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독감백신, 안전한가? 정부 발표가 신뢰를 잃는 이유
[전문가진단] 독감백신, 안전한가? 정부 발표가 신뢰를 잃는 이유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0.11.13 06: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자 국민들은 백신접종을 꺼려하고 있다. / 연합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자 국민들은 백신접종을 꺼려하고 있다. / 연합

독감백신(독감예방주사)의 안전성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10월 25일 0시 기준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례는 59건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독감백신과 관련한 부작용 보고 중 사망건수는 25건이었다.

그런데 2020년 들어 불과 1주일 사이 38명의 사망이 보고되는 등 사망자가 급증하자 시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1주일간 독감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원인 규명을 한 후에 재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59명의 사망자 중 46명은 관련성이 없음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13명도 확인 과정에 있지만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독감백신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70세 이상 노인환자가 하루 560명 사망하고 그 절반은 독감백신을 맞는다. 따라서 사망 원인은 무조건 백신이 아니다”라며 백신의 안전성을 주장했고, 정은경 질병청장도 “지난해(2019년) 독감백신 접종 뒤 7일내 사망한 노인이 1500명에 달한다”며 이번에 보고된 사망자들과 백신의 독성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독감백신 주사 직후 사망자들의 보고가 늘어나고 의사협회의 1주일 접종 연기 제안이 나오자 의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사망 보고가 예년과 달리 지나치게 많고 알레르기나 피로감, 근육통과 발열 등의 일반적 부작용도 경험상 예년보다 많다면서 안전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의사들은 독감백신의 안전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확립된 것이고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독감백신의 접종이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점을 들어 안전성 논란의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참고) 독감백신(독감예방주사)은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을 경감시키기 위해 맞는 주사다. 독감은 감기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로 항원의 변이가 심해 매년 맞아야 한다.

독감의 유행이 통상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지속되는데 예방주사를 맞은 후 2주가 지나야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전인 10~11월에 독감예방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연일 접종후 사망이 보고되어 당국과 시민들을 긴장시킨 것이다.

한편 독감백신은 독감에 대한 완전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접종자의 약 40%에서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러져 있으나 감염 확산의 억제 측면에서 이 40%는 적은 비율이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월 24일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예방 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연합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월 24일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예방 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연합

왜 2020년에 사망 보고가 급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완벽히 안전하냐고 묻는다면? “완벽하지는 않다”가 답이다. 독감백신의 알려진 부작용은 주사를 맞은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발적, 두통, 근육통(몸살), 피로감, 알레르기 등인데 매우 드물게 (100만 명당 1~2명) 근육마비 증상을 초래하는 길랑바레(Gillain-Barre syndrome)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중증 부작용은 ‘매우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의미하는 아나필락시스와 면역세포가 신경을 공격해서 근육마비 증상이 발생하는 길랑바레 증후군 정도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고 회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직접적 조기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주로 아나필락시스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는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사망이 확인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들이었다는 것이고 독감백신을 맞은 이틀 뒤에 사망한 고등학생도 부검결과 위장에서 치사량의 아질산염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백신 접종 때문이 아니라 아질산염의 과다섭취가 사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들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사들 대다수의 의견은 “정부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10월 26일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독감백신의 안전성 관련한 논의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모 의과대학 Y교수는 자신이 최근 경험한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보건복지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의 환자 중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후 전신의 심한 근육마비가 발생한 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마침 환자가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었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호흡 마비 등의 위급 상황에 대해 즉시 대처할 수 있어 환자가 다행히 위기를 넘겨 회복될 수 있는데 만일 환자가 즉각적인 의료적 대응이 가능한 입원 상태가 아니었다면 사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 환자가 집에서 같은 반응이 생겼다면 그는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을 수 있고, 백신과의 연관성이 입증되기 힘들기 때문에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는 환자로 분류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Y교수는 적어도 독감백신이 직접적인 사망을 초래하지 않더라도 기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증례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도 없었고 이 사례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도 않았다.

2020년 독감백신 관련 사망 보고가 급증한 가장 큰 첫 번째 이유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 저하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보고체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국가의무 예방백신은 질병관리청에, 그외 백신은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독감백신은 국가의무 예방백신이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2020년 독감백신은 관리 허술의 문제로 인해 독감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료진 및 전 국민의 관심이 크게 올라갔고 이에 따라 보고건수 자체가 크게 증가했다는 해석이다.

