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독일 정치
신뢰의 독일 정치
  • 양돈선 한반도선진화재단 독일연구포럼 대표
  • 승인 2021.02.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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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필수 덕목은 정치 전문성과 리더십이다. 독일은 장기간의 정치 교육과 현장 경험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을 함양한다. 각 당의 재단에서는 미래의 정치 지도자를 양성한다. 독일 정치인은 기본 특권인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 외의 특권이 없다. 급여 및 정부 지원 또한 한국 국회의원보다 열악한 수준이다. 양국 경제력의 격차를 감안한다면 의원 대우 격차가 더 확대된다. 독일 의회는 본회의 불참 시 의정 활동비에서 100유로씩 차감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또한 정치 가문과 세습이 전혀 없는 깨끗한 정치 기반을 갖고 있다. 독일은 지식인보다도 정치인이 존경받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인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책임성을 가지고 정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높은 신뢰를 얻게 된 것이다.


독일은 부패 수준이 낮은 나라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청렴하고 가족, 친인척 비리가 없다. 비리 정치인은 정계 복귀가 불가능하고 정치권 복귀가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메르켈 총리는 정치 경력 28년 동안 스캔들이나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다. 공사가 엄격하다. 그레고 기시 베를린시 경제 장관 겸 민사당 의원은 항공 마일리지의 사적 사용으로 인해 장관직과 의원직을 사임했을 정도다. 이런 엄격한 시스템과 국민들의 평가로 정치인은 스스로 부패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독일 국회의사당(Deutscher Bundesta) 전경.
독일 국회의사당(Deutscher Bundesta) 전경.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독일 정치

독일 정치와 정책은 미래지향적이다. 즉흥적이고 정략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정권을 초월한 사전 대비적인 정책을 수립한다. 토의와 설득, 조정을 통한 합의 도출을 통해 장기적 국가 경쟁력 강화 플랜에 주력한다. 코로나19 대책 또한 무차별 현금 살포가 아닌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 등에 사용해 장기적인 효과를 유도했다.


독일은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기본소득 실험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신청자를 받아 1500명을 선발하고 기본소득을 받는 ‘A그룹’, 대조 그룹인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B그룹’으로 분류한 후 ‘A그룹’인 120명에게 기본소득을 1인당 월 1200유로씩 3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실험을 위한 금액이 5184천 유로로 산정되었는데 이 금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기부금을 받아 진행했다. 이런 자세가 연구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 기본소득 실험의 목적은 기본소득 수령자와 비수령자의 생활 패턴, 효과 등을 관찰해 앞으로 기본소득 정책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독일은 나랏빚이 대죄로 인식된다. 정치인들도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영한다. 금융위기를 극복할 때도 돈을 풀어 재정을 확대하기 보다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했다.


독일은 2009년 채무 제동장치를 도입했다. 연방정부 신규 기채는 GDP의 0.35% 이내에서만 가능하고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 등 국가 비상사태 시 예외를 허용했다. 한국 정부가 현재 국가 재정이 건전하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국가 채무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 채무 수준이 한국은 40%, 독일은 60%라는 근거를 들면서 한국 재정 건전성이 독일보다 양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이미 통일을 했기 때문에 안보비용이 줄었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안보 문제를 생각하면 통일비용을 뺀 독일의 채무 수준은 흑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독일은 유로화를 사용한다. 유로화는 기축통화이며 국가 부도 가능성이 적다. 이렇듯 독일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에 비해 추가적인 방어벽이 높다. 국가 채무 수준의 수치만으로 재정 건전성이 독일보다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구조는 과도한 특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공개 특수 활동비, 공항 귀빈실 특별 예우, 보안검색 약식 절차 등과 같은 과도한 특혜들은 정치판에 대한 수요와 정치 대물림을 지속되게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신뢰 수준은 후진국과 비슷하다. 2020년 미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는 한국의 대표적 부패 사례로 조국 비리, 강남 버닝썬 경찰 유착 사건 등을 들었다.
무능력한 비리 정치인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다. 정치인의 자정 능력은 믿을 수 없다. 과도한 특혜를 폐지 또는 축소하여 무능력자와 비리 범법자들의 정치권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의무에 대한 책임을 갖고 표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들은 가치관과 의식 수준을 향상하여 도덕적 해이 해소, 법치 준수 등과 함께 지도층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 역량의 총합이 국가의 역량임을 국민이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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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부패방지법의 효과는 ‘예방조치’

독일에서는 1997년 공무원 반부패법이 제정됐다. 당시 공직자의 뇌물 수수와 특혜 시비가 잦았고 부패로 인해 매년 약 200억 마르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독일 정부가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행정 불신, 공직자 불신으로 심화됐고 각 주정부는 이러한 부패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공무원과 기업 간 결탁으로 부지 매입이나 계약 수주에서 뇌물수수를 넘어 배임이나 문서위조가 증가했고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독일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반부패법 제정 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조사대상 180개국 중 독일이 12위, 한국이 51위를 차지했다. 
독일 국민들은 대륙법계의 모체답게 준법정신이 아주 강해 사회적 합의로 규범을 만들었으면 다소 법 규정이 미흡하더라도 입법 취지대로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준법정신이 부패방지를 위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부패로부터 취약한 업무분야는 인사관리 때부터 당국이 관여하고,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며, 행정을 공개하는 등 부패위험을 사전에 차단·예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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