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역사문화 기행③] 이건희 미술관 용인에 유치하자
[용인 역사문화 기행③] 이건희 미술관 용인에 유치하자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5.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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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문화자산 호암미술관 그리고 백남준아트센터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호암은 고 이병철 회장의 호다.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호암은 고 이병철 회장의 호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한 미술품이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고미술품과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고 4월 28일 발표했는데요.

그 규모도 놀랍고 언제 이렇게 미술품을 수집했는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증이 결정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국보급 수작과 세계적인 미술품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을 대신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삼성전자에 따르면 “유족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공존경영’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와 더불어 사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10대 미술관 못지않은 규모로 감정가만 2조5000억~3조 원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세계적 미술품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가격을 따질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감안한다면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이를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국보 14점, 보물 46점 등 국가 지정문화재가 포함돼 있고 경매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세계적인 미술품도 많다는 것이 미술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삼성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삼성

이건희 컬렉션은 놀라움 그 자체

언론에서 특히 주목하는 미술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입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보던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도 있습니다.

사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중섭의 황소도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값진 미술품을 모았다는 것이 재벌 회장의 취미를 넘어서서 온 국민의 예술품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그동안 재벌들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재산 불법 증여에 이용된다거나 혹은 돈세탁용이라고 일부에서는 말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온 국민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건희 회장한테 고마울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에 나온 바에 따르면 사료적 가치가 높은 근대 미술품 1600여 점은 각각 국립현대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그리고 박수근미술관 등에 기증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양의 거장들 미술품, 모네·미로·달리·샤갈·피카소 등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고 하네요.

굳이 프랑스 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모네나 달리, 샤갈의 미술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건희 회장 덕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건희 회장 컬렉션에 대해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가 생겼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5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가장 아꼈다는 가야금관(국보 제138호). 호암미술관에 전시되다가 현재는 리움미굴관에서 소장./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장 아꼈다는 가야금관(국보 제138호). 호암미술관에 전시되다가 현재는 리움미굴관에서 소장./삼성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고 말이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되어 있고, 안 그래도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적극 유치하고 싶다”고 선수를 치고 나섰는데요.

이에 뒤질세라 경남 의령군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5월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잘 살려 많은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건희 미술관’을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유치하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경남 의령군은 삼성전자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출생한 곳입니다.

경남 의령과 함안을 흐르는 남강에는 솥바위 전설이 있습니다. 솥처럼 생긴 바위가 남강 한 가운데 있는데 수면 아래 솥 다리 모양 바위가 동남·남·북 방향으로 세 방향으로 있다고 합니다. 솥바위 전설은 솥바위 주변 20리 안에서 큰 부자가 나온다는 전설입니다. 그런데 정말 엄청난 큰 부자가 나온 겁니다. 삼성, LG, 효성 그룹 창업주들이 모두 이곳 지수초등학교 출신들입니다.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리움)을 개관하는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이죠.

사실 미술품과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이병철 회장 때부터였습니다. 용인에는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미술관’이 있습니다.

호암미술관은 용인 에버랜드 옆에 있습니다. 에버랜드는 알아도 호암미술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호암미술관은 본관 건물, 한국식 야외정원, 부르델 조각공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호수도 있고 한국식 정원 모습과 어우러지는 전통 한옥 형태를 살린 본관은 연건평 1300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로 사무실과 320평 규모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1200여 점의 고(古) 미술품이 있습니다. 1982년 4월 개관했는데 유물 수준을 보면 거의 어지간한 시립박물관보다 값진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특히 가야문화재에 거의 전문가급 식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가장 아꼈던 소장품은 국보 제138호 가야 금관이었습니다.

고령 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야 토기나 삼국시대 각종 유물, 그리고 고려 조선시대 회화도 다수 있습니다. 금관하면 신라인데 가야는 대체로 금동관입니다. 호암미술관 소장 금관은 고령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대가야 최고의 금속공예를 보여주는 명품 중 하나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삼성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삼성

호암미술관 현재 무기 휴관 

이병철 회장이 사재를 털어 수집한 문화재급 미술품들도 대단합니다. 이병철 회장이 유독 가야 유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고향하고 관련 있어 보입니다.

경남 함안이 옛날 아라가야 땅이었기 때문이죠. 가야의 많은 유물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 많이 가 있습니다.

