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네책방 생존 탐구....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관찰기
[리뷰] 동네책방 생존 탐구....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관찰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2.05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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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온라인 서점이 본격 등장하고, 대형 서점의 지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동안 서점들의 폐휴업 소식이 줄을 이었다. 도시마다, 지역마다 당연하게 자리하던 중형 서점들 역시 문을 닫는다는 변변한 인사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파격적인 할인 판매, 무료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과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대형마트 등 책방이 아닌 곳에서 다양한 혜택을 동반하여 책을 판매하는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되면서 어느덧 서점은 서점으로 불리는 대신 ‘오프라인 서점’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세는 이미 기울어 다시는 동네에서, 골목에서 책방을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대한민국 책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외국 영화 또는 소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했던, 독특하고 개성 강한 작은 책방들이 여기저기 앞다퉈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속화되었고, 언젠가부터 골목 어귀에 작은 책방이 자리잡은 풍경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책방 순례’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어느덧 동네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여행지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회자되곤 했다. 책과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분위기, 책방 주인들이 공들여 고른 책들, 다양한 굿즈와 개성 강한 음료까지 즐길 수 있는 선택의 폭이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되었다. 그 덕분에 분위기 좋은 책방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차 한 잔과 더불어 즐기는 일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방들의 속사정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울까? 책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수많은 동네책방들이 문을 여는 속도만큼 많은 책방들이 빠르게 문을 닫는다. 모든 현상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거나, 출판이 사양산업이라거나 하는 이유로 이런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동네책방은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앞다퉈 문을 여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공간 임대 재계약 직전에 문을 닫곤 하는 걸까.

출판평론가로 25년여 동안 책 생태계 안팎에서 활동해온 이 책의 저자 한미화는 객관을 표방한 날선 비평이 눈길을 끌 때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과 어조로 줄곧 책과 책을 둘러싼 세상을 대해 왔다.

그런 그의 눈에 한동안 문을 닫는다는 소식만 줄곧 이어지던 서점들이 언젠가부터 앞다퉈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비교적 초창기부터 이런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전국의 수많은 책방들을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현장 취재와 수많은 동네책방 주인들과의 인터뷰는 기록으로 축적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기록을 토대로 동네책방의 창업 전성기와 그 현상이 갖는 여러 의미에 대해 다루는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얼핏 자연스러워보였다.

그러나 막상 원고를 쓰다 보니 책방의 창업 붐보다는 생존을 둘러싼 동네책방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해보이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그가 쓰는 책은 ‘동네책방 전성기’에서 ‘동네책방 생존 탐구’로 그 방향을 달리하게 되었다.

동네책방이 붐이었던 만큼 책방에 관한 책은 이미 수없이 등장했다. 가볼 만한 국내외 책방 탐방기, 책방 주인들의 운영기는 물론 책방을 소재로 한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 만화 등이 앞다퉈 출간되었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나 그동안 나온 책들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는 가볼 만한 책방들을 소개하거나 다양한 책방 주인들과의 인터뷰를 다룬 책들이 많았다. 어떤 책들은 장소를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기도 했고, 또 어떤 책들은 인터뷰를 통해 서점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좀 더 종합적이며 복합적이다. 동네책방의 시작부터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를 가능케한 사회적 조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개인적인 동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물론 동네책방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오늘날 동네책방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지를 여러 각도로, 매우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또한 서점 공간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모습, 책을 쇼핑몰이나 휴양 시설의 한 부분으로 채택한 다양한 서점들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여러 현상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책방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책방들이 왜 열심히 일하면서도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지, 결국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동네책방과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무엇인지, 그것으로 인해 어떤 위험이 예상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즉, 그는 이 책을 통해 책방을 둘러싼 섣부른 낙관이나 부정적인 전망을 손쉽게 담는 대신 책방의 존재 이유와 의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과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사항을 모두 아우름으로써 오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발판 삼아 내일을 모색할 디딤돌을 제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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