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리포트] 국정원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리포트] 국정원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 장석광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2.2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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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안보의 탈원전
南美 수준 정보기관으로 전락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국정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격이다.

2018년 한 연구소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용역으로 외국 정보기관의 수사권·조사권 보유 현황을 조사했다.

수사권은 압수·체포·구금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조사권은 감청 ·금융정보 조회 등 혐의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어떤 정보기관이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면 수사권이 있는 정보기관으로, 강제수사는 못하더라도 개인정보 수집정도는 보장해주고 있으면 조사권이 있는 정보기관으로 분류했다.

파렴치범 범죄정보 수집보다 못한 간첩죄·내란죄 범죄정보 수집

이 분류 기준에 의하면 대외안보정보원은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는 정보기관이다. 대외안보정보원법(안)에 ‘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이 제5조에 명시되어 있고, ‘안보목적 감청’이 제15조의 해석상 허용되고 있다.

얼핏 ‘조사권’ 정도는 있어 보이지만 약간만 들여다보면 그게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협조 요청’은 그냥 요청일 뿐이다. ‘해 줘도 그만, 안 해줘도 그만’ 강제성이 없으니 실효성이 없다. 감청은 할 수 있다지만 조건이 까다롭고(제15조) 처벌(제24조)은 가혹하다. 그릇이 깨질까 무서워 설거지를 할 수 없다. 그러니 유명무실은 불 보듯 뻔하다. 대외안보정보원은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는 정보기관이다.

현실적으로 조사 가능했던 82개 국가 중, 미국·중국 ·러시아·프랑스·이스라엘·캐나다 등 52개국은 수사권을, 영국 ·독일·일본·멕시코 등 19개국은 조사권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1개국은 수사권, 조사권 모두 없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도 조사권도 모두 없는 국가, 즉 세네갈, 이탈리아, 파나마, 에콰도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네팔, 필리핀, 캄보디아는 경찰이 국가안보사범에 대한 수사를 전담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1953년 휴전 이후 2004명의 간첩이 검거된 나라, 최대 60개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집단과 70여 년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 간첩 지령이 유튜브로 송출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의 국가정보기관이 바야흐로 세네갈, 이탈리아, 파나마, 에콰도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 정보기관 수준 역량으로 가려 하고 있다. 우리 안보환경이 세네갈, 이탈리아, 파나마, 에콰도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범죄정보 수집 활동의 근거와 방법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근거 법률이고, 형사소송법, 도로교통법, 통신비밀보호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범죄정보 수집활동의 방법을 규정해 놓은 법률이다. 당연히 대외안보정보원의 범죄정보 수집활동의 근거와 방법도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대외안보정보원법(안) 제4조(직무)가 근거 규정이고, 제5조(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가 범죄정보 수집활동의 방법을 규정한 조항이다. 경찰이 사기·공갈·횡령·추행·강간 같은 파렴치범에 대한 범죄정보 수집을 할 때도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위에서 언급한 여러 다양한 특별법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국가정보기관이 내란·외환(外患)·반란·암호 부정사용·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와 같은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된 범죄정보 수집을 할 때는 대외안보정보원법(안) 제5조(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이 거의 유일한 지원법률이다.

대외안보정보원의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 박탈되었으니 형사소송법과 여러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대외안보정보원이 범죄정보 수집을 하는 데 거의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국가기관에 대한 협조 요청’은 어느 정도의 권한인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업무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이 ‘협조 요청’이 적어도 ‘암행어사 출두요’ 말 서 너 마리 정도 그려진 마패 정도는 될 걸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요청’은 ‘필요하니 좀 협조해주세요’ 정도다. 협조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이 ‘해줘도 그만, 안 해줘도 그만’이다. 대외안보정보원법(안) 제5조(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 완전 빈 깡통이다. 속된 말로 ‘화약 없는 총알’이고 ‘뇌관 없는 폭탄’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국가기관에 협조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대외안보정보원 활동 방법, 이대로 가면 일반인보다 나을 거 하나 없다.
 

북한과 연계되지 않았다면 반국가단체 정보 수집도 금지

대외안보정보원법(안) 제4조 제1항 제1호 ‘라’목은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와 관련되고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행위에 관한 정보 수집을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는’이 아니고 ‘그리고’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는 모두 반국가단체와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대외안보정보원은 반국가단체로서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행위 정보만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논리적으로, 반국가단체라고 해도 북한과 연계되지 않으면 정보 수집조차 할 수 없다.

90년대 초반 안기부에 39명이 구속되면서 와해된 ‘사노맹’은 6·25전쟁 이후 발각된 남한 최대의 반국가단체다. 북한과 연계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 규모에 점조직으로 활동했고 폭력혁명을 선동했다.

대외안보정보원법(안)은 ‘사노맹’과 같은 국가적 범죄 집단에 대해 정보수집조차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기 ·횡령·추행 파렴치범 정보 수집에는 5G 스마트폰 주면서 내란·외환·간첩 정보 수집에는 3G 휴대폰 쓰라는 식이다 대외안보정보원, 이러고도 국가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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