둘째 이유는 실제로 백신의 제조공정이나 유통 그리고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제조공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사망 부작용이 발생한 백신이 특정 제조사의 제품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망 사례는 특정 제조사가 아닌 다양한 백신 제고회사의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어 이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또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일이 있었다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들은 지역적으로 넓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운송 과정의 문제를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가능성도 낮게 평가된다. 보관 과정에서의 문제가 원인이었다면 특정 사망사례 보고가 의료기관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도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조공정이나 유통, 보관 과정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월 22일 ‘독감예방접종 사망사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시행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안전성 입증을 위해 1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독감 예방접종의 잠정 유보 기간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등 백신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이 이 제안을 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 번째 제안의 가장 큰 이유는 ‘독감백신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09~2019년 기간 동안 25명에 불과했던 사망자가 2020년 들어 불과 1주일 사이에 38명이라면 분명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사 결과 연관성이 매우 낮다고 밝혀졌지만 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위험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협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그 제안의 두 번째 배경이 있는데 이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두 번째 배경은 바로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었다. 허술한 백신의 유통과정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사망 보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그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지속한 것이다.

의사협회는 왜 1주일간 독감백신 유보 제안을 했을까?

예를 들어 대구 동부경찰서는 21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A씨(78)와 관련해 A씨가 백신을 맞은 의원 등을 상대로 의료 사고 여부 등을 내사 중이라고 밝힌 것 등이다. 백신을 잘못 주사해서 환자가 사망할 수는 없다.

예방주사를 맞고 사망했다면 그것은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백신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백신주사 후 사망 사고가 속출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정부가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가 원인 규명은 뒤로 미루고 그 책임을 의사로 몰아가자 의협이 접종유예 제안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구 3억3000만 명의 미국에서는 매년 독감으로 약 3만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의 0.01%가 매년 독감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3000여 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독감백신의 접종은 강력한 권고 사항이다.

그런데 올해 독감백신의 중요성은 더 크다. 바로 신종코로나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독감백신의 접종이 더 중요한 이유는 두 개의 바이러스 질환이 동시에 창궐하는 소위 더블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와 의료진들이 더블 팬데믹을 우려하는 이유는 신종코로나와 독감이 모두 발열, 기침, 근육통과 같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진료 현장에서 구분이 어려워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환자들이 잘못 뒤섞이다보면 오히려 감염의 확산이 초래될 위험이 큰 것이다. 그래서 신종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2020년은 그 어느 해보다 독감백신의 접종이 중요한데 정작 정부가 2020년 독감백신 혼란 사태를 불러 일으킨 가장 큰 책임자가 되었다.

정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독감백신의 공급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인 신성약품을 유통업체로 단독 선정함으로써 전 유통 과정에서 냉장보관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소위 콜드체인(Cold Chain)이 깨져 결국 국민 불안이 초래되었고 결국 독감백신을 맞을 것이냐 안맞을 것이냐의 큰 혼란까지 발전한 것이다.

정부는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설명과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독감백신이 완벽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독감백신으로 인한 사망사례는 단 1건만 직접적인 연관성이 인정되었는데 그 하나의 사례가 밀러피셔 증후군(Miller Fisher syndrome)이었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길랑바레 증후근의 아형으로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함으로써 일어나고 환자의 정신은 온전히 멀쩡한데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일어나 결국 호흡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백신접종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2020년 독감백신과 관련한 사망보고의 급증 사건은 불신에서 출발한 대중의 불안에 의해 촉발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백신 자체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동시에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적어도 독감백신에 관해서는 적절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

독성학자이자 예방의학 교수인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독감백신이 직접사망 뿐 아니라 다른 병인으로 인한 사망을 촉진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매년 맞는 독감백신에 대해서조차 국민을 안심시켜주지 못해 혼란이 일어난다면 사상 최초로 맞아야 하는 신종코로나 백신 접종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모든 의학적 치료는 득과 실의 균형점에서 결정된다. 득이 실보다 크면 진행하고 득보다 실이 크면 중단하는 것이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보고 건수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독감백신 접종은 개인의 건강과 공중보건 양측 모두에서 실, 즉 개인이 감수해야 할 위험성보다 득이 훨씬 크다.

따라서 불안 때문에 아직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독감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다만 국민 불안을 증대시킨 원천적인 책임을 갖고도 적절하게 대응은 않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일 70세 이상 노인 560명이 사망한다”는 등 어이없고 황당한 말만 늘어놓는 정부에는 분노 수준의 유감을 감추기 어렵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연세대 의대 졸업
하트웰의원 원장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osllc 2020-11-16 11:35:38
정부가 도대체 어떤 일을하는지 잘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