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아시아 화약고로 부상한 대만해협
[심층분석] 아시아 화약고로 부상한 대만해협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04.16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나라는 어딜까? 바로 대만이다. 첨단산업 분야는 지금 대만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대만 TSMC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대만 TSMC가 자동차 반도체를 공급해 줘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생산직 근로자의 귀띔에 의하면 7월 휴무 이야기도 나돈다고 한다. 그만큼 자동차 반도체 품귀는 심각한 수준이다. 자동차업계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냉장고 생산도 반도체 부족으로 조업 단축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2020년 세계 각국이 코로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대만은 예외였다. 코로나 사태에 오히려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만은 수출과 내수 양쪽 모두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존 헤네시닐랜드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3월 28일 대만을 전격 방문하여 팔라우-대만 여행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대사의 대만 방문은 1979년 단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존 헤네시닐랜드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3월 28일 대만을 전격 방문하여 팔라우-대만 여행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대사의 대만 방문은 1979년 단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대만 경제부처에 따르면 지난 해 대만의 GDP 성장률은 3.11%로 중국(2.3%)보다 높았다. 4분기만 보면 4.94%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전 세계 톱 수준이다. 대만 당국의 올해 전망은 더 좋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4.64%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TSMC 등 반도체 업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 늘면서 대만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작년 초 중국발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대만 정부는 가장 먼저 중국인 입국 금지를 단행했다. 코로나 방역 분야에서도 대만은 최고 모범국이었다. 명실상부하게 코로나 방역의 최고 우등국은 대만이었다. 


정치 군사 부문에서도 대만은 뉴스의 초점이다. 현재 대만해협은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외교군사적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 주장에 맞서 미국은 ‘자유의 항행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공해상 ‘무해통항권’을 주장하는 미국은 군함을 보내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대만해협을 주기적으로 통과하면서 순찰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미 7함대는 이지스 구축함 John S. McCain DDG-56함이 국제법에 근거해 대만해협을 항행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2020년 미 해군은 총 13차례에 걸쳐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쿼드동맹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나토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쿼드동맹국과 중국의 대립은 과거 미·소 냉전 시절 모습 그대로다. 이제는 단순하게 미·일 vs 중국의 대립 구도가 아니다. 자유진영 vs 중국이라는 대립 구도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도 동아시아에서 쿼드동맹국과 함께 연합훈련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올 하반기 퀸엘리자베스 항모를 아시아에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월 3일 영국과 일본의 외무·국방장관 2+2 화상회담에서 이뤄졌다. 영국의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과 벤 윌러스 국방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 방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는 이미 남중국해에 해군함정 1척과 핵잠수함 1척을 파견한 상태다. 이 같은 내용은 2월 8일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핵잠수함 ‘SNA 에메로데 함’이 남중국해를 순찰 중인 해군 함정 ‘BSAM 세인 함’을 지원했다고 말하면서 밝혀졌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즉, 프랑스 역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정책에 동참한 것을 의미한다. 미 해군은 2월 초 남중국해상에서 2개의 항모전단을 투입해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훈련에 프랑스 핵잠수함과 구축함 1척도 함께 훈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다. 그것은 ‘하나의 중국정책’을 무시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더해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까지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상태다. 특히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밀착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은 3월 25일 정부 차원의 ‘해양경찰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에는 미국 측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대만 측에서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대만 대표가 나왔다. 이것은 중국이 최근 공표한 ‘해경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또한 3월 28일에는 남태평양 섬나라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가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 대사의 대만 방문은 1979년 미국이 대만가 단교한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외교적으로는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 전격적으로 대만과 수교를 발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대사의 이번 대만 방문과 관련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라며 “미·대만 간 어떤 공식적인 왕래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만 방공식별 구역에 전투기 띄워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에 ‘해경양해 각서’를 체결한 다음 날인 3월 26일 폭격기와 전투기 등 총 20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20대는 대만 서남부 ADIZ에 진입했다가 되돌아갔으며 이날 투입된 중국 군용기는 J-16 전투기 10대, J-10 전투기 2대, H-6K 전략폭격기 4대, KJ-500 조기경보기 1대, Y-8 대잠기 2대, Y-8 기술정찰기 1대 등 모두 20대다. 


대만해협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화약고로 부상하는 가운데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중국이 6년 내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다고 말해 주목되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3월 9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규정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에서 2050년까지 미국과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대체하려고 속도를 내 걱정”이라며 “대만은 그 시점 전에 중국이 야심차게 노리는 목표이고 그 위협은 2020년대, 향후 6년 안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는 미 상원이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국방예산법)과 향후 미국 정부의 국방계획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이미 중국은 역사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대만을 공격한 바 있다. 첫 번째는 1949년 금문도 침공이고 두 번째는 1958년 금문도 포격전이다. 금문도는 한국의 백령도 같은 섬으로 중국 본토에서 불과 8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섬이다. 


