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주택가격 통계와 현실의 괴리
[데이터로 보는 세상] 주택가격 통계와 현실의 괴리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1.05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변동 조사

최근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어 국민이 부동산 가격 동향에 관심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시장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가격지수로 공식통계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주택가격지수와 민간통계인 KB국민은행 부동산지수가 있다.

한국감정원은 12월 10일부터 개명하여 한국부동산원이 되었으며 부동산 조사^관리 및 공시·통계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 두 주택가격지수를 간단히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주택은 전국의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을 의미한다.
 

두 지수 결과 비교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주택시장 가격 변동을 조사하는 대표적인 지수이나, 이 두 지수 간에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이들 지수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을 주로 조사하는데, <그림 1>에는 지난 10월 첫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전국, 수도권과 서울의 매매가격 변동률을 비교한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래프 자료는 한국감정원 발표 자료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췌한 것이다.

11월 첫째 주에 전주에 비해 전국 매매가격은 한국감정원(지금은 한국부동산원이지만 11월까지는 한국감정원임)이 0.17%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으나 KB국민은행은 0.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에서는 그 변동률 차이가 더 크다. 한국감정원은 단지 0.02%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으나 KB국민은행은 무려 0.33%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그 증가폭의 순서도 한국감정원은 전국·수도권·서울 순이나 KB국민은행은 수도권·서울·전국의 순이다.

최근 전세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전세가격 변동률을 살펴보자. <그림 2>에는 전국과 서울에서의 전세가격 변동률 비교 그래프가 나와 있다. 11월 첫째 주에 전주에 비해 전국 전세가격은 KB국민은행이 0.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한국감정원은 0.23% 증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서울에서는 그 변동률이 크다. KB국민은행은 무려 0.70% 증가를 보이나 한국감정원은 단지 0.12%만을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률을 살펴봤는데 전세 수급동향에 대해서도 두 지수를 비교해 보자. 여기에 사용되는 수급동향지수는 0∼200 범위 내의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를, 100 미만일 경우에는 ‘매도자가 많다’를 의미하는 지수이다.

<그림 3>에 보면 한국감정원의 자료는 전국과 서울 모두 115∼130 수준으로 전세 공급이 부족한 편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 지수는 모두 190이 넘어가 공급 부족이 매우 심각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두 지수 간에 큰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이 통계들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디를 더 믿을 수 있나?

신뢰성 비교와 개선 방향

두 지수를 비교할 때 우선 고찰해야 할 사항은 표본 크기 문제이다. 주택의 형태는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 매우 다양하며 지역에 따라 그 가격 변동에 차이가 크다. 따라서 표본크기로 보면 한국감정원의 주간 조사 대상인 9400가구는 충분하지 못하다. KB국민은행의 표본은 3만6300가구이다.

감정원 주택가격지수는 공식통계로 국가통계위원회에서 그 품질에 대해 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국가통계위원회에서는 이 지수 조사를 위한 표본의 크기를 늘리라는 권고를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은 예산 증액을 통해 주간 표본 수를 약 46% 늘려 1만3720가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조사자 측면에서 보면 한국감정원 지수는 한국감정원 직원들이 가구를 방문하거나 전화해 조사하고 KB부동산 지수는 공인중개사가 조사한다. 따라서 한국감정원 직원들이 조사할 때는 부동산 거래자들이 거래 가격을 축소시켜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한국감정원 직원 조사에서 내부 매뉴얼로 ‘이상 가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사자가 임의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한편 공인중개사가 조사할 때에는 실거래 가격을 그대로 조사한다. 이런 측면을 비교할 때 공인중개사들을 활용하는 KB부동산 지수가 좀 더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은 주간 통계는 아파트 가격만 조사하고 월간 통계는 모든 주택(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을 조사한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에서 주간 통계의 합과 월간 통계 간에 큰 괴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10주 연속 매주 0.01% 올랐다고 했지만 월간 기준으로 발표한 10월 상승률은 0.4%였다. 주간 상승률을 합한 10월 상승률은 0.04∼0.05%여야 하는데 한국감정원의 월간 상승률은 이보다 10배가량 큰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통계조사 결과이다.

한국감정원이 사용하는 주간조사와 월간조사의 표본이 서로 다르더라도 이렇게 큰 차이는 날 수 없다. 한국감정원 조사가 신뢰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이 문제는 주간조사 대상인 아파트를 월간조사에 그대로 포함하면 상당 부분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지수와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지수 간에 괴리 현상으로 논란이 커지자 정부의 눈치를 보는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하순 KB부동산 지수 집계를 잠시 중단했다가 통계 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얼마 후 다시 집계를 재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좀 더 신뢰성 있는 민간통계를 죽여 가며 믿기 힘든 공식통계를 살려나갈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한국감정원의 공식통계를 없애고 차라리 국민은행의 민간통계를 활성화하여 이를 공식통계로 지정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두 개의 통계에 약간의 성격 차이가 있는 만큼 구태여 통계 하나를 없앨 필요가 없으며 두 개의 통계를 그대로 살려가며 상호보완적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유익하다. 이 두 개의 통계가 각각의 신뢰성을 제고하며 부동산 가격지수 변동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통계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해주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사용된 통계는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 주택가격지수로, 이 지수는 부동산 가격을 낮게 평가해 부동산 정책에 큰 오류를 일으키게 했다. 이런 부실 통계에 근거해 쏟아낸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엄청나게 피폐하게 만들었다.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은 부실 통계를 생산한 결과에 대해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것이다. ‘세금 폭탄’을 퍼부은 ‘7^10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 폭등은 여전했으나 한국감정원 통계에 근거해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집값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집값 상승세가 서울에서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생산되고 이용되어야 할 공식통계가 정부 기관이 앞장서서 부실하게 생산하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왜곡해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진영논리식 정책은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택가격 상승은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공급에서

주택가격이 이렇게 크게 상승하는 주요 원인은 주택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택공급의 핵심인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7년 65만3441가구, 2018년 55만4136가구, 2019년 48만7975가구로 계속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였던 2015년의 전국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가구, 2016년은 72만6048가구로 많은 물량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잡는 정책보다는 투기 수요를 억제해 주택가격을 잡는 정책을 펴면서 “주택 공급은 충분하며, 투기 수요가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대출 규제, 다주택자 세금 중과, 재건축·재개발 억제 등 수요를 옥죄는 데 집중됐다.

공급은 간과하고 수요 억제에 집중한 3년 반 사이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해 왔다. 정부가 주로 인용하는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은 16.3% 올랐고, 전국 미분양 주택도 2만6703가구(2020년 10월 기준)로,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밝힌 바에 의하면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에 서울 아파트 땅값이 평당 평균 2476만 원 올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상승액(331만 원)의 7.5배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택가격과 전세가격도 시장경제 원리를 따른다. 공급이 충분하면 수요를 이겨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다.

정부의 “공급은 충분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온갖 투기 수요정책은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주택 공급 방안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더 많은 주택 인허가 실적을 올리는 것이 주택 전세 가격 안정화에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