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해에 총출동한 미군 정찰자산
[단독]서해에 총출동한 미군 정찰자산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03.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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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E-8C 합동감시 대상 공격 레이더 시스템(E-8C Joint Surveillance Target Attack Radar System)이 2월 18일 저녁 태안 앞바다 서해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실시하는 궤적이 플라이트 레이더에 포착됐다. 콜사인 RONIN31로 트랜스폰더를 켜고 비행한 E-8C의 항적이다. 2018년부터 급격하게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비행이 잦은 E-8C 조인트 스타스 정찰기는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전진 배치되어 있다. 지상군을 위한 조기경보통제기로 활약해 각종 대지상 센서와 합성개구 레이더 등을 갖추고 지상목표의 추적 및 통제 역할을 맡는다. 북한 병력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등 지상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데 특화된 정찰기로, 600여 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찰기가 한반도에 상공을 비행할 때는 대체로 북한에서 모종의 이상 징후가 발견될 때였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예상될 때 한반도로 출격한 정찰기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의 이상 징후는 알려진 바 없다. 

중국 북해함대는 2월 7일부터 약 20일간 랴오닝 항모까지 동원하여 서해에서 대규모 훈련을 했다.
중국 북해함대는 2월 7일부터 약 20일간 랴오닝 항모까지 동원하여 서해에서 대규모 훈련을 했다.

그런데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은 거의 매일 민간사이트에서도 포착된다. 특히 통신 감청과 차량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특수 정찰기들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주한 미육군의 특수 정찰기 RC-12X 가드레일 및 RC-7 정찰기 항적은 매일 수시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기지에서 날아오는 RC-135W 리벳조인트, EP-3E 오라이온 초계기, EO-5C 크레이지 호크, 전 세계에 단 2대뿐인 미 정찰자산 RC-135U 컴뱃센트 등도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미군 정찰기의 항적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휴전선을 따라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해 상공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사롭지 않은 미 정찰기 항적이 가리키는 것 ‘중국군 동향 감시’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공정찰기 U-2S가 대만해협 인근에 출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U-2S가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이륙한 후 대만해협 인근 상공까지 날아가 정찰을 수행했다. 주로 북한 전역을 감시하던 평시 임무와는 매우 다르다. 외국의 군사전문사이트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U-2S는 최근 해당 지역까지 빈번하게 출격하는 중이다. 결국 서해 상공 및 대만 해역까지 미군 정찰기의 활동이 급증한 데는 북한이 아닌 중국군 동향 감시 때문이다.

 
중국 해군은 2월 7일부터 2월 말까지 서해 곳곳에서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해사국은 중국 해군이 보하이(渤海)만과 서해 북부에서 2월 7일 오후 4시(한국시간 5시)부터 2월 22일 오후 4시까지 군사 임무를 실시한다며 관련 수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서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사격을 포함한 훈련을 실시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서해에서 중국 해군 작전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신 의원이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모 랴오닝(遼寧·Type 001형)호, 산둥(山東·Type 002형) 2척의 서해 우리 관할구역 해상훈련 횟수는 약 20회였다. 해군력 과시 및 활동해역 확장, 항모건조 해상시험 및 전력화 훈련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신 의원은 “그동안 공중의 KADIZ에 대한 중·러의 공중 위협에만 매몰돼 있는 사이 우리 서해가 중국 해상 전력에 의해 병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경종”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항공 추적 사이트에 포착된 미공군 E-8C Joint정찰기 항적. 2월 거의 매일 서해 항공에서 중국 해군을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 추적 사이트에 포착된 미공군 E-8C Joint정찰기 항적. 2월 거의 매일 서해 항공에서 중국 해군을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 관할 해역이라는 것은 영해가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영해기점 중간 수역에서 우리 쪽 해역을 말한다. 국제법적으로는 공해지만 상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한국 해군과 중국 해군 간의 경계선이다. 중국군이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서해에 있는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 중첩구역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해군은 이 경계선을 무시하고 넘어오는 빈도가 많아진 것이다. 심지어는 동경 124도선을 넘어오기도 한다. 


