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헷갈리는 균형발전과 부동산 정책
[전문가 진단] 헷갈리는 균형발전과 부동산 정책
  • 이한준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1.04.0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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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의 중요 국정과제가 국토균형발전정책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비롯 많은 법령이 양산된 바 있다. 이들 법에 따라 행정부가 세종시로 이전되었고 수도권의 모든 공기업은 10곳의 지방혁신도시로 분산배치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주택가격이 폭등해 정부는 많은 신도시를 수도권에 건설하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의 신도시 추진정책과 국토균형발전정책의 양면성을 고민하게 한다. 더구나 신도시는 수십조 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신도시와 함께 추진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균형발전은 인구 분산정책이 핵심이다. 인구 없는 균형발전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입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가 양질의 노동력을 갖춘 곳이라고 한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은 주택이 없으면 거주할 수 없다. 정부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서 역으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발전정책을 외면하자니 지방의 표를 의식하게 되고 수도권의 부동산정책을 포기하자니 성난 민심이 두려운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리더십이 아쉽다. 이제는 지방과 수도권으로 구분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넓게 보고 모두가 자기 자리에 적합한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국토가 KTX를 비롯한 고속도로, 국도로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

LH 사태, 조직 비대화에 따른 관료화가 한 원인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불법투기사건으로 온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LH는 이명박 정부 때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했는데 국내 공기업 중 한국전력과 함께 가장 방대한 조직이다. 국내 공기업 중 부채규모가 132조 원으로 1일 이자만 거의 1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LH 부패는 토지에 대한 개발 권한이 집중되어 신도시는 물론이고 대규모 택지개발과 공공임대주택 등을 전담하는 정규직원 1만여 명을 거느린 공룡집단인 것에 기인한다. 건축설계사무소를 비롯 도로나 도시계획을 수행하는 용역회사는 물론이고 건설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이들 민간기업은 LH에서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LH 출신 직원을 영입해야 한다. LH가 민간기업에 설계, 용역, 주택건설사업 등을 아웃소싱하기 위해 심사하는 위원회에 위원 과반수가 LH 직원들이어서 이들이 업체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고 권한과 힘이 집중되면 관료화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패하기 쉽다. 권한이 없고 힘이 없으면 부탁받는 일도 없어 부정과 부패가 있을 수 없다. 과거 주택보급률이 낮았을 때는 정부주도 하에 주택공급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주택보급률이 100% 수준인데 중앙정부가 주택정책에 과거와 같이 주도적일 필요가 있을까? 이제 지방자치제도가 30여 년에 이르러 주택정책도 자치단체에 따라 다양하고 특색 있게 추진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LH의 기능과 조직을 대폭 축소해 임대주택공급과 관리운영을 하게 하고 주택공급은 지방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지역 여건에 맞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특히 세계 제1의 저출산 고령화 국가, 코로나 팬데믹, 4차산업의 진전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인구이동 급감, 오프라인 축소와 온라인 산업의 급진전으로 향후 대한민국에서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국토부도 신도시담당업무나 택지개발업무는 축소시켜야 한다. 국토부나 LH와 같이 조직이 비대해지면 관료화가 심해지고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 없는 사업을 자꾸 벌여 예산 낭비와 규제로 민간시장을 위축시키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번 LH 직원의 일탈을 계기로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문재인 정부의 공공만능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있어야 한다.

홍익대 도시계획학 박사전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홍익대 도시계획학 박사
전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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