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높아지는 쿼드 참여 압력 속 바람직한 한국의 전략은?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높아지는 쿼드 참여 압력 속 바람직한 한국의 전략은?
  • 이재현 아세안-대양주 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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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미국의 압박과 문재인 정부의 쿼드 거리두기

바이든 미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미중관계의 미래를 진단하는 중요한 보고서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됐다. 미국의 반중연합 전략 쿼드가 그것이다. 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중대한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래한국>이 이 보고서를 입수해 독자에게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의상 보고서의 각주는 생략했다.(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쿼드동맹에 거리를 두는 듯하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국정감사 기간에 미국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말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외교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쿼드동맹에 거리를 두는 듯하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국정감사 기간에 미국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말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외교부

한미동맹을 한반도 문제를 넘어선 지역 차원의 전략, 안보 문제 관리로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늘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었다. 제한된 한국의 자원을 너무 확대한다는 부담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 전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의 악화는 다시 한반도 상황과 북한 관리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런 미국의 주문은 한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쿼드 참여 요청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력에는 인도 태평양 전략, 쿼드와 관련된 하위 계획 즉 쿼드 플러스, 클린 네트워크 참여, 화웨이의 5G 참여 배제 등도 포함된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한국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한국은 흔히 쿼드 플러스라고 불리는 7개국(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3개국과 기존 쿼드 4개국) 모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던 시점인 3월 말 기존 쿼드 국가에 성공적인 방역을 해온 3개국을 포함해 각 국가 외교차관 수준에서 코로나 사태 관련된 긴밀한 협의를 위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12차례 개최된 이 회의에서는 주로 코로나 대응에 관한 다자협력과 경제활동 위축에 대한 대응, 지역 다자협의체 내에서 국가간 협력 등에 대해서 주로 논의를 해왔다. 아직까지는 대체로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회의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 7개국 모임을 지역적 코로나 대응에 국한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7개국 모임이 결국 쿼드 플러스로 발전하는 것 아닌가 라는 관측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9월 11일 개최된 12번째 화상회의 직후 외교부는 이 회의에서 쿼드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이 회의를 공식적으로 쿼드 플러스라고 부르지 않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논의 내용도 대부분 코로나 대응과 역내 다자협력체에서 협력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쿼드 플러스라는 명칭은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며 주로 전략 문제를 분석하는 학자들이나 신문기사에서 편의상 부르는 호칭으로 남아 있다.
 

한국의 딜레마와 전략적 역할분담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동맹국(한국), 과거 동맹국(뉴질랜드)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군사적 협력이 긴밀한 국가(베트남)를 묶은 이 회의가 가진 특성은 전략적이고 안보적인 함의를 동시에 가지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이 모임을 쿼드 플러스로 공식화하고 안보와 전략 문제를 의제로 추가해 확대된 쿼드 혹은 확대된 반중 전선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혹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쿼드 직접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쿼드 가입 요청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10월 한국의 쿼드 참여 관련한 질문에서 “미국이 아직 한국에 쿼드 플러스를 신청하겠다고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

며칠 뒤에는 미국 주도의 화웨이를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나왔다. 10월 14일 개최된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에서 미국은 다시 한번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의 가입을 촉구했지만 한국은 특정 기업의 배제 등과 같은 문제는 “민간업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그보다 앞서 9월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현재 한국은 쿼드 가입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강경화 장관은 한국의 쿼드 플러스 가입 의향에 대한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쿼드 가입에 관한 초청이 없었고, 쿼드가 구조화된 동맹일 경우 한국의 안보 이익에 이 동맹이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다만 “구체 현안에 대해서 한국은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국제규범에 따르는 접근을 보유한 이들과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강 장관은 현재 한국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특정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장관은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된다 … 우리는 한미동맹이 우리의 닻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으며,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경제 파트너라 우리 기업인과 시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이런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단순 전략경쟁을 넘어 이념 경쟁으로 발전하고 쉽게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지역 국가들은 전략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 많은 국가들은 미국이 형성하고 주도해 온 익숙한 자유주의 지역질서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이 질서는 지금까지 지역 국가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특히 안보 측면에서 압도적인 미국의 힘을 생각하면 지역 국가들이 이 질서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이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제시하는 대안적 질서는 실체가 없으며,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불안 요소가 있다. 반면 중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인 유인은 개도국은 물론이고 중견국, 나아가 명시적으로 반중 전선에 포함한 국가들에게도 놓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 미중 사이 역내 국가들은 쉽게 선택을 하기 어렵다.

