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뉴미디어에 자유를 許하라
[심층분석] 뉴미디어에 자유를 許하라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02.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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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년 업무계획은 지상파TV 지원과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라는 문재인 정부 종래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허용과 KBS 수신료 문제 등 지상파 지원 정책 외에 눈길을 끄는 것은 뉴미디어를 방송체제에 편입해 규제하는 입법안이다. 유튜브를 포함한 동영상 제공 서비스는 방송과 동일한 시청각콘텐츠이므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해 방송과 뉴미디어를 통합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안으로서 작년 9월 국회에서 발의되어 논의 중인 영상진흥기본법안은 유튜브를 포함한 모든 동영상제공서비스를 영상미디어콘텐츠로 정의해 방송을 포함한 콘텐츠에 대한 통합 법률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년 업무계획에 유튜브를 포함하는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안이 포함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년 업무계획에 유튜브를 포함하는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안이 포함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에 의해 제공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디어를 규정해 통합된 콘텐츠 법안을 만든다는 점에서 양자는 유사하다. 차이는 전자가 방송을 중심으로 하고 방송 외의 미디어서비스를 방송에 관한 규제 체제에 끌어들이는 것이고, 후자는 방송 등의 영상물을 통합해 영상물 진흥체제에 흡수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으로 중장기 방송 미디어 법제 정비계획으로 통합 방안을 세우겠다고 한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인터넷상의 콘텐츠인 동영상제공서비스가 미디어의 주류로 등장한 시대에 정부의 3개 부처가 콘텐츠의 통합 규제 또는 진흥이라는 명분 하에 뉴미디어를 부처의 업무영역에 포함시키려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가 미디어 규제의 중심에 자리잡음으로써 콘텐츠의 거점인 자유로운 인터넷 영역에 정부가 발을 더 들여놓게 되어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간섭의 여지가 생긴다는 우려가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미디어 통합 규제안

방송 주무부서로서 방통위 통합 법안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방송과 유사한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 방송 규제의 확장이므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통합방송법안과 동일한 맥락이다, 유튜브가 동영상을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과 동일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현행법상 유튜브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의 지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의 규제를 받는 대상으로 규율되고 있음에도, 다른 성격의 미디어를 방송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해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방송 규제 프레임에 의해 규제를 확장하는 것이다. 


진흥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하는 문체부 법안은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앞세우지만 영상물에 대한 이용자 보호조치의 요구, 자율적이기는 하지만 영상물등급제 그리고 사업자 신고제를 중심으로 하여서 정부가 콘텐츠 사업자를 관할하는 지위에 서고 감독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정부 규제의 영역에 넣으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나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콘텐츠를 중심으로 정부의 규제 체제하에 넣는다는 점에서는 규제의 확장이며 기존 규제 체제에의 편입 이후 규제 증대가 우려된다.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규제 시스템 도입은 문화와 관련된 미디어 영역에서의 규제 완화와 자율성 확대라는 흐름과 충돌되고 문화와 미디어 영역의 국가 주도와 표현의 자유 및 언론 자유의 제약이 예상된다.


규제 근거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유해 콘텐츠인데, 특히 뉴스의 형태를 지녀 영향력이 큰 가짜뉴스 논란이고, 가짜뉴스의 근원으로서 방송 영역의 바깥에 있는 유튜브가 거론된다. 유튜브를 유해정보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기존의 방송 규제와 동일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가짜뉴스 논란은 정치적 양극화와 팬덤정치 및 언론 지형의 변화에 따른 민주정 자체의 위기 현상이 근원에 있고, 이를 뉴미디어 자체의 문제로 볼 근거는 없다. 기존의 법제도로도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다는 것이 가짜뉴스 논란 이후 수년에 걸친 가짜뉴스 방지 입법안을 둘러싼 논의의 결과다.


가짜뉴스 논란의 증폭은 미디어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광고주가 인터넷으로 이동함에 따라 광고에 의존해온 지상파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의 경쟁력 약화는 경쟁자로 등장한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방송처럼 동일하게 규제되지 않는다면서 비대칭 규제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출판미디어에 대해 방송미디어처럼 강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미디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 경우 비대칭 규제가 논의되지 않는다. 뉴미디어를 방송에 편입시키는 것은 이용자 보호조치 강화와 방송기금출연 대상으로 되어 방송과 같은 규제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방송과는 성격이 다른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대해 방송과 같은 정도의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규제 확대 프레임의 연장이다.


가짜뉴스 논란을 이유로 뉴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기우와 문제의 제기는 뉴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예찬론과 마찬가지로 뉴미디어에 대한 과잉 대응인데 이를 계기로 삼는 규제 주장이 문제인 것이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주장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제공하는 것이 방송과 동일한 시청각미디어 또는 영상미디어 콘텐츠로 보는 시각에 근거한다. 영화, 방송, 유튜브는 제작과 유통 및 콘텐츠 내용에 있어 다른 서비스다, 최종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시청각영상콘텐츠이므로 유사성과 대체성을 근거로 동일 서비스라고 하지만 동일한 콘텐츠가 다양한 생산 및 유통 방식으로 제공되어 단계적이고 다중적으로 소비되는 문화 상품의 특성을 간과한 견해다. 미디어서비스는 생성과 유통 및 소비의 단계를 거쳐 제공되는 것인데 최종 결과물만 가지고 유사 또는 대체적 서비스라고 단정할 수 없다.

