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당심과 민심 괴리, 그리고 통합
[논단] 당심과 민심 괴리, 그리고 통합
  •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03.16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으로 결정 났다. 마지막 국민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는 41.64%로 나경원 후보 36.3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국민의힘은 오세훈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큰 산이 남아 있지만, LH 사건 등 최근 여권 발 악재 등이 터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장의 탈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 결정 과정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상당한 것도 아울러 확인되었다. 당원의 의사가 반영된 1차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오세훈 전 시장을 크게 앞서 과반수를 득표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부조화는 4·7 보궐선거 이후의 야권 정치판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치에서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 수도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울은 영남, 호남, 충청 등 각 지역의 사람들이 상경해서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이룬다. 서울시민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의 고향과 분리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난다. 설사 지방에 고향을 둔 부모님이 계시더라도 서울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해당 지역색이 옅다. 다시 말해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에코 챔버 효과가 가장 적은 도시다. 실제 지금 민주당이 서울 지역구 의석의 다수를 석권하고 있지만 과거 보수당이 훨씬 더 큰 비율로 서울의 의석을 석권한 적도 있었다. 그러기에 서울에서 나타난 정치 지형은 국민의힘이 당의 미래를 위해 각별히 고려해야 할 요소다.

3월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당지도부와 함께 인사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 후보, 박 후보,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연합
3월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당지도부와 함께 인사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 후보, 박 후보,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연합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국민의힘의 딜레마

민심과 당심의 괴리는 탄핵과 탈당이 만들어 낸 정치적 지형이다. 국민들에게 탄핵은 선거를 통해 수차례 정치적으로 추인되었다. 그러나 당원들 입장에서 탄핵 더 나아가 탈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나경원 후보도 당시 탄핵을 찬성한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이다. 오세훈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탄핵에 찬성할 투표권도 없었기에 냉정히 탄핵에 대한 책임에서 더 자유롭다. 다만 오세훈 후보는 탈당했고 나경원 후보는 탈당하지 않고 당에 잔류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나타난 지금의 당심은 탄핵보다 탈당에 대해 더 엄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4·7 보궐선거 이후의 정치적 지형이 남아 있다. 바로 전당대회가 열릴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1년 뒤에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모든 대권 주자 및 당권 주자들이 당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당대회는 당원 비율이 70%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심이 중요하지만 대통령 경선 역시 당심과 동조화가 높은 영남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제3지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제3지대가 그렇게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면 홍준표 전 대표는 왜 이렇게 입당하기 위해 애쓰며 유승민 전 대표는 왜 다시 탈당하지 않겠는가. 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이후 상승세는 결국 국민의힘의 후보라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와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는 국민의힘 당 운용의 한계로 작용한다. 지도부는 중도층을 공략하자니 당내의 반발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당선 지역구는 거의 당심과 동조화가 높은 영남 또는 영남세가 강한 지역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당심과 다른 지도부의 인선이나 행보에 쉽게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그러나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는 문제는 생각을 바꾸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원들은 힘들 때 탈당하지 않은 인물을 원한다. 그 탈당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당의 전면에 나서서 서울 수도권의 중도층에 어필한다면 당심과 민심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정치 지형 속에 선택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정권교체로 가는 7부능선을 넘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정말 중요하다. 각 대권 잠룡들이 가진 부족한 이미지를 보충할 수 있으면서 민심과 당심을 아울러 통합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당의 간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힘이 대권을 향해 나아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부에서 이와 같은 괴리 현상의 책임을 당원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만든 책임은 당원들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동안 당의 위기는 기존 정치지도자들의 정치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었다. 정작 위기의 순간 계속되는 국민의힘 정치지도자들의 실책과 오판은 국민의힘을 더 큰 위기로 몰아 넣었다. 그들은 온실 속의 화초였고 그 온실이 사라지는 순간 뿌리째 뽑혀 사라질 주제에 대단한 보수의 지도자 행세를 해온 것이다. 오히려 어려운 시절 당을 지켜온 당원들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들을 자격이 있으며 당원들을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인물을 기다려 본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