 비리가 한 번에 터진 것이 부산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사건이다. 이 중 부산저축은행에는 광주일고 동문과 ‘민주화 인사’ 등은 물론 기업사냥꾼의 먹이가 된 코스닥 기업도 끼어든, 캄보디아와 인천효성지구가 회자된다.

광주일고 학연으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대출이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초기에 MBC가 ‘지연과 특정 명문고 학연이 얽혀 빚어진 사건’이라고 보도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부러 부산 경남고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보여준 놀라움은 핵심 경영진이 모두 특정 학맥과 지연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오지열 행장 그리고 부산저축은행의 주거래사인 KB자산운용사 장인환 대표 등이 광주일고 출신이고 문평기 감사는 광주지역의 다른 고교 출신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하루 전날 거액을 인출해 간 서울신용평가의 최대주주 김영재 회장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동문들은 '미래에셋'을 만들어 성공시킨 주인공들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정권의 게이트는 금융기관들보다는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깊었다.

삼성과 노무현 정권의 유착의 결정적인 징후는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고해성사를 최측근 참모들이 끝까지 반대했다는 점이다. 이 진 전 청와대 행정관의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이란 책에는 “노 대통령이 안희정, 이광재 씨에게 세 번이나 대선자금 문제를 털고 가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결국 검찰은 불법대선자금 수사 중이던 2005년 12월 당시 강원지사로 당선된 이광재 씨가 2002년 삼성 측에서 6억 원의 채권을 받은 사실을 새로 밝혀냈으나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처벌불가’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광재 씨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제안을 정부 경제정책에 반영하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 정권과 삼성 간에 있었던 결정적인 유착의 의혹은 2010년 3월 윤석규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의 증언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프레시안의 기고를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들은 것은 캠프 내부 멤버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노 후보와 부산상고 선후배고, 초선 의원 시절부터 도움을 받았단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은 국민의정부 시절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동남특위 위원장으로 활약할 당시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 나섰을 때였단다. 나는 삼성자동차 처리가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는지 어쩐지 잘 모른다.

어쨌든 청산 이외에는 답이 없다던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넘기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비중 있는 역할을 했고 삼성 쪽 파트너였던 이학수 부회장과 매우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 작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그의 숙원이었던 삼성생명을 노무현 정권 말기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진보진영의 최장집 교수는 “참여정부는 관료와 엘리트그룹, 삼성그룹의 결합으로 개혁 공간이 축소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삼성과의 유착을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 前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만 하더라도 박연차 회장의 입을 통해 500만 달러 비자금 제공 인정 고백이 있었고 노 前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검은 돈의 제공 사실도 털어놓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중단한 채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국가가 60억 원이라는 검은 돈을 자살로 마감한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가족에게 부조금으로 줘 버린 꼴이 돼버렸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의 측근들과 친인척이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산업에 연루돼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축재했다는 소문은 국민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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