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AI 시대, 국회 입법 혁명 준비한다"
[인터뷰]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AI 시대, 국회 입법 혁명 준비한다"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20.12.01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사진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52년 만들어졌다. 3000권으로 출발해 지금은 700만 권의 장서를 소장한 국내 최대의 사회과학분야 지식정보 보관소로 성장하게 됐고 1998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돼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더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최근 4차혁명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면서 도서관 장서를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방대한 작업에 돌입했다. <미래한국>이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을 만나 국회도서관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AI 시대 준비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 이달(11월) 말로 국회도서관 관장에 취임하신 지 만 1년이 됩니다. 도서관장으로서 지난 1년간 어떤 사업에 주력해 오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합니다. 이 혁명의 핵심이 바로 융합인데요. 융합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 AI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전통적 산업을 붕괴시키며 발전해 가죠. 국회도서관에서도 AI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우리는 AI를 쉽게 인공지능이라고 부릅니다만 핵심은 빅데이터입니다. 국회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700만권 장서의 정보가 빅테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 정도로 방대한 정보의 빅데이터가 없어요.

다만 이것은 디지털라이징 됐을 때 의미가 있는데요, 우리가 그 작업을 작년부터 시작했습니다.

1년에 15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매년 150억 원씩 향후 5년 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끝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디지털화된 정보를 빅데이터로 넘어가 AI화, 테크니컬한 것으로 만들려면 많은 전문가가 필요해요. 저희는 외부의 서울대 등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협업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AI 차원으로 승격시키는 문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요새 둘러보면 AI 요리사, AI 운전수 이야기를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국회도 AI 보좌관, AI 비서관 등 이런 것들이 곧 현실화 될 겁니다.

민간에서도 이 부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희가 네이버와도 협업을 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관이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데이터는 공공에서 나오더라도 테크닉은 민간 영역이거든요. 구글, 아마존에서 테크닉이 나오는 것이지 미국 정부가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제 임기 동안은 물론, 국회도서관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할 때 나아갈 방향은 확실히 이쪽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미국 의회도서관

- 막대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 작년부터 시작됐다면 관장님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업적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그 깃발은 제가 관장으로 오기 1년 전부터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예산이 마련돼야 할 수 있는 것이라 제 임기에 본격화된 것이죠. 지금은 예산이 뒷받침돼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년 단년 베이스로 일을 합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5년 스케줄이 나왔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겁니다.

앞으로는 책으로 얻는 정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는 자랑은 별 의미가 없고 이것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빅데이터로써 인공지능으로 승격시키는 것, 그 작업이 중요합니다.

요새는 지식산업이라는 것이 어떤 면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앞으로 민간과의 조인트 협업이 필요하죠. 하지만 국회도서관은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에 SOC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민간이 이 빅데이터를 가지고 마음껏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라는 겁니다.

도서관 자료의 빅데이터화, ‘AI 입법’ 준비

- 문서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거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면서 도서관에서 마이크로필름을 활용하던 모습을 연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것보다 훨씬 앞서 나가는 개념이지요. 단순히 자료를 디지털도구를 통해 찾는 것을 넘어서 AI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그 안의 콘텐츠를 기계가 인식하게 되는데요, 딥러닝, 머신러닝이 바로 그런 개념입니다. 지금까지는 데이터라는 것은 숫자로만 돼 있는데, 문자로 된 부분을 일종의 레귤레이터를 하여 인간이 판단하는 것처럼 기계가 판단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 법인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볼게요. 과거에는 법인세 책을 찾았죠. 그러나 법인세율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고민한다면 법인세율에 관련된 어떤 부분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사실 책 한권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게 10%도 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관련 책을 다 찾아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에요.

어떤 법인세율 하나만 찍으면 이 책에서 5%, 저 책에서 10%로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 종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가능하게 되면 어떤 분야의 정책을 위해 입법할 경우 입력하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책이 하나 나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정보도 우리가 디지털라이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료를 찾는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그동안 국회 보좌관들이 해온 역할이죠. 국회 보좌관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단 1시간 만에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건 입법 프로세스에 있어 일종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 도서관장 임기가 2년이지요. 임기 절반이 남았는데 앞으로 어떤 분야에 집중하실 생각입니까?

명시적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 국회의장이 2년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돌아갑니다. 우리 공공부문이 가진 큰 특징이 바로 폐쇄성입니다. 내 것은 절대 내놓지 않는다는 것, 의외로 이 경향이 굉장히 심합니다. 국회도서관은 기본적으로 국회라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각 기관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크게 모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책연구기관이 스물 네 곳 정도 있는데요, 연구를 하는 이런 곳들의 책이 다 들어와요. 그러나 디지털화, 빅데이터화는 돼 있지 않죠. 이 부분이 완성된다면 입법에 있어 확실한 객관성과 과학성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국회가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감성에 의해 법을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한 감성적인 법들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국회도서관은 기관과 기관이 협업해 만든 결과물들을 융합해 한 곳에 모아둘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도록 힘을 모으려 합니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좌)과 김범수 발행인(우)이 대담하고 있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좌)과 김범수 발행인(우)이 대담하고 있다.

