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공직자의 거짓과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공직자의 거짓과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
  •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21.04.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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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거짓과 위선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이 문제이다. 그들은 거짓과 위선을 하면서도 미안한 기색보다는 오히려 당당하다. 최근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3월 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임 시절에 발생한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역에 대한 투기 의혹에 대해 한마디 반성도 없이 산하기관장을 소집해 “청렴도 높여라”라고 훈시했다.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광명 시흥 땅을 구입한 직원들에 대해 “정황상 개발정보를 알고 토지를 미리 구입했다기보다는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두둔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는 국민을 상대로 한 기만행위라 할 수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사장 출신이다. /연합
LH 직원들의 땅 투기는 국민을 상대로 한 기만행위라 할 수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사장 출신이다. /연합

거짓과 위선의 뿌리

국책사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구 끝에 결정되는 것인데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직원들의 행태를 이렇게 감싸도 되는 것인가? 공직자의 직업윤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합동조사반은 차명거래는 조사조차 하지 못한 채 3월 11일 결과를 발표했다. 공무원은 한 명도 없고 LH 직원 7명만 추가로 확인했다. 여기에 여당 국회의원 6명까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3월 4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반대를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2년 전 임명 당시에는 “우리 총장님!” 하다가 조국 전 장관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총장 그만두라고 아우성을 쳤다. 막상 사퇴를 하고 나니 “마지막까지 정치 검사의 전형을 보여줬다”면서 비난한다. 비난을 하는 자와 비난을 받는 자 중 누가 더 위선자일까?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하여 여당 국회의원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수사권을 전면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금방 진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한술 더 떠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세계 표준”이라고 강변하는 얼굴에서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월 26일 국토부, 해수부, 법무부까지 반대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구체적 입지나 건설계획조차 정하지 않은 채 31개 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절차적 정당성까지 무너뜨렸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접근성·항공수요·경제성 등 7개 항목 모두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위선적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명단은 법원이 지난 2월 9일 판결을 통해 진실을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이 명단을 ‘체크리스트’라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블랙리스트’로 판결하면서 김은경 전 장관을 법정 구속했다. “문재인 정권의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판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인의 정직성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아직도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코로나로 어려운 민생을 구제한다는 핑계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행태가 그렇다. 문제의 원인은 백신 접종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데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비용이 늘어났고 이를 재난지원금으로 보상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번 4차 추경예산에는 소상공인과 대학생 등이 포함됐다. 규모도 재난지원금 중 가장 많은 19조5000억 원이다. 금년 말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 원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 1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나라 빚을 늘려놓고도 미안한 기색 없이 서민구제와 소상공인 보호 명분을 내세운다.


지난 2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국회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거짓과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20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7년 7월 국회 회기 중에 병가를 내고 가족들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것은 물론 본회의에 불출석한 8번 가운데 5번이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왔다. 한 달 생활비로 60만 원 논란, 박사학위 논문 베끼기 의혹 등도 제기됐다. 그러나 장관으로 임명됐다.


국민의 신뢰가 높았던 사법부마저 믿음을 잃어버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지금 뭐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임 부장)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사표를 반려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는 국회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발언 하루만인 2월 4일 임 부장판사가 면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대법원장의 해명은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사법부는 거짓과 허위를 판단하는 기관이다. 이런 본분을 망각한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은 본인의 직업윤리를 망각한 것은 차치하고 사법부 전체의 불신을 자초했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관련해서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관련해서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공직자의 거짓과 위선 경쟁

우리 사회는 정직과 신뢰의 관점에서 보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 문제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거짓말과 위선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의 자세이다. 아직도 정치인 중에는 권모술수는 물론 잘못이나 사실을 은폐하려고 탈진실의 언어나 완곡어법을 사용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언어의 유희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언어의 유희는 정직하고 투명한 정치를 위해서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실천 가능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지킬 공약(公約)을 만들어야지 지키지 못하는 공약(空約)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연설도 중요하다. 대통령 취임 연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 남아 있지만 취임 연설에서 한 약속 이행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사도 중요하다. 


인사는 만사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가 정한 7대 인사기준에 맞는 인사는 보기 어려웠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야당의 동의 없는 장관급 인사만 29명에 이른다. 정치인이나 공공기관의 고위직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에도 정직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직하고 책무성이 강한 사람이 출세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검사장급 인사에서 신현수 민정수석 패싱 논란과 갈등이 그러했다. 신 수석의 사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같은 날 수리됐다. ‘적폐청산’ 역시 거꾸로 가는 인상이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남이 하면 ‘적폐’ 또는 ‘개악’이고 자기들이 하면 ‘적법’과 ‘개혁’이 된다.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탈진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임금주도정책이 소득주도정책으로 탈바꿈했고, 원전의 안전 기술 수준보다 위험만 내세워 추진한 탈원전정책은 원전기술의 사장화(死藏化)를 유발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고 있다. 환경론자들의 고집은 끈질기다. 객관적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보다 그들의 주장이 중요하다.


