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전기차 미래 발목 잡는 탈원전 정책
[심층분석] 전기차 미래 발목 잡는 탈원전 정책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2.15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전 신세계다.’ 테슬라 ‘모델3’를 타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지상태에서 순간 가속력의 느낌은 마치 비행기 이륙할 때 느낌 그대로다. 몸이 의자에 완전히 밀착되는 기분이다. 아무런 소음도 없이 ‘스윽’하면서 순간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동승자는 대부분 ‘캬악’하고 소리를 지를 정도다.

순간 가속력은 슈퍼카인 포르쉐나 페라리보다 앞선다. 평균 6000만 원 정도의 테슬라 모델3가 2억 원을 상회하는 슈퍼카보다 가속력이 좋다보니 태슬라 모델3를 일컬어 ‘일반인들의 슈퍼카’라고 부를 정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모델3의 경우 퍼포먼스 모델은 1회 충전 시(완충 기준) 최대 499㎞(미국 환경보호청 인증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1㎞,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4초다. 모터 출력은 전 155kW, 후 205kW, 모터 토크는 전 240 Nm 후 420 Nm이다.

기자도 최근 테슬라 모델3 시승 기회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면 차가 반응한다. 불빛이 들어오면서 문 잠금장치도 자동 해제된다. 차량 소유주의 휴대폰과 자동차 컴퓨터가 통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 차량과 달리 시동을 걸기 위한 ‘키 홀’도 없다. 차 문을 여니 차 안이 따뜻하다.

집안에서도 차의 냉난방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일반 차량 같으면 힘든 일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냉난방을 가동하기 위해 공회전을 하면 매연을 발생시키고 그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준다. 그러나 전기차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를 출발시키니 그 어떤 소리나 진동도 없이 ‘스윽’하면서 나간다.

완전 색다른 경험이다. 일반 차량에서 볼 수 있는 핸들 앞 계기판도 없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커다란 모니터에 모든 편의 장비가 통합되어 있다. 모니터에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그리고 라디오나 공조장치 등등이 모니터를 통해 조작이 가능하다.

테슬라 모델3 시승기

또한 당연히 있어야 하는 변속기 레버도 없다. 일반 차량은 엔진의 힘을 변속기를 통해 바퀴에 전달한다. 그러나 전기차는 모터가 엔진이자 구동계이기 때문에 변속기도 필요 없다. 자율주행장치는 핸들 옆 레버에 있는 버튼으로 간단하게 작동할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알아서 조정한다. 차선 인식은 물론이고 끼어드는 차까지 인식해 스스로 판단한다. 앞뒤 좌우의 차와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커다란 모니터에 보여준다. 모델3에는 모두 8개의 카메라가 장착되어 인간의 눈을 대신한다. 직선도로 뿐만 아니라 곡선도로에서 문제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꽤 높은 속도에서도 급커브 고속도록 인터체인지도 문제없이 돌아 나간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는데도 말이다. 완전 미래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전기차가 기자의 맘에 쏙 드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도로에서 차가 막혀도 좀 느긋해질 수 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일반 차량은 최악의 연비를 기록하기 마련이다. 공회전하면서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가다 서기를 하면 오히려 전비(연비)가 좋아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감속이 되면서 스스로 발전을 한다. 이것을 ‘회생제동’이라고 한다. 전기모터는 그 자체가 발전기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처럼 상습정체 구간이 많을수록 전기차의 진가는 빛난다.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의 경우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면 적어도 한 달에 3,40만 원의 연료비를 지출한다. 같은 구간에서 전기차라면 현재 기준에서 한 달에 5만 원이면 충분하다. 충전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대체로 출퇴근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3 차량 대형모니터 정보는 개인 휴대폰과 연동된다

전기차의 매력은 또 다른 곳에서도 빛난다.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보다 구조가 아주 간단하다. 그 만큼 정비할 곳도 적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엔진오일, 변속기 오일, 브레이크액, 부동액 등을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전기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유지정비 차원에서 매우 큰 이점이 있다.

물론 배터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또 다른 차원이지만 말이다. 유튜브에 보면 차박이 매우 유행이다. 코로나 유행 때문에 캠핑가서 차 안에 자는 것이 일반화 된 지금, 전기차는 매우 훌륭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일반 승용차처럼 엔진을 돌리지 않아도 냉난방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는 재미와 이점을 제공한다.

물론 전기차의 단점도 있다. 전기차 소유주가 말하는 단점 중 첫 번째는 ‘충전 스트레스’다. 배터리 충전량이 일정 부분 이하로 떨어지면 그때마다 충전소를 검색해서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전기차가 주는 스트레스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차 소유주는 흔히 ‘집밥과 회사밥’을 잘 먹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집밥은 집에서 충전하는 것이고 회사밥은 회사에서 충전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력에 비용을 지불하면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전기배선을 별도로 설치할 수 있다. 회사밥은 당연히 회사 건물에 설치된 공용충전시설이다. 전기차 충전시설은 현재 수도권에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관공서에는 대부분 설치되어 있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집중적으로 고속충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은 열악하다. 전기차 보급에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충전시설 확충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현재 주유소 등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모델3 구매시 정부보조금은 1300만 원이다. 보조금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전기차 소유주들은 보조금이 없어진다 해도 더 이상 일반 가솔린(내연기관) 자동차를 살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전기차 소유주들에게 질문해 봤다. 전기차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뭐라고 하는지 말이다. “전화통화만 하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그런 기분입니다”,“지금까지의 자동차가 기계장치였다면 전기차는 전자제품입니다”, “전기차는 저한테는 친구입니다. 서로 대화(통신)를 하거든요”, “바퀴 달린 아이패드라 할까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친구’라는 답변은 압권이었다. 5G 통신이 일반화되면서 자동차와 통신은 한 몸이 되고 있다. 차량 상태를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체크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차량이 하나로 연결되니 상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차량의 컴퓨터는 통신에 연결되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소유주 휴대폰에 그 결과를 송신한다. 마치 80년대 유행했던 미국 TV드라마 ‘전격Z작전’에 나오는 ‘키트’가 현실화 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전기차를 일컬어 ‘친구’라고 하는 것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의 패러다임과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변했다. 테슬라 전기차의 등장은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계 메커니즘 중심에서 전기·전자·통신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자동차의 본질 자체도 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가져온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핀란드 노키아는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때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가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마찬가지로 전기차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벤츠나 BMW조차 노키아처럼 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가솔린 자동차 메커니즘의 핵심이 배기량과 마력 그리고 가속도가 지표였다면 전기차는 자율주행(Auto Pilot) 소프트웨어가 지표다.