전쟁 중 입법 활동 지원 위해 설립, 700만 권 장서 소장

- 사실 국회도서관이라고 하면 일반 국민들에게 아직 생소함이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전반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시죠.

복합적인 기능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도와주는 보조기관으로서의 역할이죠. 입법 활동이란 기본적으로 많은 지식과 정보가 뒷받침되어야만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관이 바로 국회도서관입니다.

국회도서관은 1952년 만들어졌는데 그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전쟁 중으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 도서관을 만들게 된 배경을 보면 처절합니다. 첫째 국내 신문이라도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되겠다는 이유였어요. 둘째,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데 자료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자료는 법무부에 있고 또 어떤 자료는 내무부에 있고 그랬죠. 국회의원들이 법무부에 쫓아가 자료를 찾고 있었던 창피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자료를 한 곳으로 모아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이 두 가지 이유가 설립 배경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현재 국회도서관은 5층 건물로 세웠고 장서 700만 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을 해왔죠. 대한민국 경제가 압축 발전해온 것을 국회도서관의 장서 수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68년 전 3000권에서 출발해 지금은 700만 권이 되었으니까요. 이 장서들이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해주는 지식의 정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만큼이나 보유 장서의 규모도 엄청나게 성장해온 건데 그 정도면 국내 최대 규모인가요?

국립중앙도서관이 1200만 권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은 행정부에서 하는 것이고 국회도서관은 입법부 소속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자연과학 서적을 포함 대한민국에서 출간되는 모든 책을 커버하지만 국회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입법 활동을 돕기 때문에 사회과학 중심이에요. 국회도서관이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그런데 과거에는 일반 국민은 국회도서관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논문 쓰는 사람들은 국회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어요. 지금 60대 70대가 된, 과거 대학원 다니셨던 분들은 국회도서관을 잘 알죠.

지금 그 세대 이용자들 중에 당시 자기가 논문 쓰려고 이용했던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이렇게 제한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 1998년부터 완전히 개방했습니다. 누구든지 국회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회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기도 하죠. 공공도서관은 전국에 약 1000개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기능이 지역에 있는 그런 공공도서관과 기능과 역할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은 두 번째 기능에 속해요. 제가 볼 때 첫 번째 말씀드린 입법 활동을 돕는 기능이 국회도서관 역할의 80%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나머지 20%는 공공도서관적인 역할이고요.

- 700만 권의 장서를 다 보관하려면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지하까지 다 활용하고 있는데 상상해 보세요,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곧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한도에 찹니다. 그래서 3년 전에 부산 분원을 세우기로 하고 현재 공사 중입니다. 보관소 개념이죠. 내년 6월 준공하고 내후년에 개원합니다.

여기 있는 책 중에서 170만 권이 부산으로 갈 겁니다. 그곳은 보존소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부산에서 기관이 생기는 것이 때문에 일반 공공도서관 역할도 동시에 할 거예요. 완성되면 부산에서 공공도서관으로서 명물로서 자리 잡게 될 겁니다.

- 대한민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도서들은 일단 국회도서관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는 겁니까?

대한민국에서 출판되면 도서관에 두 권씩 보내야 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무 아니더라도 국회도서관에 있다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도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많이 보내오죠.

도서관 지식정보 이용하는 정치인이 잘 되는 나라

- 우리의 국회도서관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의회 도서관들과 비교해 볼 때 그 기능이나 역할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선진국일수록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국민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대우도 해줍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의회도서관인데요,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가 도서관에 대해 생각하고 대우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입니다. 미 의회도서관은 소장 도서만 해도 1억4000만 권이 됩니다. 일본도 4000만~5000만 권이 있고요.

도서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그 나라 자체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책과 지식을 가까이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상하원 양원제시스템에서 여러개의 양원 조인트 공동 상임위원회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만든 공동 위원회가 바로 의회도서관 관련 위원회입니다. 그 정도로 입법 활동에 있어 도서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 의회도서관은 1800년에 생겼습니다. 220년 전이죠. 우리는 68년 됐고요. 220년 된 미국의 도서관장이 14대 도서관장이에요. 우리는 제가 22대 도서관장이고요. 이런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어떤 기관이 커나가는 데 있어 전문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도서관 운영에 너무 정치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정치인들이 열심히 도서관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일종의 정치적 패널티 이런 것을 작동하게 만든다면 더 열심히 도서관을 이용할 것 아니겠습니까? 쉽게 얘기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입법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재선되고 삼선하고 그렇지 못한 의원들은 낙선하게 된다면 아마 정치인들은 도서관을 서로 앞을 다퉈 이용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의 데이터를 보니까 꼭 그렇지가 않더군요. 저희도 1년에 책을 많이 읽는 정치인들에게 시상도 합니다만,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잘돼야 할 텐데 많은 정치인들이 또 떨어집니다. 지식정보를 가까이 하며 입법 활동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잘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결과를 봤는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야당이 도서관장 추천 관례, 정치 과정의 선진화 이뤄야

- 국회도서관장은 관례적으로 야당 추천으로 임명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점이 도서관장으로 활동하는 데 불편하거나 쟁점이 되는 일은 없나요?