환경단체와 정부는 4대강 보의 수자원 보호, 홍수조절, 경관효과 등은 무시하고 수질 개선을 명분으로 보 철거를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월 18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자기들이 유리한 지표만 내세워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중에서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보 수문을 개방하고 모니터링 한 결과 수질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게 악화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장 중요한 수질 측정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보 철거를 의결했다.


부동산 정책은 이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수요규제 일변도로 밀어붙였다.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 25번째 내놓은 공급정책 역시 수요자의 니즈에 부응한 공급이 아니라 공공개발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그 성과에 회의적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도 그 하나이다.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의 거짓도 이에 못지않다. 여당은 2019년 12월 국회에서의 다수의석 확보를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수 증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명칭도 생소한 ‘준연동제’ 도입으로 바꿨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부산시 양대 시장 보궐선거가 성폭력 사건으로 빚어진 중대한 잘못으로 후보를 낼 수 없음에도 당헌(96조 2항)을 개정하여 후보를 공천했다. 신설된 공수처에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허언이 됐다.


조국사태를 되돌아보면 웅동학원, 라임펀드 사태, 자녀입시 관련한 각종 확인서 허위 발급 등에 대해 정치인들은 그 진실을 밝히기보다 감싸기에 급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비호했던 여권 인사들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과를 한 인사는 아직 없다. 다만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재단의 계좌를 검찰이 열람했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뒤늦게 사과한 것이 전부이다.


이렇듯 정치인 스스로 자기 반성이 필요함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빈말이나 거짓 발언에 대한 반성 대신 오보와 가짜 뉴스를 핑계로 그 책임을 언론에 돌리려 한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진한 것이 그렇다. 물론 언론의 오보와 가짜 뉴스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봉쇄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가짜 뉴스를 유발한 정치인의 반성이다.
대법원장의 거짓 발언을 비롯한 사법부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매우 큰 실망감을 안겼다. 오죽하면 전직 변협 회장 8명이 “김명수 대법원장은 헌정사 치욕”이라면서 사퇴를 촉구했을까? 사법부의 정치화는 사법부 요직을 특정 연구회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우려됐던 일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정치판사의 전성시대, 법복 입은 정치인의 전성시대를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사회발전 과제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그래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국토부의 사업타당성 조사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공무원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검찰 및 사법 개혁 역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온갖 거짓을 동원해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국민이 바라는 검찰과 사법 개혁에 나서야 한다. 


나라 빚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4차 재난지원금은 긴급한 분야에 국한해야 하고 지급 시기도 선거 시기를 피해 지급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빚은 누가 갚는가?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현 세대가 갚지 못하면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한다. 빚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는 것은 큰 죄이다. 재난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이다. 면역이 생겨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접종은 빠를수록 좋다. 다만 부작용 대책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야기한 거짓과 위선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사회적 자본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가 단적인 사례이다. 직무상의 정보를 이용한 혐의 때문인데도 “자기들은 투자를 하면 안 되느냐”고 억울해한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라는 LH 직원들의 막말에서 뻔뻔함과 윤리 수준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의 행태와 닮은꼴이다. 


LH 사태를 수습하려면 수사 노하우가 있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나설 수 없다고 고집하지 말고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범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검찰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직무윤리를 어겨도, 거짓말을 해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정치인들의 위선과 거짓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LH 직원들의 무감각해진 직무윤리,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노조나 각종 이익집단의 데모,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시민들의 행태 역시 그러하다.


거짓과 위선이 넘실대는 사회는 퇴보한다. 위선과 거짓은 정직과 도덕의 약화를 유발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낮춘다. 낮은 사회적 신뢰는 위법과 위반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과잉이기주의를 유발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포용과 배려의 마음이 낮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한다. 의심이 많을수록 믿음이 낮을수록 갈등과 대립이 많아지는 위험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목적보다 수단을 중요시하는 목적과 수단의 대치 현상을 빚으면서 부패를 유발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거짓과 위선이 춤추는 사회가 아니라 정직하고 신뢰가 높은 건강한 사회이다. 거짓말과 위선을 바로 잡으려면 양식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사회의 각 주체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거짓과 위선의 탈을 벗어버리고 정직한 자세로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때 신뢰사회 형성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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