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미연합훈련에 족쇄 9·19 남북군사합의
[심층분석] 한미연합훈련에 족쇄 9·19 남북군사합의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0.11.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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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에 배치된 A-10 탱크 킬러. 국내 훈련장 부족으로 3000km 떨어진 미국령 괌 공군기지까지 날아가서 실탄사격을 하고 왔다.
오산기지에 배치된 A-10 탱크 킬러. 국내 훈련장 부족으로 3000km 떨어진 미국령 괌 공군기지까지 날아가서 실탄사격을 하고 왔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11월 7일 밤(현지 시각) 미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특히 한미관계, 주한미군 문제가 그 핵심이다. 대선 공약에서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동맹국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다. 따라서 군사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당장 1년 넘게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도 조속히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드로 내놓던 주한미군 철수도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숙제도 던져질 것이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전략은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대다수 외교전문가들조차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노선은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의견을 모은다. 오히려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한 중국 압박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주축이 된 쿼드(QUAD)동맹에 한국의 참여 여부가 주한미군 문제보다 더 큰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중국 외교기조로 볼 때 이것이 한미 간의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내 훈련 부분이다.

9·19남북군사합의는 한미연합훈련에 족쇄가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연합훈련은 유명무실화됐다. 더 큰 문제는 주한미군의 자체훈련조차 이런저런 이유로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오산에 주둔 중인 미7공군 51전투비행단 소속 25전투비행대는 탱크킬러라 불리는 A-10 선더볼트II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경기도 화성의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되면서 한국내 A-10의 대지상 공격 훈련지가 부족하게 됐다. 대체지로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이 있지만 한국 공군과 공동으로 이용해야 하고 또 소음피해 등으로 지역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웠던 부시 행정부의 럼스펠트 국방장관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럼스펠트 국방장관은 2006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매향리사격장 폐쇄 이후 주한 미 공군의 훈련 부족으로 기량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사격훈련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군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주한 美공군 사격장 없어 해외 훈련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주한미군의 훈련 공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주한 미공군이 한국에서 훈련을 하려면 한국 정부로부터 훈련공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야간비행훈련에 대한 제약은 더 심하다. 만약 훈련 시점에 허가가 나지 않으면 미공군은 유엔사 관할인 P-518(휴전선 이남부터 한강이북 공역)에서 훈련하곤 했다. 그러나 9·19남북군사합의에 의해 이조차도 훈련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군 장병은 훈련시간은 진급과 직결된다. 비행시간이나 훈련시간이 부족하면 진급 조건에 결격사유가 된다. 어떡하든 기준이 되는 훈련시간을 채워야 한다. 결국 한국에서 채우지 못한 훈련시간을 미군의 동맹국과의 연합훈련 때 참가하면서 훈련시간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에서 매년 3월경 실시되는 다국적 훈련인 코브라골드 훈련에 주한 미공군 전투기가 참가해 온 것이 지난 7월 밝혀졌다. 코브라골드 훈련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이 공동 주관해 지난 1982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다국적 연합훈련이다.

이 훈련에 오산 미공군기지에 배치된 25전투비행대대 소속 A-10 공격기와 36전투비행대 소속 F-16 전투기들이 공중급유를 받아가면서 참가한 것이다. 한국내 훈련공간과 시간을 채우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군산 주둔 미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들도 2018년 호주에서 열린 Pitch Black18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오기도 했다. 미 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 중 일부는 알래스카 미공군 기지까지 가서 훈련하고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주한 미공군 소속 A-10 선더볼트 6대는 3000km나 떨어진 괌 앤더슨 기지 인근의 사격장까지 가서 훈련을 하고 왔다.

주한 미공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주한 미지상군도 마찬가지다. 포천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이 미기갑부대와 아파치공격헬기의 실사격 훈련장이다. 그런데 이곳은 좌파단체가 주축이 되어 주한미군 사격장 폐쇄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도비탄(나무·바위 등에 맞아 표적 외에 떨어지는 탄)이 민가쪽으로 날아들면서 시위는 격화되는 상황이다. 미군측도 2018년 1~5월 로드리게스 사격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130억 원을 들여 공사에 나섰지만 결국 헬기 사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포항의 해병대 훈련장인 수성사격장으로 훈련지를 변경했지만 이 역시 훈련시간을 제대로 채울 수 없는 실정이다.

