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리뷰] 온라인 실손보험 청구 제도 필요
[입법리뷰] 온라인 실손보험 청구 제도 필요
  • 윤창현 미래한국 자문위원·국민의힘 국회의원
  • 승인 2021.03.0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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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은 현재 우리 국민들의 삶 속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건강보험으로 커버되는 급여항목에 대한 자기부담금 그리고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에 대한 부담에 대해 추가로 보상을 해주는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보험 해지가 늘어나는 반면 실손보험만큼은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수년째 3800만 명대를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의 보상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자동화, 간소화, 친환경 등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는 어렵고 불편하다. 보험금 신청을 위해서는 직접 병원을 방문해 진료기록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 민원창구로 직접 가서 제출하거나 팩스, 우편 등으로 발송해야 한다. 휴대폰 앱 등을 이용한 청구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전자기기 이용이 불편한 소비자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그리고 접수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병원에서 종이문서로 서류를 발급받는 것이 기본이 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상당하다. 실손보험 청구방법별 건수를 보면 여전히 팩스와 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접수하는 건이 절대적으로 많다. <표1>

실손보험금 청구도 비대면 온라인 신청 및 처리가 확대되어야 한다.
실손보험금 청구도 비대면 온라인 신청 및 처리가 확대되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료금액이 소액인 경우 보험금 청구 자체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진료 당일 미처 관련 서류를 정확히 발급받지 못하면 거주지와 떨어진 곳에서 진료 받은 경우 등에 있어 많은 불편과 금전적·시간적 부담이 따른다. 2018년 12월 금융위-복지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미청구 사유로 진료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는데, 결국 소액 청구를 포기하는 이유는 절차적인 부담 때문이었다. <표2>

실손보험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

미청구에 있어 병원 방문, 증빙서류 송부, 서류 발급비용 부담 등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실손보험 청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사에도 불편하다. 병원은 서류발급으로 업무 부담 및 자원 낭비가 크고 보험사는 수 억 장의 종이 접수로 인해 업무처리가 매우 비효율적이며 보험금 청구 서류의 분석 및 보관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4월 현재 전산으로 청구가 가능한 병원은 150여 개에 불과하며 모두 대형병원에 한정되어 있다. 대형 대학병원 같은 3차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요양기관(병·의원/약국) 숫자는 9만6000여 개이다. 대부분의 의료 소비자들이 다니는 중소병원, 의원급에는 전자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처럼 요양기관과 보험사가 연결되는 연계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운영상의 안정성과 지속성, 비용 효과성 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구축한 정보인프라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국민편익 제고, 사회적 비용 절감, 제도의 영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심평원이 구축한 연계망을 이용해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는 심평원에 대한 오랜 불신과 비급여항목 관련 정보에 대한 우려 등에서 비롯된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의료기관은 진단과 처방에 관련된 자료를 심평원에 보내 심사를 받고 있고 과잉진료로 평가되는 경우 보상액수가 감액되거나 취소된다. 


실제로 심평원에 대한 일선 의료계의 불만은 상당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말이 있다. “심평원의학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라는 말을 의료계에서는 많이들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진단을 하고 처방을 했는데 과잉처방이라며 감액을 당할 때 의료계가 느끼는 불만은 극에 달하는 것이다. 


물론 의료계만의 잘못은 아닐 수도 있지만 둘 사이의 갈등은 해묵은 난제이다. 위에서 본대로 모든 의료기관과 심평원 그리고 심평원과 보험사 사이에 정보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므로 이 정보망을 이용하면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의료정보의 전달이 가능하다. 의료계의 불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은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이 섞여 있다. 환자가 받은 진료 서비스 중에서 건강보험으로 커버되는 항목은 원래부터 심평원의 심사 대상이므로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비급여항목에 관한 정보이다. 이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항목이므로 겉으로는 심평원과 무관하지만 심평원은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속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사실 비급여항목 서비스에 대한 가격 등의 정보는 의료기관의 자율성에 맡겨져 있다. 당연히 이 서비스들에 대한 가격은 병원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심평원은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격이 너무 높은 병원에 대해서는 컨트롤 하고 싶어 한다. 


물론 보험사 차원에서도 심사가 이뤄진다.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여러 환자가 제출한 비급여 서비스에 대해 심사를 한다. 그러니 당연히 병원별로 다른 가격에 대해 정보를 축적하게 된다. 그리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보상액수를 조정하게 된다. 결국 비급여서비스 항목은 보험사 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고 지나친 가격이 책정되거나 할 경우 이미 이에 대해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계의 심평원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보니 심평원을 통해 비급여 관련 의료정보가 보험사로 전달되는 상황을 의료계가 기피한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심사하는 비급여 관련 정보가 실손보험 전자청구 과정에서 심평원에도 전달이 되니 심평원이 이 자료를 축적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등 다른 목적에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비급여서비스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보험사뿐만 아니라 심평원까지 나서게 되면 의료계에 대한 압박이 커지게 되니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본 의원이 발의한 보험법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의료기관의 진료정보가 심평원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보험회사로 전달되는 경우 이 과정에서 심평원이 정보를 수집, 사용, 보관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심평원이 이를 어기고 비급여서비스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고 이에 대한 처벌 근거를 도입했다. 정보가 필요하면 다른 방법으로 수집하더라도 실손보험 청구정보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하도록 했다. 비유하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하되 누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보는 수집 축적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코로나 방역체계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급여와 비급여항목의 조화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건강보험에서 보상되는 의료서비스들, 소위 급여항목들은 가격이 통제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서비스 가격이 원가 미만으로 정해져 있어 병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의사협회 분석에 의하면 원가 대비 70%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이다. 만일 원가 대비 80% 정도라 해도 원가를 보전해주지 못하는 서비스 가격이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병원들은 비급여항목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들은 비급여항목에서의 이익으로 급여항목들의 손실을 보전하면서 병원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은 좀 아이러니하다. 비급여항목 이용 환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바람에 급여항목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해지는 데는 이처럼 비급여항목의 공헌이 있는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어 실손보험 청구가 자동화되면 의료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진료기록이 자동으로 전달되고 보상이 되면 환자들은 추가적인 노력 없이 작은 돈이든 큰 돈이든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편리함이 더해지면 실손보험 가입도 늘어나고 비급여항목 관련 의료수요도 늘어나면서 의료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를 통해 비급여항목도 잘 관리되고 급여항목 관련 서비스도 잘 공급이 되는 상생의 토양이 만들어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계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 증진 기여도 제고에 노력했다. 여당에서도 전재수 의원과 고용진 의원 등 두 명의 의원들이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09년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지 12년이 지났다. 그사이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한 언택트 서비스의 가속화가 진행 중이다.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억제하는 제도의 필요성은 더 공고해졌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금융 및 의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계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가기도 겁나지만 안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국회가 더 이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10년이 넘도록 지속된 갈등을 풀어 문제를 해결할 시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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