그렇죠. 야당 몫으로 정착돼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전까지 정착되지 않았다가 1987년 개헌정국에서 DJ 민주당 쪽에서 제1야당에 자리를 달라고 해서 얻은 게 국회도서관장 자리였습니다. 그 이후로 정착된 거예요. 그런 자리를 우파 쪽에서 받게 될 줄은 몰랐죠. 제 전임부터 보수정당 추천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활동하면서 그 때문에 불편함 점은 전혀 못 느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기본적으로 여기서 주어진 파이가 한정돼 있고, 또 우리가 가진 자원은 일종의 공유제와 같아서 지식과 정보를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SOC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도서관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 없이 바람직한 것입니다. 관장으로서 여당 쪽이냐 야당 쪽이냐 하는 선입관이나 편견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 당연한 말씀이신데 워낙 국회나 당의 안팎 상황이 대결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그런 부분이 오히려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과정의 문제이고, 정파적 영역은 도서관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저희는 정치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이죠. 확실한 것은 선진국 사회에서 정치라는 것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아무리 정보와 지식이 많더라도 과정에서의 선진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갈 수 없지요. 그래서 저희도 의원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구입하고 있습니다.

- 도서관장으로 오기 전에는 자유기업원 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역임하셨지요. 보수 시민사회의 활동과 시각을 잘 알고 계실텐데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국민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현상으로 보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수요가 없으면 그 영역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공급을 통해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수요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출판시장의 형태가 규범적으로 옳으냐 그르냐 판단 이전에 일단 국민의 사고를 반영하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하고 해석합니다.

또 경제학자로서 코멘트를 한다면 결국 어떤 이념이나 제도를 따지는 것도 결국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목표 아니겠습니까? 그 관점에서 볼 때 역사 진행 과정을 통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생각, 이념은 무엇인가 하는 데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거든요.

앞으로 대한민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친화적인 무엇인가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책이라는 것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죠. 대한민국 수준에 비해 시장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습니다. 시장 메커니즘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쉬운 책들이 많이 출판시장에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현재의 국가적 정치적 위기가 보수진영과 시민사회가 분열하거나 붕괴된 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시민사회는 자발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몸과 같은 것인데요, 그것이 시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합니다.

시민사회 활동도 사회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규범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그렇게 흘러가는 겁니다. 물론 반대로 사회를 바꿔 보겠다는 꿈을 가진 집단, 조직, 사람들이 있겠지만 거시적인 방향에서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나름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경제학자 출신으로서 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 혹시 도움이 되거나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요?

제가 공공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정부 지식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공공부문에 있어서 협업이라는 말을 많이 해왔고 실제로 도서관 안에서도 그런 부분을 보니까 경제학자로서나 관장으로서 하는 일에 큰 괴리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문화출판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구체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하기보다는 제가 재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큰 원칙에서 보고 싶습니다. 정부의 돈이란 결국 국민의 세금입니다. 국민의 세금은 아껴 써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이 정부 들어와 예산이 상당히 팽창하고 있는데, 팽창 자체는 이 정부의 철학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적재적소에 낭비 없이 세금이 쓰이고 있느냐는 측면에서는 이 정부가 비판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판시장도 복잡합니다. 시장 메커니즘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정부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규제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요, 정부의 규제정책은 항상 비효율성을 야기합니다. 가격은 규범적으로 도덕적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 결과이거든요. 재화가 더 확대돼야 한다, 또는 더 억제돼야 한다는 개념을 섞어 놓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봤을 때 정부가 가격을 고착화시켜서 하는 부분은 시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죠. 달리 표현하면 정부가 가격을 규제한다고 출판업계에 과연 도움이 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제를 하지 않아야 도움이 됩니다. 복합적인 면을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변화나 그에 대한 과제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코로나가 악이다, 무조건 막아야 된다는 원칙론에서 반대할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반드시 기회비용이 작동합니다. 경제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돌아가는 것인데 차단하게 되면 경제의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고, 경제활동을 하는 개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생물학적 목숨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경제적 목숨이죠. 이 둘 사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후자, 즉 경제적 삶의 부분을 좀 과소평가하는 분위기도 있지 않은가 경제학자로서 그런 점을 느낍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