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리포트] 국정원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리포트] 국정원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 황윤덕 전 국정원 안보기획관
  • 승인 2020.12.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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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개정의 위법적 요소
국정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내보안정보’ 개념의 삭제다. 사진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 연합
국정원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내보안정보’ 개념의 삭제다. 사진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 연합

대한민국의 21대 국회가 2020년 5월 30일 임기 4년으로 개원되었다. 지난 20대 국회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의원 대표발의안 등 범여권 4건, 야당인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1건을 제출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은 현재까지 민주당 김병기 의원안(이하 민주당안)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안(이하 국민의힘안) 등 2건이다. 민주당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내보안정보’ 개념의 삭제다. 즉 간첩 등 반국가 활동세력에 대응한 국내보안정보 활동의 근거를 송두리째 소멸시킨 점이다.

둘째, 그 연장선에서 특히 대공수사 기능과 권한의 폐지다. 이를 2020년 7월 30일 당·정·청 관계자들이 발표한 이른바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계획’의 취지와 묶어서보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한을 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지만, 이미 경찰이 ‘보안수사’라는 개념 하에 대공수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이관’의 저의는 국가적 수준 및 차원에서의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안보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국내보안정보 개념의 삭제와 국가적 대공수사 기능과 권한의 폐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헌법상 ‘국가안전의 보장’ 책무를 총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자문하도록 의무적으로 설치·운용해야 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헌법 제91조)의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헌법정신에 저촉할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셋째는 기존의 ‘국외정보’에서 ‘북한정보’를 분리한다는 것이다. 국외정보는 국내정보와 대비하여 대외안보정보와 국가이익 즉 국익정보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고, ‘국외’에서 ‘북한’을 포괄 또는 분리할지의 여부는 국가안보적 정보환경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고 본다.

넷째,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또는 직권남용 등 범죄행위에 대해 일반 국가공무원보다 형사적 처벌의 법정형을 3배 이상 가중함으로써 상당성(相當性)을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 이는 국가공무원이 비록 특별권력관계에 있고 국정원 직원은 여기에 더하여 특별한 신분적 지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 규정(제11조)과 응보적(應報的) 정의 등 민주주의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정보감찰관제의 신설이다. 이 제도에는 한국적 정보수사기관에 있어서 크고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중 하나만 우선 거론한다면 현행 국정원법이나 민주당안에 스스로 어긋난다. 모두 제1조(목적)에서 ‘국가안전보장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규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안처럼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의 합리적 수위를 넘은 압박적인 법규정 속에서 정보감찰관제까지 도입할 때 ‘국가안전보장 업무의 효율성’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본다.

마지막 여섯째로, 정부(행정부) 내 대통령 소속인 국정원이 가칭 ‘정보활동기본지침’을 만들어 국회 정보위원회(입법부)가 사전 승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근대국가 이래 확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권력분립(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

국정원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대공수사권’과‘ 국내보안정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보면 운동권 출신 집권세력의 장기집권 의지가 엿보인다.

조급한 정치적 판단과 국가위기

국정원은 국가 수준 및 차원에서의 정보수사 조직이다. 이 조직의 준거법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부 개정되거나 명칭 등 주요 내용이 변하여 왔다.

즉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1년 6월 중앙정보부법(이하 중정법)이 최초로 제정·발효되고, 1963년 12월 대폭 개정된 이래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 초인 1981년 1월 국가안전기획부법(이하 안기부법)이, 김영삼 대통령 임기 초인 1994년 1월 국정원의 예산 및 결산을 비공개에서 공개 대상으로 전환되고, 위법행위를 세분화하여 처벌규정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임기 초인 1999년 1월 국정원법이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로 미뤄 볼 때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대 국회 회기를 넘어 문재인 정부 후반인 21대 국회에 들어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을 적극 밀어붙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에 대한 중차대한 법률에 흠을 가하려는 조급함에는 분명히 잘못된 정치적 내심이 웅크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겠다.

그런데 국정원의 역사에서 유심히 볼 사안이 있다. 그것은 국정원이 아무리 영욕의 부침 시기를 거쳤다고는 하나, 국가안전의 온전한 보장을 위해 ‘국외정보(북한정보 포함 또는 분리), 국내보안정보, 대공 범죄수사’라는 ‘3축(軸) 체제’는 불변의 핵심 기능과 권한으로 정립(鼎立)되어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조직과 운영의 기본법이고 최고의 법으로서 그 규정과 정신이 모든 법령의 형식과 내용을 규제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정치원리로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의 독립과 계속성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대외정책·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을 수립하고 그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정원의 자문을 받도록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헌법 제66·69·91조.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10조).

이를 학술적 견해에 따르면, 국정원은 법제도의 역사적 경로의존성(path-dependence)에 따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조직공동체 내 업무의 관습·관행·관례와 조직 구성원들의 일반적 근무행태 및 상식 등과 같은 인지-사회적인 저변문화가 규범적으로 작동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 핵심 기능 변경은 위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 각부를 통괄하면서 국군을 통수한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와 그 지위에 따르는 권력과 권한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즉 국민은 국가의 기본법이고 최고의 법이며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원리를 담고 있는 헌법을 통하여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의 개념을 유지하게 하고 무흠(無欠)의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을 함께 위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의 역사성과 현실적 시대성을 감안한 중차대한 지위와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바, 이를 총체적으로 온전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헌법은 대통령의 대외정책·군사정책·국내정책에 관한 자문기구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도록 하고, 여타 임의적인 자문조직 3개(국가원로, 평화통일, 경제발전)와는 다르게 이 회의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즉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고(제91조 ①항),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며(②항),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③항).’라는 의무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법(1964.12)된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은 제2조 구성에서 회의의 필요적 구성원으로 대통령(의장)과 국무총리,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및 국정원장을, 제3조 기능에서 ‘국가안전보장 관련 대외정책, 군사정책 및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며, 상임위원회 및 사무처를 두고(제7·8조), 특히 제10조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정원과의 관계에서 ‘국정원장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수집·평가·보고토록 의무화(제10조)’하고 있어, 동법이 최초로 제정·시행된 때인 중정과 안기부를 거쳐 현재 국정원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그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헌법상 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대통령의 대외·군사·국내정책에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자문기능을 완벽히 이행하도록 할 목적으로 국정원이 설치·운용되어온 조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국정원법 개정, 특히 ‘대공수사권’과 ‘국내보안정보’ 활동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유토피아를 바라보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숙주(宿主)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 국정원 활동의 지향점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안전, 자유 및 행복’임을 국정원의 수사관들과 보안관들은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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