자율주행을 하는 모델 3 차량 모니터에 주변도로 상황이 표시되는 모습.
자율주행을 하는 모델 3 차량 모니터에 주변도로 상황이 표시되는 모습.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 정의에 따라 총 6단계로 분류된다.

▲레벨 1 - 자동 브레이크, 자동 속도 조절 등 운전 보조 기능

▲레벨 2 - 2단계 부분 자율주행, 운전자의 상시 감독 필요

▲레벨 3 -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 자동차가 안전 기능 제어, 탑승자 제어가 필요한 경우 신호. 운전자의 제한적 컨트롤 필요.

▲레벨 4 - 고도 자율주행, 주변 환경 관계없이 운전자 컨트롤 불필요

▲레벨 5 - 완전 자율주행,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완전 무인 주행차

자율주행기술의 기반 기술은 통신과 빅데이터 산업이다. 5G 통신과의 결합은 차량 내 컴퓨터에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으로 빅데이터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가져오면 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산업만이 아니라 통신과 빅데이터산업과 함께 발전하는 미래먹거리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시판하는 전기차 중에는 테슬라가 가장 앞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고 있다. 모델3의 경우 ‘레벨 2.5’단계로 평가한다. 자동차업계 엔지니어의 말을 들어보면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는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정도 기존 자동차업계보다 앞서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5년이라면 자동차에서는 1세대 이상 앞선 것이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20만 9,831대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그중 테슬라의 판매량은 36만7920대로 1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는 3%, 기아는 2% 점유율이다. 지난 7월 상하이 연례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테슬라는 올해 레벨 5 자율주행의 기본 기능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상당히 근접해 있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메이커인 혼다는 11월 12일 자율주행 레벨3 승용차 판매를 발표했다. 혼다 자동차가 이번에 공개한 내용은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레벨 3’의 자율주행에 충족하는 형식 인증을 취득했으며 판매할 차량은 혼다 프레그십 세단 레전드라는 것이다. 혼다 레전드는 이번 형식 인증을 바탕으로 내년 3월 혼다 레전드에 이번 레벨 3 자율주행 장비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을 탑재하여 시판한다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의 전기차로의 전환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영국 2035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2035년부터, 캐나다 퀘벡주는 2035년부터 가솔린 자동차 판매금지를 법제화했다. 중국도 2035년부터 전기차로 전환을 선언했다. 겉으로는 환경 문제를 거론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과 기술적 대세가 이미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각 메이커마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우리에게 있고 테슬라에게는 없는 것은 1억 대를 넘는 보유분이며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주방과 요리사로 예를 들면 테슬라의 비즈니스는 주방도 요리사도 없지만 레시피를 트레이드하고 미래에는 레시피가 세계 요리의 스탠더드가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기술표준을 언급한 것이다. 전기차의 미래는 바로 기술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기술을 미래 역점사업으로 선언했다. 10월 14일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 역시 취임사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언급했다.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강성 노조가 있는 현대차가 전기차 메이커로의 전환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량보다 부품수가 현저하게 적다. 그만큼 생산인력이 줄어들게 된다. 과연 현대차가 자연스럽게 전기차 메이커로 전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테슬라가 설치한 슈퍼차지(초고속 충전기). 40분 정도면 충전이 가능하다.
테슬라가 설치한 슈퍼차지(초고속 충전기). 40분 정도면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자동차가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 슬로건은 ‘공해 없는 친환경 자동차’였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가스가 지구 기온을 높인다는 환경단체의 영향도 컸다. 그래서 환경을 중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전기차시장의 메카였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는 허상에 가깝다.

지구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계속적으로 온도가 상승했다. 빙하기 시절 현재의 영국도 빙하에 덮여 있었다. 그런 영국이 초지와 삼림이 무성해진 것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탓이 아니다. 지구의 빙하기와 간빙기의 사이클일 뿐이다. 어찌했거나 전기자동차는 환경문제라는 애드벌룬과 함께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이제 전기자동차는 환경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과 통신의 결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매연 같은 공해가 없는 말 그대로의 친환경 자동차가 되려면 전기생산 역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만약 석탄이나 LNG 같은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충전한다면 그것은 친환경이 아니다. 매연을 내 뿜는 것이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겨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8월 시점 자동차 보유 대수는 2400만 대를 돌파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휘발유나 디젤 소모량을 대신해 전기로 충전해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으로는 감당이 불감당이다. 따라서 환경과 전기자동차의 충전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이라야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적 교통수단이 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고 있다. 대신 석탄과 LNG로 발전량을 대체한다. 자연히 미세먼지도 증가하고 전기 단가도 상승한다. 전기값이 올라가면 전기자동차 오너에게는 치명타다. 한마디로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전기자동차 시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