본지 <미래한국>은 2020년 5월 21일자 심층 취재로 ‘동경124도선’을 다룬 바 있다. 중국 해군은 암묵적으로 동경 124도선을 자신의 작전권(AO : Area of Operation)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에 민감한 중국은 서해에서 한미 양국군이 훈련하면 124도선 인근까지 와서 감시정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동경 124도선을 주장하는 이유는 1962년 북·중 해상 경계선을 124도선으로 정한 데 있다. 동경 124도선은 압록강 하구 끝단 선이다. 일반적으로 해안선의 중간 지점을 해상 경계선으로 삼는 것에 비하면 북한이 굴욕적으로 잡은 것이다. 한중잠정수역이 겹치는 이유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 124도선까지 무시하면서 넘나드는 상황이다. 


동경 124도 인근 해역은 국제법상 공해지만 한국과 중국은 이곳을 서로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동경 124도선을 자신들의 해상 작전구역 경계선으로 일방 선포한 상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중국 해군 정보함이 소흑산도 근처까지 오기도 했다. 해군에 따르면 2월 9일 오전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해군 소속 동댜오(東調)급 정보함이 소흑산도 근처에서 동경 124도를 넘어왔다. 해군은 즉각 P-3C 해상초계기를 보내 중국함의 동향을 감시했으며 중국 정보함은 오후에 서쪽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정찰기. 위에서부터 RC-7X 가드레일, RC-7 크레이지, U-2 고공정찰기
주한미군에 배치된 정찰기. 위에서부터 RC-7X 가드레일, RC-7 크레이지, U-2 고공정찰기

이번에 소흑산도 인근에 나타난 중국 정보함은 다양한 안테나를 달아 전파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함’이다. 정보함이 나타날 때 한국 해군이나 공군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수집하고 전파  특성을 파악하는 임무다. 전파 특성을 수집 파악한다는 것은 유사시 전파 방해 및 전자전 수행의 기초 자료가 된다. 제인연감에 따르면 동댜오(東調)급 정보함은 탄도미사일을 추적.감시하는 기능도 있다. 


중국 해군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3년간 매년 동·서해 우리 관할 해역에서 매년 220∼290여 척의 군함이 활동하는 것으로 식별된다. 서해의 경우 2018년 60여 척, 2019년 10여 척에서 지난해 80여 척으로 늘어났다. 2021년 2월 중국 해군의 서해 훈련은 예년과 달리 그 규모와 강도 면에서 훨씬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군의 정찰 활동도 급증했다고 판단된다. 


2019 중국 국방백서는 “중국 해군은 전·평시 전략적 우위를 선점, 대(對)미국 억제능력 강화, 해외 국익보호 및 활동범위 확대라는 해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항모, 구축함 및 잠수함 등을 확보해 해군력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기술했다. 현재 2척의 항모가 취역했으며 2030년까지 6척, 2049년까지 4척 추가 건조 계획을 수립해 건조를 추진 중이다. 중국군 중에서도 북부전구는 유사시 한반도에 무력을 투사하는 핵심이다. 바다에서는 북해함대가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중국 북해함대는 산둥반도 칭다오에 함대사령부가 있다. 중국 해군의 3개 함대(북해, 남해, 동해) 가운데 가장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랴오닝항공모함까지 배치했으며 핵추진전략잠수함을 보유한 함대다. 북해함대는 랴오둥반도 뤼순기지도 있다. 수상함 전력으로는 서방의 이지스함에 해당하는 방공구축함 8척에 프리킷 호위함이 총 27척이다. 수량적으로 단순 비교해도 중국 북해함대의 전력은 한국 해군 전체 전력보다 앞선다. 북해함대 예하에는 우리의 해병대에 해당하는 해군 육전대 2개여단도 편재되어 있다. 또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주기적으로 침범하는 중국 정찰기 역시 북해함대 항공대의 Y-9JB 전자.정찰기다. 이제 중국 해군의 위협은 남의 일이 아니라 목전이 닥친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서해에서 훈련을 마친 북해함대 일부는 대만 인근 남지나해역으로 이동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한다. 미국과 일본 역시 이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영국, 독일은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되는 쿼드 동맹과 연합훈련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눈치 보느라고 쿼드 동맹과 그 어떤 훈련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말 새로운 해안경비대법을 발효했다. 이 법의 골자는 중국 해안경비대는 중국 관할권을 침범한 외국 선박에 대해 필요시 무기 사용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남지나해상의 9단선내 해역까지 확대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동남아 각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1월 27일 트위터에서 “법을 제정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권리지만 관련 지역이나 공해인 남중국해를 고려할 때 중국의 해안경비대법은 그를 거부하는 모든 국가에 대한 언어적 전쟁 위협이다”라고까지 말했다. AP 통신은 새 법에 따라 중국 해안경비대는 외국 선박에 대해 휴대용, 함상, 공중 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산호초와 섬에 다른 나라가 건물이나 부유 시설물을 세우지 못하게 할 권한이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영유권 분쟁지역에 이미 설치된 구조물을 파괴하고 외국 선박에 탑승하여 조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해안경비대법 논란

