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을 가르는 건 분별력”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을 가르는 건 분별력”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3.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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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전문아카데미 ‘서울숲양현재’ 권혜진 원장

어떤 국가나 정치·사회 조직을 막론하고 위기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말이 리더십 실종이다. 서점가에서는 다양한 분야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리더십 훈련에 관한 각종 아카데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임기 말 대통령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기사가, 시야를 더 좁히면 리더십이 실종된 야당과 보수진영이 그로 인해 극심한 분란과 분열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넘친다. <미래한국>은 고전 속에서 리더십 근원을 살피고 현재에 맞는 인재 양성을 꿈꾸는 인재양성 아카데미 ‘서울숲양현재’ 원장 권혜진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품격 경영’을 키워드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는 권 대표는 소비자학 박사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매년 펴내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 밑에서 소비 트렌드 연구를 하고 미래 시장을 내다보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LG에 들어가 처음으로 생긴 미래고객전략팀에서 ‘웨어러블’ ‘구글글래스’ ‘로보틱스’처럼 미래 키워드를 쏙쏙 찾아내기도 했다. 트렌드 예측을 하다 보니 시장을 미리 내다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조직문화’였다.

- 홈페이지에 서울숲양현재에 대한 소개가 ‘리더십전문 아카데미 프로젝트’라고 돼 있더군요. 리더십 양성 아카데미는 여럿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차이점이 뭔가요? 

우선 양현재(養賢齋)는 빼어난 인재(賢)를 기르는(養) 집(齋)이라는 뜻입니다. 인재양성기관을 작명할 때 양현을 넣는 경우가 역사적으로도 있었는데 저희도 그보다 취지를 더 잘 살리는 이름을 찾지 못해 양현재라고 지었습니다. 근거지가 서울숲에 있기 때문에 서울숲을 붙였어요.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로 전문 경영인들을 상대로 하는 리더십 아카데미가 성업해왔고, 정부 등 공공부문 및 일반기업 내 교육부서에서 하는 리더십 교육, 그리고 주니어 레벨에서는 일부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리더십교육이 있고,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교육 정도가 있는데요, 나름대로 모니터링한 결론은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람을 꾸준히 기른다는 개념이 없는 백화점식 교육이라는 겁니다. 

시류에 영합하는 콘텐츠들을 대충 얽어놓은 수준 내지는 높은 분이나 유명인들을 불러 듣는 특강 정도를 가지고 리더로서의 내공이 있는 사람이 길러지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죠.

일단 이렇게 콘텐츠와 시스템의 문제가 큰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그 교육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안목 수준이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서울숲양현재는 역사 속에서 지도자 양성을 누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그 중에서 지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내용과 방식은 무엇인지 철저하게 살펴 그대로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교육시스템은 리더십의 기본 위에 역사와 정치, 품격경영, 미래전략의 네 단계로 갖춰나갈 계획이고, 지금은 제가 직접 강의하는 ‘화요저녁논어’(진행중)와 ‘품격경영론’(6월 예정)이 있고, 처음부터 자문해주고 계신 이한우 선생님(논어등반학교 교장)의 ‘대학연의강독’(매주 토요일 오전), ‘주역리더십’(매주 수요일 저녁, 논어 수료자만 수강 가능), ‘이한우의 한서(漢書)클럽’(매월 세번째 토요일 오후), 함재봉 교수님의 ‘정치고전 강독’(4월부터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 박현모 교수님의 ‘태종실록강독’(8월 예정) 등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일반 인문 아카데미와 비슷해 보이지만 ‘리더에게 필요한’ 인문 소양 함양에 방점을 두고 좋은 과목들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논어, 진정한 리더십에 눈 뜨게 하다

- 서울대 소비자학 박사 출신으로 기업 LG에서 일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리더십 양성 인문학 아카데미를 만들게 되셨는지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웃음) 학창 시절에는 주전공보다는 사회학, 심리학 등 주로 소위 사회과학분야 과목들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소비트렌드 분야 권위자로 저명하신 김난도 교수님 덕분에 트렌드연구 경험을 쌓게 되었고 그 덕분으로 LG전자에 들어갔습니다.

기술트렌드가 시장별로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제 일이었는데 정말 저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최고의 직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한국적 한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뭘 해도 소용이 없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더군요. 꼭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공대 교수님들이 낸 <축적의 시간>이라든지 여러 책을 읽으면서 경험과 고민들이 종합되면서 ‘내가 도대체 뭘 해야 나중에 후회 없고 보람된 인생이 될까’ 고민을 시작하던 시점에 이한우 선생님이 논어등반학교를 시작한다는 것을 회사 상사로부터 소개받게 됐죠.

그게 저의 변신이라면 변신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아 내가 알던 많은 것들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구나’ 하고 깨닫는 시간이었고 역사를 포함해 지금 우리나라의 온갖 문제의 근원을 다시 들여다보고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어요.

함재봉 박사와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이 '서울숲양현재'에서 각각 2020년초 특강 '한국인은 누구인가'와 2021년 2월 수업 '이한우의 한서클럽'을 진행했다.
함재봉 박사와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이 '서울숲양현재'에서 각각 2020년초 특강 '한국인은 누구인가'와 2021년 2월 수업 '이한우의 한서클럽'을 진행했다.

