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보수의 딜레마...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를 정치공학으로 풀 수 없는 이유
[이슈분석] 보수의 딜레마...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를 정치공학으로 풀 수 없는 이유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12.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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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짖어도 열차는 달린다’

정치권에서 흔히 나오는 소리다. 저잣거리에서 횡행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언술은 제도학파가 말하는 ‘경로의존성’과 관계가 깊다. 경로의존성이란 정부와 같은 관료조직이 변화를 추구할 때 새로운 방법을 기도하기 보다는 과거 경험에 비춰 성공적이었던 방식으로 추진하는 관성을 말한다. 흔히 ‘제도의 한계적 변화’라고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관료들이 매몰비용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로의존성은 한국의 정당 행태가 톱다운 식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당의 정책이나 선거 전략에도 고질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 결과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 이럴 때 나오는 단골 변명은 ‘대안이 없지 않느냐’이고 ‘이번에는 다르다’가 된다.

2021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게는 패배를 용인할 수 없는 선거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확인함으로써 1년 후 대선에서 무난하게 정권 재창출을 보증받는 약속어음인 셈이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승리해야만 문재인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 의지를 확인하게 되어 1년 뒤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력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 연합

통합이라는 ‘비정치성’이 문제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인물들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딱히 초점이 모이는 인물은 아직 등장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경우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속내가 안갯속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대한 관측은 복잡하다. 본인의 대권 출마설은 본인의 부정에도 여전히 잠들지 않는다.

실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출마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팔순이라는 나이를 문제 삼지만 미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도 팔순이다. 결국 김종인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권 출마의 여러 셈법들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와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김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잠룡들의 경우 서울시장에 당선되기는 해도 차기 대권에는 출마할 의지가 없는 인물을 찾고 싶어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당내에는 없다는 점이 문제이고 당의 밖에서도 서울시장에만 당선되고 차기 대권은 포기하겠다는 인사는 존재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는 1년 뒤 대선과 서울시장 재선 출마 둘 중에 하나를 조기에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은 3월이고 지방선거는 3개월 후인 6월이어서 대선에 성공한 진영이 지방선거를 싹쓸이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따라서 현재 인물난을 겪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인물이 자동적으로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현상은 막기 어렵다.

여기에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잠룡들의 고민이 있을 법하다. 통제 가능하면서도 당선 가능한 인물을 찾든지 아니면 안철수 대표로 후보를 단일화해서 성공하면 이 동력을 이용해 보수 적자의 인물 경쟁으로 안철수와 대권 티켓 경쟁을 하는 것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안철수 대표의 그런 의지로부터 안 대표의 의중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안철수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을 온전하게 자신의 수중 안에 잡아 놓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계산은 안철수 대표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의힘 중진들과 당료, 잠룡들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한 조건일 수 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의 권력 분점은 권력의 현실적 속성상 거의 불가능한 상상이다. 결국 여당인 민주당의 자체 분열과 균열이 발생하기 전에는 야권 통합이든, 국민의힘의 자가 발전이든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국민의힘이 지난 3·10탄핵으로 수권정당의 통치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른 권력의 귀속적 헤게모니 결정에 모두가 문제 해결을 회피했다. 그것이 황교안 전 대표의 ‘탄핵 세모론’이었다.

그 결과 일련의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지난 해까지도 국민의 70%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3·10 탄핵이 정당하다고 여전히 인식하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60%는 탄핵이 부당하다는 정치적 괴리 현상을 빚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의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당내 인사에서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를 찾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당밖의 외부 후보와 연대하는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당의 구심점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거니와 그렇게 해서 당선된 보수 단일후보 서울시장이 1년 후 대권 도전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게 된다. 해법은 누구든지 국민의힘에 들어와 완전 국민경선이든, 부분 국민경선이든을 통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되어 주는 것이겠지만 이 문제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다름 아닌 서울시민들이 가진 정당일체감의 문제다.‘정당일체감’이란 유권자가 한 정당에 대한 일체감의 거리를 말한다. 무언가 이 정당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정당일체감이다.

이런 인식은 유권자들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어떤 유권자는 실생활에서 느끼는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유권자는 이념과 가치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 시민들은 1년 임기의 시장 보궐 선거에서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뭔가 달라졌는가?’, ‘다음 대통령도 민주당에서 나오는 것이 좋은가?’ 적어도 서울 시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당일체감을 느끼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두 가지 선택만 남게 된다. ‘개들은 짖어도 열차는 달린다’거나 ‘새 판을 짜자’가 그것이다.

전자라면 국민의힘 후보는 ‘구관이 명관’으로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될 것이고 그 결과는 민주당이 대권 후보를 제외한 당의 넘버 2를 발굴한다는 경쟁에 대항하기 어렵게 된다. 흥행에서 일단 지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정치공학으로 서울시장 선거가 풀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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