1월 19일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았는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 방송통신위원회
1월 19일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았는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 /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체제를 전송계층과 콘텐츠계층으로 나누고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콘텐츠층에 속한다고 해서 방송과 유튜브를 같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고 보는 것은 ‘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서 시청자미디어서비스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은 뉴미디어 규제 목적이 아니라 유럽 미디어 시장 보호를 위한 것으로서 개념적으로 콘텐츠계층을 전송계층과 구분해 놓은 것이다.


미디어 사업자별로 수직적인 규제가 아니라 동일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평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송계층과 콘텐츠층을 임의적으로 분리하고 수평적 규제라는 명목으로 규제되지 않는 콘텐츠를 규제에 포함시켜 규제 영역을 확대하려는 규제 프레임의 확장 논리다.

콘텐츠라는 이유로 미디어서비스 규제해서는 안 돼

미디어 변화에 따라 법체계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종래의 법제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라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규제되지 않는 영역을 규제해야 한다는 규제를 위한 규제는 불필요한 과잉 조치다. 


콘텐츠의 영역은 창작의 공간으로서 제한을 최소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영역이다. 창작의 영역인 콘텐츠를 규제의 계기로 삼는 것은 미디어와 문화 영역에서의 창조의 정신과 자율성을 간섭하는 것이다.


뉴미디어 시대의 미디어의 양상은 방송사업자가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해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송하는 과거와 다르다, 시청자는 제작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관여한다. 시청자는 동시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므로 시청자는 정보 수용자라고만 할 수 없다, 블로그 저널리즘이 보여주듯이 기자와 취재원이 동일하게 된 상황에서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의 보장이 중요하다. 


시청자는 대중이 아니라 개인이기에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콘텐츠를 찾아 나서는 적극적 시청자다. 댓글 현상이 보여주듯이 의제 설정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관계적으로 형성된다. 콘텐츠 내용은 더없이 다양해지고 개인화된 콘텐츠가 제공된다. 생성과 유통 과정이 중요시되지 않고 제공되는 콘텐츠가 미디어다.


콘텐츠가 미디어인 상황이 콘텐츠를 이유로 한 미디어서비스 규제론의 전제가 될 수 없다. 규제의 실제에 있어 사업자 단위의 활동이 대상이 되므로 이는 최종 결과물인 콘텐츠를 계기로 미디어 사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는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전 과정을 일체로 하여서 하나의 미디어의 형식과 체제로서 특징지어지고 다른 미디어와 구별된다. 종래의 규제만으로 가짜뉴스 논란 등의 문제 해결이 가능함에도 결과물이 콘텐츠라는 이유로 뉴미디어에 대해 규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문제다.


뉴미디어에 의한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다.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서 자유로운 개인의 소통과 연결의 장이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네트워크화된 인터넷의 영역에서 콘텐츠가 생성, 유통, 소비되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 현상으로서 인터넷 상에서 유통된다는 것 자체로서 새로운 미디어다. 인터넷 이용을 계기로 콘텐츠의 동일성을 근거 지을 수는 없다. 콘텐츠를 이유로 미디어사업을 규제의 틀에 포함시키는 것은 콘텐츠 자체에 대한 규제가 되고 인터넷 세상에 대한 개입이 될 것이다.


새 미디어가 출현할 때마다 규제 논의가 등장하는 것은 혁신의 결과인 영향력 때문이다. 라디오와 TV 시대가 도래했을 때 출판미디어에 비해 강화된 규제가 고안되었다. 전파의 희소성, 침투성 이론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었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인쇄매체에 비해 대중매체로서의 시청각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이다. 민주주의와 함께 가는 대중미디어는 여론 형성의 중요한 수단이다. 미디어의 영향력 증대는 미디어가 장기적인 사회변동을 이끈다는 미디어화 현상으로 이야기된다. 포퓰리즘의 증대와 정부의 비대화는 정치의 미디어화에 힘입어 규제 확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TV 시청률이 저하되고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유튜브 등 인터넷을 이용한 뉴미디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미디어 변화의 중심에 콘텐츠의 시대가 있다. 정부의 3개 부처가 동시에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자신의 관할로 삼으려는 것은 미디어가 콘텐츠를 중심으로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인터넷상에서 규제 영역 확장을 기도하는 것이다.


인쇄와 전파의 시대가 지나고 콘텐츠 미디어 시대가 되었다. 민주정의 위기 상황에서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것처럼 미디어 상황도 마찬가지다. 시대 변화의 중심에 유튜브가 있는 것은 뉴스를 만드는 TV의 성격을 가지고 지상파TV 뉴스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TV(Tube)라는 의미의 유튜브라는 용어는 개인화된 TV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TV 시대 이후의 새로운 TV를 모색하는 뉴미디어의 도전을 상징한다.


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기는 변화의 시대에 가짜뉴스 논란을 계기로 규제 시스템을 설계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진행 중이다. 가짜뉴스 논란이나 유해 불법 정보 문제는 기존의 법제도를 통해 구체적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사법적 해결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추가적인 규제의 설치는 규제 프레임의 확장에 의한 정부 기구의 확대에 이를 것이고 추가적인 규제로 이어질 것이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와 수평적 규제라는 명목으로 콘텐츠 계층을 동일시하여 인터넷 상에 규제의 닻을 내리게 되고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규제의 틀에 포섭될 우려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다양한 의견 제시와 전파를 보장함으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계기를 만드는 공론의 장을 연다.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운영을 위한 사회적 자산을 생산하며 민주정의 유지를 위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 위기 시대에 정보의 다양성의 보장과 정보에의 접근 및 선택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가 더 요청된다. 


콘텐츠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생성되고 유통되는 창조의 시대에 인터넷은 창작의 공간으로서의 자유가 더 요망된다.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의 자유를 위해 현재 진행되는 정부의 규제 시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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