- 동서양을 막론하고 리더십에 관한 고전이 여럿 될 텐데 특히 논어에 주목하는 이유가 뭔가요? 

저는 독서가 짧은 사람이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 고전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동서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만약 리더십에 동서의 차이가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부류는 약장수로밖에 안 보여요. 논어는 저에게 입장, 시점, 눈높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어떤 나라나 기업이 잘되고 못되고를 평가할 때 중하급의 구성원을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최상위 리더를 도마에 올리잖아요? 우린 누구나 리더가 문제가 있으면 아랫동네에서 뭘 해도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그러면 리더십 교육을 누가 받아야 됩니까? 

기업을 예로 들면 중하급 관리직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은 저는 솔직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냥 시늉이죠. 그리고 최고경영자 내지는 오너의 책임 방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본인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바뀌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리더십이 뭐죠? 논어를 통해 저는 진정한 리더의 눈높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논어를 제대로 알고 나서 그 눈높이로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역사를 보고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는 눈이 완전히 바뀌게 됐어요.

너무 단정적인 말이지만 리더가 할 수 있는 공부 중에 이보다 더 큰 성과는 있을 수 없다고까지 생각해요. 논어를 원래 쓰인 의미 그대로, 즉 리더의 눈높이에서 해석할 수 있게 해준 이한우 선생님 아니면 여기까지 못 왔죠. 논리적으로 제가 스스로 납득되는 논어는 이한우 선생님의 논어가 처음이었어요.

그 후로 저는 제가 기존에 갖고 있는 다양한 버전의 논어를 다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왜냐면 리더십이라는 문제에 대한 집중력을 다 흩어버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이란 뭔가요? 그리고 고전 인물 중에서 우리가 본 받아야 할 리더십이나 또는 절대 피해야 할 리더십의 본보기 인물을 꼽는다면요?

리더가 자기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분별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나쁜 리더십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의도가 선하더라도, 그러한 분별이 없으면 결과가 좋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분별은 첫째 역할에 대한 분별이더라구요. 왕이 신하처럼 굴면 안 되고 신하는 왕처럼 굴면 안 되죠. 두 번째는 무엇이 우선이고 무언이 나중인지에 대한 분별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 위아래 구석구석 살피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좋은 리더십은 그 두 가지 분별이 명확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거 같아요. 그러면 분별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사람을 보는 눈과 리더로서의 일처리하는 능력을 고도화함으로써 분별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리더가 해야 할 공부의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저는 고전과 역사를 스마트하게 잘 활용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예비리더라든지 초보리더들도 경륜 부족을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앞으로 겪을 일들에 대한 에어쿠션을 미리 장착한다고 할까요? 그런 준비를 잘하는 지름길이 고전을 리더십 관점에서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죠. 이 공부를 성공적으로 잘함으로써 정치와 나라 살림을 잘했던 대표적인 리더로 태종, 세종 등을 들 수 있어요.

공부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보고 따라하면 된다고 봅니다. 시대가 변했고 정치체제가 달라져도 리더십의 작동원리는 인간의 문제이기에 똑같습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고금동서의 역사를 살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거죠.

진짜 리더십 교육 없이는 한국 정치 안 바뀔것

- 원장님이 보는 리더십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현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도 궁금한데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통령이나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와 실력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바와 크게 다른 것은 없어요. 대통령과 여당의 경우 마지막 신뢰의 보루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데 대해 아무런 브레이크가 없는 점, 야당의 경우 한마디로 교만해서 공부를 안 하다보니 좀 들어줄 만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점 정도가 생각나네요.

- 지난 총선 때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정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하셨죠. 어떻게 활동하게 되신 것인지 그리고 직접 정치인들을 평가하면서 리더십 측면에서 느낀 소감이 궁금합니다.

당시 공병호 위원장님한테서 연락이 왔고 내가 그 정도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지만 제가 교육을 통해 기여하고자 하는 영역의 일이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저는 공천이라는 게 그런 것이라면 그런 제도가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내에서 꾸준히 검증받으면서 성장한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중장기적인 인재 양성이라는 개념, 그 일을 해낼 역량, 실질적인 투자, 그 일을 장기적으로 맡아낼 사람, 이 모든 것이 없으니 저는 아무리 또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한국 정치 수준은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여의도연구원 1년 예산에서 50% 정도를, 10년 동안, 인재 양성에 오롯이 투자한다면 그 다음에는 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죠. 10년씩이 아니라 3년만 꾹 참고 흔들림 없이 해내도 공기가 바뀔 거예요. 물론 제대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만요.

- 앞으로 활동 계획과 목표 들려주세요. 

저는 학자가 아니고 봉사단체 대표도 더더욱 아니에요. 저는 사업가예요. 교육 분야에서 남다른 일을 해내고 싶어요. 아카데미는 첫 단추예요. 아카데미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문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잘되는 환경을 구축해나갈 거예요.

그게 저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교육경영리더십이라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 그 증거가 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교육과 인사(人事)를 결합한, 말 그대로 참된 의미의 한국형 인재경영시스템을 제 손으로 만들 거예요. 그런 일을 하다가 가면, 혹여나 미완성인 채라 해도 삶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아요.

큰 그림은 그렇고, 단기적으로는 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현재 교육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관 및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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