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국인의 삶의 질, 어느 정도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국인의 삶의 질, 어느 정도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4.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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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quality of life)’이란 ‘객관적인 생활조건과 이에 대한 인지 및 평가(통계청)’로 정의하기도 하고, ‘한 사회의 시민들, 혹은 한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정의하기도 한다. 삶의 질은 국민이 얼마나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를 경제·사회·문화·환경·교육·과학기술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척도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삶의 질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과거에 생존과 안전, 물질적인 풍요에 초점을 맞추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는 소위 ‘한강의 기적’으로 달성한 놀라운 경제성장에 비해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1960년대와 70년대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하고 1994년 1만 달러, 12년 만인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1349달러(약 3449만 원)를 기록해 드디어 3만 달러를 넘어 섰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30-50 클럽)로 일곱 번째로 한국이 가입한 것이다. 이 클럽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한국 등 7개 국만이 들어 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외형상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놀라운 진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많은 사회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높은 자살률, 이념적인 사회적 갈등, 빈부 격차의 심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으며 이에 따라 삶의 질도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년부터 회원국의 삶의 질의 수준과 그 개선 필요 분야를 진단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의 운동(Better Life Initiative)’을 펴기 시작하면서 이를 측정하기 위한 ’더 나은 삶의 지표(BLI; Better Life Index)’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 지표에 의하면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은 2020년 발표된 OECD의 2018년 BLI 지수에 의하면 40개 조사 대상국(38개 OECD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 포함) 중에서 30위로 나쁜 수준이다. 2012년에는 24위였으나 2018년에 30위로 더 나빠진 것은 우리나라의 삶의 질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더 나은 삶의 지표(BLI) 40개국 중 30위

이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으므로 4만 달러, 5만 달러로 향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 OECD의 BLI 평가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이 필요하며,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한 만큼 삶의 질에서도 7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질 개선은 국민소득의 증가만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정신적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삶에서 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다양성의 존중’을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건강과 여가의 다양한 활용 또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가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며 또한 환경과 에너지 측면에서 깨끗하고 청정한 사회, 범죄와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삶의 질을 담보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제적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가장 공신력이 있는 측정은 OECD가 주관하는 더 나은 삶의 지표(BLI)이다. BLI는 <표 2>와 같이 11개 영역 24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3개는 물질적 부문을 평가하는 주거, 소득, 직업에 관한 영역이고 그 다음 8개는 비물질적 부문으로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 참여 등의 영역이다. 


한국은 영역별로 보면 조사대상국 40개국 중 중간 이상인 20위 안에 들어가는 영역으로는 4개 영역으로 상위 순으로부터는 시민 참여(2위), 주거(5위), 교육(11위), 직업(17위)뿐이고 30위 이하인 영역도 5개로 하위 순으로부터는 공동체(40위), 환경(40위), 일과 삶의 균형(37위), 건강(36위)과 삶의 만족(33위)이다. 종합적으로는 40개국 중 30위로 세계 경제력 10위권 국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평가가 나쁜 영역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공동체 (40위)
공동체는 지원관계망의 질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며, 이 비율이 OECD 국가 중 78%로 최하위이다. OECD 평균 비율은 89%로 높다. 한국인은 100명 중 78명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혹은 이웃이 없다는 의미이며 지원관계망의 질이 최악이다. 

②환경 (40위)
환경 영역의 지표로는 수질(29위)과 대기 오염(40위)이 있다. 우리나라는 살고 있는 지역의 수질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76%로, OECD 평균 81%에 못 미치고 있다. 대기 오염을 평가하는 미세먼지는 큐빅 미터(m3) 당 27.9 마이크로그램(ug)으로, OECD 평균 13.9 ug/m3 보다 많이 높아 최하위이다.

③일과 삶의 균형 (37위)
일과 삶의 균형을 평가하는 지표는 두 가지로, 하나는 ‘여가와 개인적 돌봄 시간 (27위)’이다. 이는 통상적인 날에 여가 및 개인적인 돌봄(수면 및 식사 시간 포함)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14.7 시간이고, OECD 평균 15시간보다 조금 적다. 다른 하나는 ‘장시간 근로자 (37위)’ 지표로, 주 50시간 이상 근무한 임금 근로자의 비중(자영업자 제외)이다. 우리나라는 25.2%로, OECD 평균 11%보다 매우 높아 37위로 거의 최하위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안 잡혀 있다는 의미이다.
   
④건강 (36위)
건강의 지표로는 자기보고 건강 상태(self-reported health)로, 우리나라는 32.5%만이 자기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답해 최하위이다. OECD 평균 69%보다 매우 작은 비율이다. 이 지표는 각 나라의 문화적인 배경과도 연관되어 있어 객관적 비교는 어렵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의 건강 상태가 조금만 안 좋아도 ‘양호하지 못하다’라고 답변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표는 기대수명으로 한국은 82.4세로, OECD 평균 80세보다는 길어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대수명은 양호하나 자기보고 건강상태가 최하위로 떨어져 전체적으로 건강이란 영역에서 나쁜 평가가 나온 것이다.
 