최근 2~3년 미-중 선택의 딜레마는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 핵심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가치,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 미국이 견지해오던 자유주의 질서를 표방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행에서는 이런 자유주의적 요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역 국가들이 미국에 가졌던 기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동맹에 대한 평가절하와 동맹을 금전적 가치와 이익으로 계산하는 미국의 대외정책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결적 자세 등은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안보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및 쿼드 참여 압박, 쿼드 플러스가 전략·안보 협력 성격으로 전환될 위험, 중국을 배제하고 봉쇄하는 EPN과 클린 네트워크 참여 압력 앞에 놓여 있다. 반대로 중국은 한국이 이런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관한 움직임이 있자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공개적 경고를 한 바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조치,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시 대일 희토류 수출 금지, 남중국해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한 경제적 보복, 최근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제재 등을 보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은 쉽게 예상된다. 이런 일반적 딜레마 외에 한국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미국과 중국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현실이 딜레마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미국 혹은 중국을 선택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고, 세 번째로는 지금처럼 양 강대국의 중간에 서 있는 입장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안보 문제를 크게 의지하고 있는 동맹 국가인 미국의 전략과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협력적 태도를 취하지만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고 최소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전략이다.

이런 양 강대국 사이에 서 있는 입장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만 취하고 있는 입장은 아니다.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동시에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나 쿼드에 대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협력 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입장은 한국뿐 아니라 많은 동남아 국가도 유사하게 가지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전략 이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전략이 단순한 기계적 중립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섬세하고 더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점증하는 미중 경쟁, 특히 미국의 압박에 직면해 한국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인도 퍼시픽 등 미국의 큰 협력 그림에 동참하지만 대 중국 봉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회피하는 방향이다.

미국의 대전략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의 두 가지 요소, 즉 표면적 대의명분인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중국 봉쇄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재)강화라는 방향에는 적극 동참하고 더 나아가 지역 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지역질서 강화를 주도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용기의 한국 KADIZ 침범 횟수는 증가되고 있다. / 연합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용기의 한국 KADIZ 침범 횟수는 증가되고 있다. / 연합

한국, 자유주의 국제질서 옹호해야

민주주의,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 역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지금까지 한국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노력은 명분도 있다. 한미 양자 관계 측면에서 보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행정부에 상관없이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서 고정불변의 요소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봉쇄정책은 행정부에 따라서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 방법론은 행정부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전략, 그와 관련된 군사적·전략적 움직임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대신 또 다른 축인 자유주의 질서 강화를 맡겠다는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미국은 한국의 쿼드 참여나 적극적인 반중 연합 동참을 기대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강화와 중국 봉쇄를 구분하는 역할분담론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보다 잘할 수 있고 명분 있는 역할은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강화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쿼드 내에 포함이 되어 있지만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는 호주, 한국과 유사하게 미중 사이 압력에 끼인 아세안 국가들을 규합해 지역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연대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이런 지역 국가들의 연대가 구성될 경우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전략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역할분담론은 대중국 관계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 반중 전략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주의 질서 강화, 특히 자유무역과 다자협력 같은 요소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때 중국도 이를 반대하기는 힘들다. 자유무역이나 다자협력과 같은 항목들은 중국도 지지하는 요소다.

더 나아가 이런 한국의 전략은 중국이 추진하는 대안적 질서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중요 요소들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한국은 이런 중국의 대안적 질서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도 발신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한국 대외정책과 전략의 기본 노선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역할분담론을 통해 한국이 미국이 쿼드를 통해 추진하는 반중 전선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주의 지역질서 강화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미국과 거리를 멀리 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관계 악화를 막거나 최소한 중국이 한국을 비판할 명분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쟁하는 강대국에 비해서 한국이 가진 객관적 국력은 작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보다 강한 상대에 대해서 최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적으로나 글로벌 차원에서나 중견국임을 자임해왔다. 외부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나 약소국이 아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혹은 적어도 지역 차원에서 중요한 안보 문제, 전략적 문제나 지역 질서에 대해서 한국 나름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보면서 한국의 이익만을 고려해 움직이거나 중요한 전략 경쟁의 흐름 속에서 이를 마냥 모른 척하고 후에 결과에만 편승해도 되는 그런 작은 국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 두 가지의 요구 사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지역 질서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목소리를 내지만 어느 특정 강대국 쪽으로 치우치거나 선택을 하지 않는 입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계적 중립도 넘어서야 한다.

대 중국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되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쟁하는 두 강대국 어느 쪽에서도 한국의 노선에 대해서 비판하기가 곤란하고 오히려 한국은 자유주의 질서에서 멀어져가는 미국, 자유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비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호주,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해서 지역의 자유주의 질서를 강화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전략적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중견국으로서 기대되는 역할도 다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데 있어 전략적 모호성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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