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망친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내정설 논란
KBS 망친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내정설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2.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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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이 재보선과 내년 대선 겨냥한 포석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5기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시비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 2021년 1월 29일로 4기 방통심의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여야는 5기 위원 추천 막바지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월 18일까지 후보자를 모집했던 국민의힘은 1월 27일 황성욱 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등 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방통심의위원 후보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고 뒤이어 7일부터 13일까지 추가로 후보자를 모집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분야 사후 심의·규제기구로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독립 법정기구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 방송위원회와 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통폐합되어 출범한 정부 유관 기관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정연주 전 KBS 사장

친문이 원한 회심의 인사

방통심의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위촉한 9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한다. 임기 3년의 상임위원 3인(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6인으로 구성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이들 3명 외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해 위촉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여당 몫 2명, 야당 몫 1명을 통상 추천한다. 대통령 추천까지 고려하면 위원 9명의 정치적 성향이 여당 6명, 야당 3명으로 갈린다. 일종의 나눠먹기다. 

법률에 따라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어 매번 낙하산 시비와 정치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야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사실상의 대리인 추천 제도를 바꿔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전문가 중심 위원회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련 시민사회나 전문가들 역시 현실적으로 정파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방통심의위는 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3년마다 인선 잡음으로 홍역을 앓는다. 방송·통신 유관 분야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다. 선거 출마 등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옛 미래통합당 추천으로 4기 방통심의위에 입성했던 전광삼 전 상임위원이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공개 공천 신청을 했다 해촉 논란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정치적 편향, 이념편향 논란도 거세다. 이번 방통심의위 5기 인선에서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됐다. 

그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이 바로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과 KBS를 거친 정연주 전 사장이다.  <미래한국> 취재에 따르면 5기 방통심의위의 키를 쥘 차기 위원장으로 사실상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내정됐다.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공개적으로 “정 전 사장은 국민적 자산인 전파를 특정 이념의 선전도구로 전락시켰던 장본인”이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정 전 사장 내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정 전 사장은 지난 2003년 취임 직후 정권 정책과 유사한 자체 프로그램을 신설해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켰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14시간 동안 방송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지적했듯 정 전 KBS 사장은 2004년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장장 1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반(反)탄핵 방송을 하는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한국언론학회는 당시 지상파 3사가 쏟아낸 방송에 대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관련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위촉한 9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하는데 3년마다 인선할 때 정치적으로 홍역을 치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관련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위촉한 9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하는데 3년마다 인선할 때 정치적으로 홍역을 치른다.

18년 전 올드보이 인사는 ‘선거용’

당시 KBS를 통해 의사당 한가운데서 울부짖는 유시민·임종석 등 386 의원들 얼굴 모습이 연일 TV 전파를 탔고, KBS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등 긴급 편성된 프로그램은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이 ‘31대1’에 이르는 등 공정하지 못한 수준의 ‘코드 방송’이 이어졌다.
방송 문외한이었지만 노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정 전 사장은 KBS에 긴 그림자를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가 발탁한 ‘정연주 키즈’ 상당수는 현재 국장급 이상 주요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재임 중이던 2006년 KBS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편성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의 대안(代案)”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집권 이후 국민의 95%가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다. 2019년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1000만%에 달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그는 재임 당시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인물 현대사’ 등 정권 친화적인 방송을 다수 내보내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3년 ‘한국사회를 말한다’라는 프로그램 등에서는  북한을 넘나들며 북 체제를 옹호하던 송두율 씨를 ‘민주 투사’로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KBS 구성원 80%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 전 사장이 2006년 11월 연임되자 KBS 노조가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배임 의혹과 부실 경영 등의 이유로 해임됐지만 해임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정 전 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언론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 전 사장 임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동흔 조선일보 기자는 1월 26일 ‘정연주는 안 된다’는 칼럼을 통해 “이 자리(방통심의위원장)에 18년 전 ‘올드보이’가 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선거용’이라는 말이 파다하다”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이미 밝혀 놓고 있다.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올린 ‘종편에 족쇄를 채우는 법’이란 글에서 “시민과 더불어 상시 감시 체제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방송통신심의위와 방통위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방통심의위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해놓고 있다. 대중을 동원해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의도가 읽힌다”고 경계했다.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심위원장의 역할이나 정 씨 과거 이력으로 보나 그가 방심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는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다”며 “정연주 방심위원장 체제는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 비판 언론을 더 강하게 옥죄고 방심위 심의를 통해 재보선이나 내년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선언으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월 2일 전체회의에서 5기 방통심의위원으로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상휘 세명대 교수,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등 3명을 추천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확정하지 못 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이 추천한 정 변호사는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정책위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고문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다.

내외경제신문 출신인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을 역임하고 언론매체 데일리안 대표를 지냈다. 김 부소장은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당대표 상근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4기 방통심의위에서 방송자문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미래한국> 취재에 따르면 5기 인선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방통심의위 구성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연주 위원장 체제를 일찍 출범시켜봤자 좋을 게 없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방심위 구성 완료까지는 몇 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거가 있기 전인 3월 정도에 야당 몫 위원을 추천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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