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2020년 국감에서 드러난 방산무기의 실태....방산업체가 먼저냐? 국방이 먼저냐?
[집중분석] 2020년 국감에서 드러난 방산무기의 실태....방산업체가 먼저냐? 국방이 먼저냐?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1.18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험난한 국산화의 여정 K2 흑표전차
S&T 중공업 생산 변속기 내구성 테스트 남아
KAI(한국우주항공) 수리온 헬기 추가 도입 위해 UH-60 블랙호크 업그레이드 포기하나
파워팩 국산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K2 흑표전차.
파워팩 국산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K2 흑표전차.

2020년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추미애·윤석열 국감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두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국방부 국감은 북한군에 사살된 실종 공무원에 대한 추궁이 핵심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국방태세나 방위산업 등은 뒷전에 밀려난 꼴이 되었다. 언론에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내놓는 국감현안 자료는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10월 20일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 검독수리 선도함(1번함) 디젤엔진 실린더헤드(4개) 균열을 시작으로 2∼4번 함에서도 같은 결함이 발견됐다.

문제가 발생한 함정은 해군 2함대 소속 검독수리 신형 고속정 1번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동일한 문제로 정비를 받고 해상 임무에 투입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들 고속정은 서해5도 등에서 북한군을 막는 해군의 최일선 전력이다. 육군으로 말하면 비무장지대 GOP 같은 역할이다. 그런데 신형 검독수리 고속정 5척에 엔진 균열이 발생해서 발이 묶인 것이다. 검독수리 차기 고속정사업은 정부가 1조3000여억 원의 예산을 들여 노후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2017∼2023년 총 16척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해 해군 최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실상은 검독수리 1번함의 경우 실린더헤드 교체 후에도 2차례 더 균열이 확인됐다. 10월 해군이 인수받을 예정인 5번함에서도 지난 9월 균열이 발생했다.

홍 의원 측에 따르면 2014년 1월 계약 당시 한진중공업이 엔진 원제작사인 캐터필러사에 ‘8시간 최대 연속출력 시험데이터’ 제출을 요구했지만 방사청은 ‘국내외 해군함정 1000시간 운용실적이 있으면 시험데이터 제출을 요청 제안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당 업체의 ‘내구도 시험 불필요’ 의견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엔진제작사인 캐터필러 측은 국방기술품질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실린더헤드 균열 원인은 ‘해수 유입에 따른 영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의원 측은 “해군에 처음 도입되는 엔진인 만큼 선정 과정에서 적어도 5년 전 의혹 제기 때라도 실시했어야 할 내구성 시험을 생략했다”라며 “관련 없는 검증자료를 받고도 눈감아준 방사청의 부실한 사업관리가 불러온 참사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기 호위함 대구함(2800톤)도 문제다. 대구함은 포항급(1200톤)과 울산급(2000톤) 호위함을 대체하는 차기 호위함 1번함이다. 홍영표 의원실에 따르면 노후 호위·초계함을 대체하고자 척당 3000억이 넘게 투자했으나 가동률은 20% 미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스터빈엔진과 전기추진방식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형 대구함은 여전히 동력계통 문제로 부두에 발이 묶여 있다. 지금까지 530일간 수리작업이 있었고 작전 일자는 고작 100여 일뿐이라는 것이다.


 

UH-60 블랙호크(상), 수리온(하)
UH-60 블랙호크(상), 수리온(하)

차기 호위함 대구함의 결함문제 아직도 해결 못 해

대구함은 해군에 인도된 직후인 2019년 1월 추진계통 고장으로 운용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각종 고장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은 “품질보증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으로부터 2019년 5월 20일 대구함의 고장 원인이 ‘사용자 운용 미흡’이라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의원 측 국감자료를 보면 상태가 심상치 않다. ‘2020년 5월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난 추진전동기의 오작동으로 12회의 긴급정지와 50회의 운용 중 전체 출력이 85% 이하로 내려가는 Slow Down 현상이 발생했다.

신호수집장치 DAU와 전원변환장치 PEM 작동상태 불량으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부품을 원 제작사인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 국외 구매 핵심부품의 경우 결함 발생 여부와 더불어 결함의 원인 규명과 교환 부품의 획득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핵심부품이 지적재산 보호 품목으로 지정된 상태라 우리 군에서 개방해 수리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해외 기술자의 국내 상주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신형 대구함에 장착된 하이브리드형 MT-30 엔진은 최근 주요국의 미래 해군력의 주력을 담당하는 엔진이다.

영국 해군이 40여 년 만에 도입한 정규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급 항공모함의 하이브리드 추진체계에도 MT-30 엔진이 탑재되었다. 영국 해군의 23형 듀크(Duke)급 호위함을 대체하게 될 차기 대잠 호위함인 26형 시티(City)급 호위함에도 MT30 엔진이 탑재된다.