일제시대 도굴 영향도 있고, 또 고대 유물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일본에 팔려간 것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이병철 회장의 안목 덕분에 국보급 가야금관이 지금 우리 땅에 있을 수 있는 것이겠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에 대한 식견과 안목 역시 선대 이병철 회장 영향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삼성이 반도체로 나라를 일으킨 것 외에 한국의 미술시장도 지켰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저도 몇 년 전 호암미술관에 직접 가서 전시물을 차근히 본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름 모를 민초들이 그린 민화였습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직관적인 그림들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이런 민화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호암미술관에는 꽤나 많은 민화를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가장 많은 고미술품은 삼국시대 토기류들이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도자기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호암미술관은 무기한 휴관입니다. 용인의 문화재 답사 차원에서 방문했는데 지난 2월 26일부터 휴관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가야금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미술품은 현재 삼성재단 리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호암미술관은 언제 다시 개장할지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용인의 훌륭한 문화자산이 놀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용인은 이병철 회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입니다.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 자체가 이병철 회장이 손수 입지 선정하고 만든 곳이니까요. 그런데 이건희 회장 컬렉션 미술관을 짓는다면 용인시도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부산시나 의령군이 먼저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용인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굳이 따로 미술관을 짓지 않더라도 호암미술관을 이용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또 넒은 호암미술관 부지에 새로 미술관을 지을 수도 있겠죠. 이병철-이건희 부자로 이어지는 미술관이 용인시에 생긴다면 에버랜드와 연계하는 아주 훌륭한 문화시설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인에는 세계 최초의 비디오 아트 창시자이자 전위 예술가였던 백남준을 기념하는 아트센터도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용인 기흥역 인근에 있습니다. 기흥역에서 차로 약 7~8분 거리에 있습니다.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는 오늘날 IT 예술과 바로 연결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 TV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는 전자기술과 예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4월 30일 준공식을 갖고 같은 해 10월 9일 공식 개관했습니다. 

사실 백남준 선생과 용인시가 직접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2년 경기도가 백남준 선생과 백남준 미술관의 설립 계약을 맺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남준 선생은 미술관의 성격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으로 명명했습니다.

1932년생인 백남준 선생은 1996년 뇌졸중을 앓게 되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예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그의 영혼의 안식처라 할 있는 기념관이자 아트센터가 용인에 세워지게 된 것은 용인의 또 다른 자랑거리입니다.

백남준 선생은 경기중·고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미술사와 미학, 음악학, 작곡을 공부하고 195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헨대와 프라이부르크 음악학교, 쾰른대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했습니다. 1958년 백남준 선생은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나 자신의 인생과 예술 세계에 일대 전환을 일으켰습니다. 

전위예술이라 하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공연 중에 바이올린을 내리쳐 부수는 해프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960년에는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습작 Etude for Pianoforte’를 발표했는데, 이 퍼포먼스에서 백 선생은 2대의 피아노를 파괴하고 관람객의 넥타이와 셔츠를 잘라냈기도 하고, 머리를 샴푸 시키는 격렬한 행동주의 양식을 전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백남준 선생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전경
백남준아트센터 전경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우리가 알고 있는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는 아마도 1974년 ‘TV Garden’일 겁니다. 수많은 모니터의 사용을 통해 비디오 설치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치미술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론가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설치미술보다는 개개인이 휴대폰을 통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예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그 옛날 누가 휴대폰을 통해 미술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자신만의 TV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남이 만든 것을 보기만 하던 TV가 이제는 휴대폰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세상이 되고 그것이 예술로 승화되었으니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2021년 4월 1일부터 2022년 2월 2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하는 주제는 ‘Humor Has It’이다.

유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통념이 정해놓은 것들을 자유롭게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주제 해석을 한다. 유머는 백남준과 플럭서스의 연결고리이다. 플럭서스는 유럽과 미국에서 1950년대 후반에 태동한 파격적 예술네트워크다. 

골프장이 많은 용인이지만 사실 용인에는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호암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 그리고 한국민속촌을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제각각이고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인의 문화를 보다 발전시키고 용인이 한국의 새로운 문화벨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화자산을 연결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컬렉션까지 가미한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가 되겠죠. 용인민속촌, 호암미술관, 그리고 백남준아트센터는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없는 용인만의 문화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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