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nsight] 우주에서 돈 버는 시대 열렸다
[미래 Insight] 우주에서 돈 버는 시대 열렸다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3.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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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경제TV / 미국으로 간 쿠팡, 우주로 간 테슬라

요즈음 우주산업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ARK 인베스트라는 펀드가 우주산업 ETF를 뉴욕증시에 상장한다고 해서 떠들썩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SpaceX,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 같은 New Space 기업들이 투자 대상입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업들이 실제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한국 증권사에서도 얼마든지 미국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니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이 투자 대상이 되는 이유는 우주로 나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은 로켓 발사 대행업입니다. 인공위성 및 우주비행사를 지구 궤도나 우주정거장에 쏘아 올려주는 사업입니다. 

SPACE X 캡슐과 승무원들. 민간인의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ACE X 캡슐과 승무원들. 민간인의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탐험에서 우주개발 시대로

일론 머스크의 SpaceX는 지난 1월 25일 Falcon9 로켓을 발사했는데요. 그 안에 무려 위성 143개를 탑재했습니다. 그 중 10개는 SpaceX 자회사인 Starlink의 인터넷 통신용 위성이고 나머지 133개는 남의 것이니 수송료를 받았겠죠. SpaceX 홈페이지에서 발사 일정과 위탁 운송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량 10kg짜리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경우를 알아봤는데 100만 달러, 즉 12억 원으로 나왔습니다. 그런 것을 133개나 실어 날랐으니 수입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위성 발사는 굉장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4월 현재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 숫자는 2666개인데요. 2018년까지는 매년 평균 230개의 위성이 발사된 결과입니다. Euroconsult의 추정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매년 평균 990개가 발사될 거라고 합니다. 크게는 미국의 NASA에서부터 작게는 대학의 실험용 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성들이 쏘아 올려지고 있습니다. 발사업체들에게는 굉장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우주 관광 시장도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처드 브랜스의 버진갤럭틱은 이미 우주선 내부를 공개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도 받고 있더군요. 요금은 아마도 25만 달러, 약 3억 원이 될 것 같답니다. 이것도 경쟁이 붙어 SpaceX는 절반 가격인 12만 달러 정도면 될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 같으면 그런 돈을 내고 우주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만 세상에는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죠. 에베레스트 등반 상품 중에는 1인당 13만 달러짜리도 있답니다. 안전만 보장된다면 12만 달러짜리 우주여행 상품은 불티나게 팔릴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지구 저궤도에 100만 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랍니다. 우주에서 거주하고 일도 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는 것이죠.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릴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공상과학소설처럼 보이지만 우주 자원 개발도 관심을 모아 왔습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 벨트가 있는데요. 그 소행성들 중에 인류가 필요로 하는 희귀자원들로 이뤄진 것들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16 프시케(16 Psyche)라는 소행성을 허블망원경으로 살펴보니 행성 전체가 금속으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 가치가 무려 1000경(1만quadrillion) 달러에 달한답니다. 억-조-경-해의 바로 그 경 말입니다. 2019년말 지구 전체 자산의 가치가 400조 달러로 추산되는데요. 도대체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안 되네요. 그런 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블룸버그의 David Fickling 같은 사람 분석가는 경제성이 없다고 단언하지만 구글 창업자인 에릭 슈미트 그리고 터미네이터와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 같은 사람은 우주자원개발 회사인 Planetary Resources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들이 환상에 투자한 것인지 진짜 돈이 벌리는 사업에 투자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런데 우주가 아무리 가치가 있더라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우주가 이미 수십억 년 전부터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주까지의 교통비용이 급격히 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된 주제는 바로 이 부분, 즉 우주선 발사비용 문제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해리 존스 연구원이 발표한 1kg 당 발사비용의 궤적을 봅시다. 1kg를 지구 저궤도에 올려 놓는 데 필요한 비용은 Lower Earth Orbit, 지구 저궤도라고 번역되는 이곳은 해수면에서 200~2000km에 위치한 궤도입니다. 통신위성들이 이곳에 많이 떠 있습니다. 여기까지 물체를 올려 놓으려면 그냥 비행기로는 안 되고 로켓을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1957년 미국 NASA가 발사한 뱅가드(Vanguard) 로켓의 경우 1kg을 올려 놓는 데 무려 1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11억 원이죠. 우주복 입은 한 사람이 200kg 정도라고 본다면 1인당 무려 2200억 원이 드는 겁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비용은 서서히 떨어졌습니다. 