해군에서 함정 건조를 담당했던 예비역 해군장교는 “원래 1번함의 경우 이러저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1번함의 문제점은 2번함 건조 때 대부분 반영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사청이 주도하는 함정 건조 부분에 대해선 불만을 표시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블랙호크를 대체하려는 수리온 기동헬기의 문제점을 짚었다. 우리 군의 주력 기동헬기인 ‘UH-60 블랙호크’를 업그레이드 하는 대신 막대한 비용을 들여 KAI(한국우주항공)에서 생산하는 수리온으로 교체하는 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이미 상당 부분 연구 용역이 진행된 기존 블랙호크(UH-60P) 헬기 성능 개선 작업을 중단하고, 해당 작업 비용의 몇 배에 달하는 혈세를 들여 국산헬기 수리온(KUH-1)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은 130여 대의 UH-60 블랙호크 헬기를 전 군에서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개발한 UH-60은 가장 안정성이 있다는 것이 이미 검증된 반면 수리온은 그렇지 못하다. 수리온 파생형인 해병대용 마린온은 2018년 7월 17일 로터마스터가 부러지면서 추락해 해병 장병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와 방사청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온 블랙호크 헬기 성능 개량 사업을 하는 대신 작년 5월 방향을 틀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과 방사청이 수리온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군 주력 기동헬기를 국산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수리온은 지난 2013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해 1차(24대), 2차(66대), 3차(72)에 이어 현재 진행되는 4차 양산까지 끝나면 군에 납품되는 수리온 헬기는 220여 대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134대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블랙호크 강제퇴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비용도 문제다.

국산화라는 명목으로 수리온으로 과연 UH-60 블랙호크를 대체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수리온 헬기는 한국군이 운용하던 구형 UH-1 헬기를 대체하고자 만든 헬기다.

UH-1 헬기는 베트남전에서 이름을 떨쳤던 헬기다. 따라서 수리온과 UH-60은 체급부터 다르다. UH-60 블랙호크는 11명을 태울 수 있는 반면에 수리온은 9명밖에 탑승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수리온이 UH-60 자리까지 넘보는 것이다.


 

동력추진계통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대구함.
동력추진계통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대구함.

국산화라는 이름으로 ‘블랙호크 업그레이드’ 잠정 중단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방에 이바지해야 할 방위산업 업체가 오히려 국방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미국 등 우방국에서도 사용하는 블랙호크는 실전에서 성능이 확인된 헬기다. 미국도 지속적으로 성능 개량을 하면서 군에서 사용 중이다.

우리 군의 블랙호크도 성능 개량만 거치면 향후 20년간은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는 내구연한 50년에 비해 현재 사용 연한은 20~25년에 불과하다. 수리온을 도입한다면 약 3조3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비용 측면에서 차이가 벌어지자 방사청은 산업연구원에 기동헬기 성능개량사업의 산업파급효과 분석을 의뢰했다. 한 의원 측은 “국산화를 통한 국내산업 파급효과 하나 이유만으로 비용, 성능, 전력화 시기 등 모든 것이 부족한 KAI의 헬기를, 결국은 소요 수정까지 하면서 도입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하에 무기 국산화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국산화라는 명분이 오히려 방위산업과 국방력을 저해한 경우도 있다. K2 흑표전차가 대표적이다. 애당초 계획은 내구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독일제 파워팩(엔진+트랜스미션)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내 방산업체에서 자체 개발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시기와 성능요구조건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매번 성능 검증에 미달했다. 2003년 정식으로 개발에 착수해 2007년 3월 2일 운용 시험 차량 1~3호차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2012년부터 전차를 양산할 예정이었으나 개발 중인 국산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에서 오류가 발생해 엔진 과열시 엔진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엔진이 최대 속도로 작동할 때 변속기의 냉각팬 회전속도가 부족해 냉각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총 2조8354억 원을 투자해 K2 전차의 국산화 사업을 진행했다. 1·2차 양산을 통해 핵심인 엔진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3차 양산을 앞두고 변속기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6일 방사청과 K2 전차 변속기 개발 업체인 S&T중공업이 비공개로 내구도 평가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김 의원은 “변속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에 대해서는 계약을 맺어 관련 업체가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변속기 국산화가 어려우면 2차 때처럼 독일산으로 조립하고 4차 양산에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개발하면 된다”고 말한다.

현재 K2 흑표전차는 2015년 1차분 100대는 독일제 파워팩(엔진+변속기)을 탑재했다. 2019년 2차분 100대는 국내제작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독일 RENK사 제작)가 혼합된 파워팩을 장착하면서 잇단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실전에 200대의 흑표전차가 실전 배치되었다.

마지막 3차 사업 100대는 엔진과 변속기 모두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변속기에 대한 내구도 평가를 마쳐야 하는데 전차의 수명주기인 9600km 변속기 내구 테스트가 남았다. 그러나 이제 두 달 남은 2020년 말까지 완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산화라는 이름 하에 K2 흑표전차 배치 완료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무기 국산화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군의 요구시기와 작전환경에 맞는 무기를 제때 정확히 배치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외국 수입 무기라도 말이다. 국산화라는 미명 하에 군의 작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요구 성능을 다운해서도 안 된다.

방위산업체는 국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방이 방위산업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구 성능에 미달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켜야 한다. 제때 사용할 수 없는 무기는 무기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형 스텔스 전투기인 KFX사업도 사실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는 KFX 사업에는 총 18조6000억의 예산이 투입된다. 과연 제 성능이 나올지, 예정된 일정에 맞춰 생산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한국 같은 안보환경에서 국산화를 위해 마냥 기다려 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바로 위에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열병식에서 보여준 북한군의 재래식 무기 변화 속도는 우리 군의 변화 속도보다 훨씬 빨라 보인다. 국산화가 우리 군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