이처럼 중국 해안경비대법은 그 의도 자체가 서방의 자유국가의 해양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해안경비대법의 목적은 해양 안전을 보장하고, 위험에 빠진 선박을 지원하고, 종종 국제 태스크 포스의 일원으로 해적, 마약 밀매, 기타 해양 범죄 퇴치에 참여한다는 공통 결의를 추구하는 반면에 중국의 해안경비대법은 배타적인 무력 행사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중국 어선의 영해 침범은 세계 각국의 골칫거리다. 그런데 이들 중국 어선 선단의 배후에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있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중국 어선단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동남아시아 각국과 영해 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새로운 해안경비대법이다. 국제학 연구소의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중 80퍼센트는 중국 해군이나 해안경비대 함정이 한 척 이상 관련됐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국제전략 및 국제학 연구소는 “중국은 해안경비대와 기타 해양 사업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력을 투사하고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마치 19세기 제국주의 침탈의 방법 그대로 말이다. 
우리 서해상에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그런데 이제 서해에서도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나포 때 필연적으로 중국 해안경비대와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된다. 중국이 주장하는 자국의 경제수역이 점점 넓어지고 한국의 경제수역과 중첩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북해함대의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 해안경비대와의 마찰은 이제 현실의 문제다. 

중국 북해함대 전력이 대만 및 남지나 해역으로 증강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한 외신.
중국 북해함대 전력이 대만 및 남지나 해역으로 증강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한 외신.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바꾸려는 중국의 의도는 이미 구체화 된 상태다. 중국 해군의 움직임이나 새로운 해안경비대법이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이 무슨 일을 해도 한국의 방관과 무관심이 더 큰 문제다. 중국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문재인 정부이다. 그러니 중국의 서해 침탈은 가속화 되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국방부의 태도다. 현실에서 불가능하고 발생하지도 않을 독도 침공 대비 탈환 시나리오나 짜고 있으니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눈감고 있는 동안 미군의 정찰자산은 지금도 서해를 우리를 대신해서 감시하고 있다.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정찰기 

▶U-2 고공정찰기
오산기지에 배치되어 있으며 20km 이상의 고도에서 북한 전역을 감시한다. 지상·해상 시설과 장비 움직임을 촬영하고 통신을 감청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수집된 정보는 미 태평양공군사령부와 주한미군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 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에 제공된다. 

▶RC-12 가드레일 정찰기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소속 정찰기다. 주로 시긴트(SIGINT.신호감청정보)를 수집하는 항공기로 주한미군에 총 10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RC-12 정찰기는 전투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에 적의 신호감정 및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최일선 정찰기다. 휴전선 일대 북한군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정찰기다. 

▶RC-7 정찰기
RC-12가드레일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소속이다. 임무는 코민트(COMINT.통신정보)와 이민트(IMINT.영상정보)를 수집한다. 평택기지를 베이스로 하며 RC-7 정찰기 바닥 부분에는 고성능 전천후 영상레이더(SAR)가 장착되어 있다. 합성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라 불리는데 레이더 신호를 이용하여 지상의 영상(사진)을 합성하는 레이더이다. 일반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은 구름이 많을 경우 지상 촬영이 불가하다. 그러나 레이더 전파를 이용하면 낮이든 밤이든 구름이 있든 없든 전천후로 영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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