민간 혁신이 우주개발 시대를 열다

1970년대에는 1만에서 10만 달러 대까지 떨어진 후 30년 동안 거의 그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1970년에서 2000년 기간 동안 kg당 평균 발사비용은 1.85만 달러를 유지합니다. 중국과 소련의 로켓 발사는 그보다 좀 낮습니다. 2011년에 발사된 미국의 셔틀은 6.17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40년 동안 거의 그대로이던 발사 비용은 2010년부터 급격히 떨어집니다. 2010년 발사에 성공한 Falcon9의 경우 1kg당 27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의 Falcon Heavy는 1400달러로 더 낮아졌습니다. 그 이전의 셔틀과 비교하면 무려 40분의 1로 떨어진 겁니다.


로켓 발사 비용은 얼마나 더 떨어질까요? 일론 머스크는 2025년까지 파운드당 10달러, 1kg당으로는 30달러 미만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100만 달러나 들던 것이 그 정도까지 떨어진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머지않아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정도의 돈이면 우주여행을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주를 활용하는 산업 역시 급속도로 발전할 듯합니다.


2010년부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SpaceX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는 2001년 화성에 식물을 길러 인간이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의 화성 오아시스(project Mars Oasis)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을 실제로 이뤄 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로켓을 싸게 구해야 했습니다. 미국산 로켓은 엄두가 안날 만큼 비쌌기 때문에 좀 더 쌀 듯해 보이는 러시아에 가서 협상을 해봤지만 여전히 감당 못할 만큼 비쌌지요.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원자재 자체가 그렇게 비싸지 않은 데다가 발사체인 부스터나 페어링 같은 부품들을 한번 쓰고 버린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처럼 얼마든지 여러 번 쓸 수 있다는 확신이 든 거죠. 엔지니어들을 직접 고용해 SpaceX를 설립하고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패가 이어졌습니다. 연이은 실패를 딛고 2008년 4번 만에 팔콘 1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품들을 회수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로켓 발사 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아졌고 이것이 로켓 발사 시장의 판을 바꿨습니다. SpaceX, 즉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2021년 현재 각국의 발사주체별 1kg당 비용을 보면 SpaceX는 1kg당 2700달러인데요. 미국의 ULA, 즉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발사연합(United Launch Alliance)은 그것의 5배인 1만3400달러, 러시아의 소유즈는 1만1400달러,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는 8900달러입니다. 중국은 8600달러로서 SpaceX의 3배를 넘어 갑니다. SpaceX가 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우주로 발사되는 Space X 로켓.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은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우주로 발사되는 Space X 로켓.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은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SpaceX의 발사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Falcon9보다 대형인 falcon Heavy는 1400달러로 낮아졌고, 계획 중인 우주선 Starship에서는 10달러까지 낮아질 거라고 합니다. SpaceX는 사업을 하는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 전까지 발사 대행 시장은 비밀에 싸여 있었습니다.


SpaceX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발사 비용이 9000만 달러가 될 수도 1억70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서로 협상하기에 달려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위성을 쏘아 올리고 싶어도 불확실성이 너무 커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SpaceX는 아예 웹사이트에서 가격을 공개했습니다. 여러분도 spacex.com에 들어간 후 오른쪽 상단의 rideshare를 클릭하고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바로 발사 요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주산업에 정주영, 이병철 나와야

값이 싸지고 투명해지자 우주에서 뭔가를 해보려는 벤처기업들이 급증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20여 개에 불과하던 숫자가 2018년 현재 350개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사모펀드로부터의 투자액도 15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하늘길을 열었고 우리는 미국, 유럽을 어렵지 않게 날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주 길이 열려가고 있습니다.


나라 간의 우주 패권에도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2003년 컬럼비아호 참사 이후 미국산 로켓 발사를 멈췄습니다. 예산이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NASA의 우주비행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소련 로켓을 빌려 타고 우주정거장까지 오르내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적성국가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다 보니 바가지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NASA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에는 1인당 2000만 달러이던 요금이 2015년 계약에서는 8200만 달러로 급등했습니다. 1인당 1000억 원을 내게 된 것입니다.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보잉 요금은 9000만 달러로 더 비싸니까요.


SpaceX는 그 요금 역시 낮췄습니다. 2020년 NASA가 SpaceX에 지급한 요금은 비행사 1인당 5500만 달러입니다. 그 요금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미국은 우주 비행을 위해 소련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역시 미국은 자유시장이 작동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우주 개발은 앞으로 가격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는 그 경쟁에서 SpaceX가 가장 앞서 있지만 가격이라면 중국과 인도, 일본도 물러서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치열한 시장 경쟁이 펼쳐지겠죠. 아쉽게도 로켓 발사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선두주자들과의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반도체도 조선산업도 모두 까마득히 뒤처진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병철, 정주영, 이건희 같은 기업인들의 창의와 용기 덕분이죠. 그런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면 한국도 우주산업 강국이 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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