1949년 장개석의 국민당군은 대만으로 내몰렸다. 그 가운데 금문도는 국민당군 4만 명이 지키고 있었던 최후의 보루였다. 1949년 10월 24일 모택동 공산군은 금문도를 공격했다. 전투는 3일간 지속됐다. 대륙에서는 모택동군에 연전연패하던 국민당군 4만은 금문도에서는 달랐다. 상륙한 모택동군 1만 명을 완전 섬멸했다. 1949년 금문도 전투에서 패한 모택동의 대만 점령계획은 이듬해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사실상 없어졌다. 2차 금문도 전투는 1958년에 있었다. 1958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44일간 금문도에서 중공군과 대만군은 포격전과 함께 공중전을 치렀다. 2차 금문도 전투(포격전) 역시 중공군의 선제도발로 시작됐다. 포격전 개시 하루에만 포탄 6만여 발이 소진될 정도로 포격전은 격렬했다. 


하늘에서는 중공군 MIG-15, 미그-17 100여 대가 공습했다. 대만 공군은 이에 맞서 F-86세이버 32대가 투입됐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대만 공군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F-86 세이버 전투기에는 사이드와인더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이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군의 측면 지원 속에 대만 공군이 금문도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했다. 대만해협에는 미 7함대가 급파되면서 제해권 역시 미 해군이 장악했다. 중공은 44일간 전투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마쳐야 했다. 

미·대만 해경 협력협정 다음날인 3월 26일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반 방공식별구역으로 무력시위를 했다.
미·대만 해경 협력협정 다음날인 3월 26일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반 방공식별구역으로 무력시위를 했다.

중국, 대만 무력침공해도 성공 가능성 적어

지난 10년간 중국군은 질과 양 모든 부분에서 급격한 팽창을 했다. 항공모함도 2척을 보유하고 자체적으로 스텔스 전투기도 실전 배치했다. 중국과 대만만 놓고 본다면 대만은 중국군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에 상륙해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또 별개다. 왜냐하면 이제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 양안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자유진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공격으로 대만 TSMC 공장이 파괴되면 자유진영 첨단 공장시설은 아비규환을 겪게 된다. 이것을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단숨에 집어삼켰지만 이내 자유진영 반격에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에서 쫓겨나고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것처럼 중국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것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상대로 대만해협에서 제공권과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대만해협에서의 키포인트다. 그것도 한순간이 아니라 지속성의 문제다. 


단순 비교로 본다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군의 전력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전력보다 우위에 있다. 미군 전력은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3월 27일자 NBC 보도에 따르면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전쟁을 가상하는 워게임 시뮬레이션에서도 미군이 패배한 것으로 나온다. 이 워게임 시뮬레이션은 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미 국방부와 함께 진행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대만 공군은 전투 개시 몇 분 만에 전멸하고, 태평양지역의 미국 공군 기지들은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파괴되고, 미 해군 전함과 전투기 역시 중국 미사일에 요격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워게임 시뮬레이션 전문가의 설명은 좀 다른 해석이다. 원래 미군은 워게임에서 가혹한 조건을 상정하기 때문에 지는 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미군의 약점을 분석 보완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중국 vs 대만’, ‘중국 vs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단순 비교로 하면 중국군이 수적으로 앞서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실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만의 군사력이 아니라 일본, 호주, 인도, 영국 등 미 동맹국의 군사력이 합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군이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시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한 대만 무력 침공을 통한 완전한 점령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대만 역시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만은 중국군의 대만 해안 접근거부 전략 차원에서 지대함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훈련을 대폭 늘렸다. 중국군의 위협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2020년 8월 31일 ‘2020년도 중국 군사력 보고서(中共軍力報告書)’를 대만 입법원에 제출했다.  이 내용은 주대만 한국대표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대만 국방부 분석을 보면 중국군이 현 단계에서 대만에 무력을 행사코자 한다면 다양한 군종(軍種)의 연합작전을 통해 ▲군사위협, ▲봉쇄작전, ▲화력타격, ▲상륙작전 등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저장(浙江), 푸젠(福建), 광동(廣東) 등의 공군기지에 배치된 신형 전투기와 무인기를 통해 대만해협의 제공권을 장악하고, 중국 연해를 정찰하는 미 군용기의 접근을 억제하려 하는 것에 대만 국방부는 주목하고 있다. 중국군이 만약 대만을 공격할 경우에는 ▲대만 주요 항구와 대외 항로를 봉쇄하고, ▲로켓군의 미사일 발사로 대만의 지휘체계 일부와 주요 요충지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대만군의 전투 의지를 점차 와해시키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대만해협의 지리적 요소, ▲상륙 장비 미비, ▲후방보급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펑후(澎湖) 및 대만 본토를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는 연합작전능력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대만 국방부는 입법부에 보고했다. 대만은 이미 미국과 정치·경제·군사적 연결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에 위협에 맞서고 있다. 문제는 친중국으로 흘러가면서 고립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