⑤삶의 만족 (33위) 
삶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점수로 0∼10점 사이에 답함. 0점은 최악의 만족도, 10점은 최상의 만족도)에 한국인들은 평균 점수가 5.9점으로, OECD 평균 점수 6.5점보다 나빠 3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질문도 주관적인 질문이므로 문화적인 배경과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삶의 질 측정, ‘국민 삶의 질’ 지표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이 ‘국민 삶의 질(Korean Quality of Life)’ 지표를 개발해 2014년부터 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지표는 우리 국민의 삶의 질 측정을 위해 <표 3>과 같이 11개 영역, 71종의 지표를 사용하고 있으며 통계청 홈페이지(http://qol.kostat.go.kr)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11개 영역은 물질 부문 3개 (19개 지표), 비물질 부문 8개 (52개 지표)로 나뉜다. 최근(2021년 3월 11일)에 ‘국민 삶의 질 2020’이 발표되었으며 2020년까지 연도별 국민이 삶의 질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표 3>에서 통계의 존재 여부에 따라 비교 연도가 2018에서 2019로, 혹은 2019에서 2020 등으로 되어 있다.      


OECD BLI는 국가 간 삶의 질 비교를 목적으로 국제비교가 가능한 11개 영역, 24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고 각 국가에서 어떤 영역이나 지표를 개선하면 좋은가를 제시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국민 삶의 질’ 지표는 국민 삶의 질의 영역별, 지표별로 연도별로 시계열 추이를 세부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 유무를 알아보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에 의하면 71개 지표 중에서 전년과 비교해 지표가 개선된 것은 45개이고 악화된 것은 26개이다. 71개 지표 중에서 대표적으로 개선된 것은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 표시가 있는 지표로, 상대적 빈곤율, 부패인식지수, 도로교통사고 사망률, 야간보행 안전도, 여가시간, 학교생활 만족도, 사회적 고립도 등이다. 이와 반면 악화된 지표는 (↓) 표시가 있는 지표로, 고용률, 실업률, 주택임대료 비율, 자살률, 삶의 만족도, 아동학대피해 경험률, 미세먼지농도, 독거노인 비율 등이다.

삶의 질 개선 방법

우리의 삶의 질은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표(BLI)를 보거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국민 삶의 질을 봐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개선 여지가 높은 영역에 대해 어떻게 개선하면 좋은지 살펴보자. 

①공동체 영역
공동체는 지원관계망의 질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며, BLI에서 한국은 78%로 OECD 평균 89%보다 월등히 적어 최하위이다. ‘국민 삶의 질 2020’에서도 사회적 고립도가 27.7%로 높다. 따라서 공동체 영역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원관계망의 질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독거노인 비율, 자살률 등을 낮추고, 사회단체 참여율, 지역사회 소속감 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②환경 영역
BLI에서 환경 영역은 수질과 대기오염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질은 만족도 비율이 76%로 OECD 평균 81%에 못 미쳐 29위를 기록했다. 대기 오염은 미세먼지가 27.9ug/m3로 OECD 평균 13.9ug/m3로 최하위이다. 우리나라 국민 삶의 질 조사에서도 2019년 미세먼지농도가 24ug/m3로, 2018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수질의 만족도 비율도 높여야 하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기 오염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는 길이다. 

③건강 영역
BLI의 건강 영역은 자기보고 건강상태(self-reported health)와 기대수명의 두 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대수명은 OECD 국가 중 10위로 양호하다. 그러나 자기보고 건강상태는 자기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답한 비율이 32.5%로 OECD 평균 69%의 절반도 안 된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한 계층(저소득층, 독거 노인층 등)에 대하여 더 세심한 배려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④일과 삶의 영역
BLI의 일과 삶의 균형 영역은 여가와 개인적 돌봄 시간과 장시간 근로자 비중의 두 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 돌봄 시간은 14.7시간으로 OECD 평균인 15시간과 거의 같으나,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25.2%로 OECD 평균 11%보다는 매우 높아 일과 삶의 균형이 37위로 나쁘다. 우리나라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어 가는 단계로 옳은 방향이나, 탄력근로제 등을 도입하여 산업별로 근무시간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며, 연간으로 볼 때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을 낮춰야 한다.

⑤삶의 만족 영역
BLI의 삶의 만족 영역은 삶에 대한 만족도로 평가되며 우리나라는 5.9점으로 OECD 평균 6.5점보다 떨어져 33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낮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국민 삶의 질’ 지표는 주관적 웰빙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6.0점(10점 만점)으로 나쁜 편이고 전년에 비해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 국민 전체에게 삶에 대한 만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국민이 미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거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보도록 여건을 조성해 가는 것 등이다.

⑥기타 영역
BLI에서 앞에서 설명한 다섯 개의 부진한 영역을 외에 나머지 여섯 개의 영역(주거, 소득, 직업, 교육, 시민 참여, 안전)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이 중에서 가장 뒤떨어진 영역은 안전(24위)으로, 안전의 두 개 지표 중에서 살인율(22위)은 인구 10만 명 경찰에 신고된 피살자수로 1.0명이며, 이는 OECD 평균 3.7명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야간보행 안전도(25위)는 67%로 OECD 평균 68%보다 떨어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안전 다음으로 부족한 영역은 소득(22위)과 직업(17위)이다. 소득은 아직도 가계 순가처분 소득이 크지 못하고 직업에서 개인 소득과 고용률이 떨어진다. 특히 고용률은 67%로 OECD 평균 68%에 못 미친다. 개인 소득 증대와 고용률 제고에 경제 정책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2018년 30-50 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나,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표(BLI)에서 40개국 중에서 30위를 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적인 국정과제로 삶의 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물질적 부문(주거, 소득, 직업)은 좋은 편이나 비물질적 부문(공동체, 환경, 건강,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삶의 질에 악영향을 주는 영역이 다수 존재한다. 앞에서 이들 영역에 대한 현황과 개선 방향을 다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비물질적 부문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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