실탄 사격 중 도비탄이 민가로 날아드는 것은 한국군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지자체에서 군부대 인근의 개발제한 구역을 무분별하게 없애면서 발생한 것이다. 과거에는 군사개발제한지역이 군의 사격장과 민가 사이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완충지대를 해제하면서 사격장 바로 옆까지 민간시설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사실 군 훈련장과 지역 주민들의 갈등에는 지자체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중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조차 수수방관하는 것도 한미 간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한미군 훈련 방해 문제는 지난달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SCM)에도 미국측이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자는 11월 6일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을 찾았다. 3년만이다. 오랜만에 찾은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한국내 좌파단체의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한때 훈련장안까지 좌파단체가 들어온 것 때문에 경계수위가 높아진 듯했다.

모히칸레인지는 ‘로드리게스 사격장 폐쇄하라’는 반미단체의 구호가 적힌 선전물로 포위된 모습이다. 또한 눈에 띄는 현수막도 있었다. ‘미군장갑차 추돌사고 책임자 강력히 처벌하라’는 내용이다. 이것은 지난 8월 31일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를 후미에서 과속으로 추돌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적반하장격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지난 5월 로드리게스 사격장에 주민들이 표적 지역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예정된 직사화기 훈련이 실시되지 못했다. 상반기에 예정된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 사격장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MLRS 사격장인 강원 철원 담터 사격장도 주민들의 점거시위가 벌어져 훈련이 취소됐다. 훈련을 못하면 주한미군 개인들의 진로에도 치명적이다. 이것을 반미좌파단체는 노리는 듯하다.

한미 양국군은 2017년 이후 제병(諸兵)협동훈련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은 2017년 4월 승진훈련장에서 ‘한미 통합화력 격멸훈련’을 실시한 이후 한 번도 미군과 제병협동훈련을 하지 않았다.

공군도 2017년 7~8월 미 공군 F-35B 등이 참가한 ‘연합 실사격 훈련’을 했지만 이후 훈련을 재개하지 않았다. 해군과 해병대만 2017년 이후 소규모로 미군과 제병협동훈련을 했을 뿐이다. 또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의 경우 1년에 최소 64일의 훈련 일수가 필요한데 우리 군 당국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 20일씩 1년에 총 40일만 훈련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내놨다.
 

로드리게스 주한미군 훈련장 주변의 선동 구호가 적힌 선전물들.
로드리게스 주한미군 훈련장 주변의 선동 구호가 적힌 선전물들.

주한미군사령관의 분노

급기야 참고 참던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월 한미동맹재단 초청 강연행사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매우 이례적으로 주한미군 훈련 부족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던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최근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諸兵)협동훈련을 막는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대대급 이하만 실시하고, 연대급 이상은 한·미군이 각자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되던 대규모 한미연합 상륙훈련도 중단 상태다. “실탄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른다”라는 말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신조와 같은 말이다. 그런데 기본적 실사격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주한미군사령관의 우려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70~80년대 운동권은 노골적인 반미운동 차원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했다. 2000년부터 반미단체는 주한미군범죄와 훈련중 사고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이다.

직접적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보다 미군의 사고나 범죄 등을 부각시키면서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 짓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군공항 기지 소음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조차 우려하고 있으니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트럼프-문재인 정부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문제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중단했다. 그 결과 현재 한미동맹은 기본적인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복원시킬 것을 천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최고지도자간에 쌍무 협상을 통한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실무자 차원에서 협상과 조율을 거쳐 결론을 짓는 보텀업 방식으로 동맹국간에 의견 조율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럴 경우 현재 한미동맹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 말이다. 주한미군사령관도 현재 상태로는 한국에 대해 좋은 말을 바이든 당선인에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성주 사드기지는 마치 적진에 고립된 곳처럼 되어 있다. 이처럼 현지 부대 지휘관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허울뿐인 한미동맹의 현실을 그대로 전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나올 수도 있다.

더욱이 문 정부의 숙원사업인 전작권 전환 문제를 무리하게 요구하면 바이든 행정부와 큰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라는 점에서, 문 정부의 조급함이 대미외교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이미 바이든은 2013년 부통령 시절 한국에 대해 “미국이 아닌 반대편에 배팅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고 말했다. 바로 이 부분이 ‘동맹을 중시’할 것이라는 바이든 시대에도 한미동맹의 미래가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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