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국민의힘 ‘경선버스’의 딜레마
[포커스] 국민의힘 ‘경선버스’의 딜레마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7.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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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에 결선투표를 도입하고 경선 일정을 9월 중순으로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당내 1위를 고수하던 이재명 후보의 대권 티켓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당내 2위를 점하던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바짝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관측통들은 이낙연 후보와 친문 정세균 후보가 경선에서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결선투표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역전 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의 결선투표란 1차 경선 투표에서 50%를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율 1위와 2위 후보 간에 2차 투표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국민의힘 경선구도는 윤석열 후보를 상수로 한 후보영입과 야권통합의 방정식에 다소 혼선이 존재한다. 지난 7월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에 견제력을 확보했다는 자체 평가가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최재형 후보의 지지율은 이제부터 확인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관측은 엇갈린다. 감사원장 시절 최재형 후보가 보여줬던 강직함과 소신이 윤석열 후보에 대해 대안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아울러 윤석열 후보가 단기필마로 세력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반면 최재형 후보의 경우 국민의힘 입당으로 당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국민의힘 내 다른 대선 후보 경쟁자들의 존재감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하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야권통합이라는 또 다른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윤석열, 안철수와 같은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국민의힘 입당을 하지 않고 막판 후보 단일화를 결정할 경우 이를 성사시킬 책임이 국민의힘에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강론’과 ‘야권빅텐트론’이라는 두 개의 이슈 사이에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를 수 밖에 없는 경로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올라탄 최재형 전 감사원장. 7월 15일 이준석 대표가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올라탄 최재형 전 감사원장. 7월 15일 이준석 대표가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위험한 국민의힘의 ‘자강론’

최재형 후보와는 달리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8월 경선버스에 탑승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윤 후보의 8월 입당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여의도 관측통들은 윤석열 후보가 입당보다는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는 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 일정과 관련해 제1야당과 외부 대권주자들의 구상이 접점을 찾아내는 데 실패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선 후보 경선을 늦어도 9월 초에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대표의 입당이 늦어지거나 대안 세력화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플랜B’를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월 초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 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월 말 경선 버스에) 탑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해 보인 입장과 태도를 두고 야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국민의힘 8월 경선버스에 탑승하지 않을 경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최재형 후보의 지지율이 국민의힘 입당 후 당내 다른 후보들처럼 의미 없는 숫자를 기록할 경우 윤석열, 안철수를 배제한 국민의힘 8월 경선은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국민의힘 자강론이 가진 최대의 약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로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당 소속 오세훈 후보가 결국 야권 단일화에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던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해서 윤석열, 안철수 등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에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심각한 결점을 안고 있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비위가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즉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는 선거였으며 보궐선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의 강령을 개정해 선거에 임하는 후안무치함이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선거였다.

따라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아니었어도 안철수 후보로도 충분히 이기는 선거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선거 승리 이후에도 여론은 ‘국민의힘이 잘해서 오세훈을 찍은 것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울시장 선거의 국민의힘 자강론이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오류가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무시되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대선과 3개월 시차로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둘러싼 이해관계들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선거는 총선보다 보통 열배 이상의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게 된다. 총선 출마자보다 숫자가 많은 시의원, 도의원 등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정책과 예산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범위는 훨씬 넓다. 이러한 지방선거 이해관계는 공천이 핵심이 되며 공천은 당을 중심으로 그 이해관계가 전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 가운데 유력한 지역밀착형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러한 지방선거의 숨은 이해관계에 따라 정권교체의 당위보다는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당내 후보들을 지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 일반의 민심과 국민의힘 당심 간에 현격한 괴리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처럼 반복하게 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장 민생투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장 민생투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회창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기에 여전히 지난 3·10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이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 해결되어 있지 않은 점도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최재형 후보에 대해 갖는 우호적인 입장 가운데는 그가 탄핵과 관계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은 지난 탄핵을 국민의 80%가 지지했다는 점에서 무언가 상식에 충돌하는 지점을 남겨 놓고 있다. 탄핵이 정당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고 이준석과 오세훈은 그러한 입장이 존중되어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는 결정으로 각각 당대표와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다는 주장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왜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의한 정당한 탄핵을 주도했던 김무성과 유승민은 여전히 대권 주자로서는 불가하다는 주장이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 압도적인지, 정치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하는 여론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 문제는 국민의힘이 가진 당의 정체성과 수권정당으로서 가져야 할 ‘통치정당성’에 여전히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이유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고지에서 불리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이나 12월 사면과 같은 조치로 야권이 크게 분열되고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러한 불안정한 모멘텀이 윤석열과 최재형을 둘러싸고 있다. 2022년 대선이 야권분열의 패배전이 되리라는 전망을 가볍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은 1997년 이회창 후보의 김대중 후보에 대한 패배와 2002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연이은 패배와 유사하다.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 정권에서 발탁한 개혁적인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3당합당으로 형성된 민자당의 문민정부의 중도 우파적 신보수와 5공세력의 구보수 사이에서 김윤환을 중심으로 5공보수와 손잡는 실책을 범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이인제 후보에 대한 중도 우파의 지지세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보수의 분열로 패배했다. 

당시 500만표의 이인제 후보 지지는 이인제 후보가 사퇴한다고 해서 이회창 후보에게 가는 표가 아니었다.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은 김영삼의 문민정부를 지지했던 넥타이부대 시민들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이어서 2002년 대선에 재도전했지만 이미 시대정신의 흐름에 한참 벗어나 있었다.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손잡는 상황이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자강론을 통해 재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게 정작 중요한 문제는 ‘8월경선버스시간표’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후보영입과 야권통합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이름으로 가볍게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국민의힘은 국민들로부터 수권정당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먼저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질문은 국민의힘이 지난 3·10 탄핵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같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탄핵은 이미 지난 문제’라거나 ‘이준석 대표 선발로 탄핵의 강은 건넜다’는 평을 내놓는다. 하지만 탄핵심판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아직 탄핵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이를 수용하고 승복한다는 발표를 한 적이 없다. 국민의 80%가 동의하고 추인한 탄핵을 주도했던 국민의힘 인사들은 여전히 국민의힘 내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로부터 역사적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이 반대로 전개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정당했으며, 법치 차원에서 수용하고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민의힘 당원들과 의원들, 지지자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2022대선에서 야권통합은 불가능하며 설령 정권교체를 위해 그렇게 하더라도 국민이 지지해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시대정신의 전개상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런 이유가 국민과 언론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도 국민의힘 소속의 대선 후보들에게 주목하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 주목이 윤석열에게 가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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